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배는 이걸로 끝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마을 사람들을 배웅하고, 교회 안밖을 청소하며 어질러진 곳을 고친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지방 사제의 일이지만 나는 나름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소한 자랑거리도 하나 있는데

우리 교회에서 가르친 아이가 성녀로 추대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벽지에서 성녀가 배출되는건 처음 있는 일이기에, 떠날 때는 마을 사람들이 전부 배웅나온 것을 넘어 주변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꽤나 큰 인파가 몰렸던 기억이 난다


"오늘이 왕도로 간 지 일년째인데 잘 지내고 있으려나?"

"항상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았지만, 그것 때문에 종종 겉돌던 애라 걱정된단 말이지"


아끼던 제자를 떠나보낸 것을 내심 아쉽게 생각하고 있던걸까

그 날은 하루종일 왕도에 보낼 편지를 쓰다가 잠들었다


다음 날


"헤더! 헤더 사제는 있는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문을 부술듯 때리는 소리에, 나는 급하게 잠에서 깼고

급하게 나가 문을 열어보니 그곳엔 4명의 기사가 서있었다


"제가 헤더인데 이런 누추한 곳에는 어쩐 일로..."


"너에게 지금 이단 혐의가 걸려있다, 잔말 말고 따라오도록"


"네?! 그게 무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 있던 기사 하나가  목에 검을 들이대며 말했다


"모른 채 할 셈인가! 성녀님께 이단 신앙을 불어넣고, 계명을 고치도록 해 총대주교 자리를 꿰차려 한 죄는 작지 않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고 있던 중, 갑자기 기사들 뒤로 몽둥이가 날아오더니, 미처 대비하지 못한 기사들의 머리를 하나둘 명중시켜 쓰러트렸다


"괜찮나 헤더?"


"나 참 방랑기사 놈들, 최근에는 꽤 뜸해진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여관을 열던 앤드류가 이들을 도적질 하는 기사로 착각해, 마을 남자들을 불러모은 것이였다


"아 앤드류,이들은 도적때가 아니라..."


"응? 우리가 착각한 거였나??"


"...아니네. 도와줘서 고맙네"


아직 상황파악도 하지 못한 나는 일단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왕도에서 행상인이 찾아왔어. 이 봉투는 헤더 너한테 온거 같던데?"


봉투 안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는데, 글씨체로 보니 왕도에 갔던 그 애가 쓴 거였다


-흠모하는 스승님께

안녕하세요 신부님, 그동안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마을에서 떠난 후, 저는 무사히 왕도에 도착해 성녀가 되었답니다

신부님한테 배운 지식은 성녀가 되고 나서도 많이 도움됐어요

딱 하나 틀린게 있다면은... 왕도에 가면 신부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널렸을 거라 하신 것 정도일까요

주교들은 대부분 탐욕스럽고 게으르고...

그중에서도 교회의  총대주교란 사람은 "스승에게 뭘 배웠길레 그렇게 꽉 막혔냐...", "융통스럽게 행동해라..." 하는 말도 하나같이 짜증나서...

특히 부패한 주교를 쫒아내고 그 자리에 신부님을 추천한다고 했더니 불같이 화를 내더군요

다행이 짜증이 났던건 저뿐만이 아니였는지, 많은 사람들이 제 의견에 동의해줬어요

저희는 왕도가 아닌 남부 도시에 자리를 잡아, 이때까지의 낡은 풍습이나 잘못된 제도를 고친 새로운 가르침을 만들고 있죠

그래서 말인데, 신부님께서 남부로 오셔서 예전처럼 저를 도와주셨음 좋겠어요

준비되는대로 사람들과 함께 모시러 갈게요

조만간 다시 봬요  -사랑스러운 제자가

p.s 새로 고친 규범에선 사제의 결혼도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뭐? 왕도에서 나왔다고? 그리고 새로운 가르침이라니 무슨..."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량이 들어온 탓에 머리가 멍해졌고

몇분동안 편지를 가만히 바라본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일단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노빠꾸 성녀 때문에 고생하는 신부 이야기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