아아, 그때였군. 그때였어.
평원에서의 마지막 전투. 바로 그 전투가 있기 직전.
그곳이었구나.
“…그럼 다녀오겠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요.”
“…마낙.”
“…왜 그러시오?”
그때 그녀가 내가 말했다.
그때 그녀가 입술을 물고, 울음을 참으며 내게 속삭여줬다.
“마, 마지막으로 한 가지. 한 가지만, 한 가지만 약조해주세요, 마낙.”
“…무엇을 말이오?”
“…꼭 돌아와 주신다고. 제 곁으로, 가족의 곁으로, 이 아이의 곁으로 꼭 돌아와 주신다고 약조해주세요.”
“…내 약조하리다. 아니, 맹세하리다. 나 마낙-우르크-스라카의 이름을 걸고, 내 인생을 걸고, 내 신을 걸고, 내 목숨과 명예를 걸고 약속하리다. 꼭 돌아오겠소. 반드시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겠소. 그대에게 가는데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지날지라도 꼭 그대의 곁으로 가겠소.”
한 가지만 더 약조해달라고 했지.
그리고 나도 말해줬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 사랑해 마지않는 아내와 아직 다 자라지 못해 제 어미에게서 나오지도 못한 내 혈육에게 돌아가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지.
그리고 당신은 울먹이다 애써 웃으며 말했지.
그렇게 믿고 있겠노라고.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기다리겠다고.
그곳에서 기다리겠다고.
전장으로 나서는 내게 당신은 그렇게 얘기했지.
그리고 내가 당신의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지.
그리고 울부짖었지.
그 먼 곳에서도 난 그것을 들을 수 있었소.
나도 울고 있었으니까. 나도 그대를 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난…. 난 그것을 뿌리칠 수밖에 없었소, 내 사랑.
내겐 부족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다짐했소.
나는 당당히 이곳으로 돌아와 직접 내 아이의, 내 첫 번째이자 두 번 다시 얻지 못할 내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거라고.
“하하…. 그랬군, 그랬어….”
“왜 그러지?”
“그저… 잊고 있던 것이 떠올라서 그렇다.”
“그래? …기다려주면 되나?”
“…아니. 괜찮다. 그리고 고맙군.”
“이 정도야 별거 아닌데 뭘.”
“그럼 시작해보세나! 과연 누가 돌아갈 수 있을지 겨뤄보자고!”
하지만 미안하오, 내 사랑.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소.
내 운명이, 날 이곳으로 이끈 운명이 다가왔소.
미안하오.
미안하고 또 미안하오.
운명을 이기지 못해 미안하오.
그대에게 갈 수 없어 미안하오.
그대를 다시 볼 수 없어 미안하오.
그대를 다시 안아줄 수 없어 미안하오.
평생 그대 곁에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하오.
우리의 아이를 안아줄 수 없어서 미안하오.
만약 그곳에서 볼 수 있다면 내 꼭 미안하다고, 고생했다고,
그대에게 돌아갈 수 없었던 한낱 필부였던 내 모든 것이 죄라고 그대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리다.
그러니 내 사랑, 내 아내, 나의 전부인 그대여.
그곳에서 봅시다.
그곳에선 우리 둘이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싸움 없이,
의무도 없이,
책무도 없이.
그저 행복하게, 행복하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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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취미로 쓰다가 끄적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