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리 친하신 분은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20년 가까이 알고지낸 분이셨고
이것저것 우리집에 뭘 챙겨주시려고 해서
내가 우리집과 그 분 집을 왔다갔다하면서
자주 음식이나 물건을 옮겼다
할머니도 비슷한 성향의 분이시라
오고 갈 때 내 손엔 짐이 한가득이었다.

그랬던 그 분이 2년 전 여름에 돌아가셨다
정확한 건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암 문제였던 거 같다
뵐 때마다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셨다
나나 할머니나 그분의 죽음에 놀랍거나 슬프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늘 그분이 꿈에 나왔다
그게 꿈인 줄 몰랐던 나는 그 분을 보고 어버버 말을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그 분이 최대한 늦게 오라면서
저쪽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건넸다

존나 울었다
꿈 속에서 존나게 울었고
눈을 뜨자마자 존나 울었다
옆방에서 화장실 가려고 깨어나셨던 할머니가
무슨 일이냐면서 물으셨지만 나는 대답 못하고 그냥 별 일 아니라며 둘러댔다


왜 할머니가 아니라 내 꿈에 나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할머니는 그 분보다 연세도 많으신데다가 최근 약간의 치매끼도 보이셔서 굉장히 암담해지는 심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