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저게 말이 되는 겁니까?"


"예...뭐,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가능성이 낮기는 합니다만."


"그 말 전에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 낮은 가능성이 연거푸 터져서 북극곰이 멸종의 위기를 몇 번째 피해 갔다는 겁니까?"


"아마 그럴 겁니다."



양복 입은 남자는 품 안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다. 


겉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서류에는 낱장 위아래마다 [극비]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한 번 보십시오."


"이건...?"


"아마 처음 보시는 내용일 겁니다."



서류를 슬쩍 훑어보는 박사의 얼굴은 머지않아 일그러졌다, 다시 풀렸다, 종국에는 입을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모양이 되었다.



"이건 어디에서 관측한 자료입니까?"


"이것도 과학적으로 가능합니까? 물론 가능하다고 말씀하실 건 압니다. 이게 전부 우연히 벌어졌을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그건..."


"북극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인과를 뒤흔들고 있을 가능성보다 높습니까?"



잠깐이지만 깊은 고심.



"......모르겠습니다."


"좋습니다. 조언 고맙습니다, 박사."



양복은 박사의 손에 들려 있는 서류를 간단하게 빼앗았아 소매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서류는 하나하나 백지가 되었다.



"이거 드십시오."


"뭡니까? 영양제는 아닐 거고."


"알아서 좋을 것 없는 기억을 없애 주는 물건입니다."


"꼭 먹어야 합니까?"


"예. 꼭 드셔야 합니다."



...

...



"그게 그 사람을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이건 딴말입니다만, 그때 박사님께서는 결국 기억 소거제는 안 드셨군요."


"그렇게 됐습니다. 어쩌면 기억하고 있어야겠다는 직감이 들었을지도."



북극을 향해 출발한 탐사대는 머지않아 연락이 두절되었다. 


박사가 그 후속 탐사대를 자처한 건 합리적 판단보다는 호기심의 발로였다.


비슷한 꼴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갑시다. 거기 뭐가 있는지 눈으로 봐야겠습니다. 북극이 다 녹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