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슨 소리냐."


"아니, 이상하잖아요. 전설의 암살자, 블랙 쉐도우!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단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으며, 오직 남은 시체를 보며 '그림자가 다녀갔다.'고 벌벌 떨게 된다는..."


"녀석. 부끄럽게 무슨 소리냐?"


"스승님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아니, 말이 되나요? 흔적이 없는데 흉수를 어떻게 알아요? 그 살행들이 전부 조작된 것도 아닐 테고..."


"맞다."


"네?"


"네 말이 맞다고.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대부분은 그렇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래서 말했잖냐. 부끄럽다고."


"내가 뛰어난 암살자인 건 맞지. 하지만 수백 번의 암살 동안 한 번도 들키거나 잡히지 않는다는 건, 누구라도 불가능하지."


"애초에 이상하지 않더냐? 왜 수많은 귀족을 살해한 범인의 이름이 이렇게나 유명하지? 내 손에 묻은 피가 그렇게 많다면, 왜 내게 복수하러 오는 이가 아무도 없느냔 말이냐. 나름 아지트를 숨겨놓긴 했어도, 청부를 넣으러 오는 귀족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건..."


"내가 실제로 암살행에 나선 적은 서른 번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지. 어떤 의문스럽고 수상한,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라도 내 이름만 대면 전부 납득할 수 있게 되니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범인과 수사관이 동일 인물인데. 흔적이 남았대도 그 철두철미한 귀족 나으리들이 깡그리 날려버렸겠지."


"가장 잔혹하고, 가장 은밀하고, 가장 비열한 전설의 암살자는 내가 아니다."


"그 고상하고 잘나빠진 귀족 나으리들이야말로, 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블랙 쉐도우'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