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이 거대한 지구의 지배자였고

모든 생명체들은 인류의 지배 아래에 있었으며

동물들을 가둬두고 그들을 구경하며 웃음거리로 삼고는 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들으면 거짓말쟁이라며 놀림받기 딱 좋은 이야기다.

이제는 인류의 대다수가 기억하지 못하는, 전쟁 이전의 이야기.

인류가 지상과 지하, 하늘과 바다를 지배했고

강철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에서 삶을 영위했으며

다른 괴물들을 피해 숨죽이고 살 필요가 없었다는, 환상같은 이야기.

한 소년은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그 이야기를 참 좋아했으며

늘 세상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하고는 했다.

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할 때면 어린아이처럼 우수에 찬 눈빛을 하셨다.

마치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을 추억하는 자들의 눈빛처럼...

소년은 보고 싶었다.

할아버지께서 늘 말하시는, 바깥의 세계를.

그래서 소년은 부모님 몰래 권총을 챙겨 바깥세계로 도망쳤다.

그리고 만났다.

"넌 뭐냐? 꼬맹아. 여긴 너같은 아이가 올 곳이 아닌데."

그에게 바깥의 삶을 가르쳐 줄 한 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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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아포칼립스 순애 오네쇼타물 주셈 빨리 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