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그때였군그때였어.

 

평원에서의 마지막 전투바로 그 전투가 있기 직전.

 

그곳이었구나.

 

 

그럼 다녀오겠소오래 걸리진 않을 거요.”

 

마낙.”

 

왜 그러시오?”

 

 

그때 그녀가 내가 말했다.

 

그때 그녀가 입술을 물고울음을 참으며 내게 속삭여줬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한 가지만한 가지만 약조해주세요마낙.”

 

무엇을 말이오?”

 

꼭 돌아와 주신다고제 곁으로가족의 곁으로이 아이의 곁으로 꼭 돌아와 주신다고 약조해주세요.”

 

내 약조하리다아니맹세하리다나 마낙-우르크-스라카의 이름을 걸고내 인생을 걸고내 신을 걸고내 목숨과 명예를 걸고 약속하리다꼭 돌아오겠소반드시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겠소그대에게 가는데 몇 년아니 몇십 년이 지날지라도 꼭 그대의 곁으로 가겠소.”

 

 

한 가지만 더 약조해달라고 했지.

 

그리고 나도 말해줬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무슨 일이 있더라도 평생 사랑해 마지않는 아내와 아직 다 자라지 못해 제 어미에게서 나오지도 못한 내 혈육에게 돌아가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지.

 

그리고 당신은 울먹이다 애써 웃으며 말했지.

 

그렇게 믿고 있겠노라고.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기다리겠다고.

 

그곳에서 기다리겠다고.

 

전장으로 나서는 내게 당신은 그렇게 얘기했지.

 

그리고 내가 당신의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지.

 

그리고 울부짖었지.

 

그 먼 곳에서도 난 그것을 들을 수 있었소.

 

나도 울고 있었으니까나도 그대를 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난난 그것을 뿌리칠 수밖에 없었소내 사랑.

 

내겐 부족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다짐했소.

 

나는 당당히 이곳으로 돌아와 직접 내 아이의내 첫 번째이자 두 번 다시 얻지 못할 내 아이의 이름을 지어줄 거라고.

 

 

하하그랬군그랬어.”

 

왜 그러지?”

 

그저… 잊고 있던 것이 떠올라서 그렇다.”

 

그래기다려주면 되나?”

 

아니괜찮다그리고 고맙군.”

 

이 정도야 별거 아닌데 뭘.”

 

그럼 시작해보세나과연 누가 돌아갈 수 있을지 겨뤄보자고!”

 

 

하지만 미안하오내 사랑.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소.

 

내 운명이날 이곳으로 이끈 운명이 다가왔소.

 

미안하오.

 

미안하고 또 미안하오.

 

운명을 이기지 못해 미안하오.


그대에게 갈 수 없어 미안하오.


그대를 다시 볼 수 없어 미안하오.


그대를 다시 안아줄 수 없어 미안하오.


평생 그대 곁에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하오.


우리의 아이를 안아줄 수 없어서 미안하오.


만약 그곳에서 볼 수 있다면 내 꼭 미안하다고고생했다고,


그대에게 돌아갈 수 없었던 한낱 필부였던 내 모든 것이 죄라고 그대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리다.

 

그러니 내 사랑내 아내나의 전부인 그대여.

 

그곳에서 봅시다.

 

그곳에선 우리 둘이서 오순도순 행복하게,

 

싸움 없이,

 

의무도 없이,

 

책무도 없이.

 

그저 행복하게행복하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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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취미로 쓰다가 끄적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