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손에 닿지 않는 곳에서 고고하게 빛나고 있는 푸른 창천(蒼天)을.


어릴 적 처음으로 검을 쥐고 생각한 각오이자 꿈 이었다.


누군가는 허황되고 광오한 꿈이라고 비웃었으며


또 어떤자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공상만을 쫒는다고 가엾게 여겼으며 


또 다시 어떤자는 어려운 세상에서 그런 꿈이나마 품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존재라 여기며 혀를 찼다.


하지만 남들이 무어라 떠들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의미를 담는 곳은 오로직 칼을 쥐고 있는 내 손이요, 그 손에 들려있는 장도 한 자루 뿐.


하루에도 수 백, 수천 번을 휘둘렀다.


바람이 불건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못하였다. 


그렇게 휘두르다 보니 어느센가 주변에는 나를 따라오는 자들이 생겨났고, 내 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검을 휘두르는 장소 뿐 이었으며 휘두르는 행위에 멈춤은 없었다.


세월이 흘러 따라오는 자들은 자신을 떠나 다른 곳에서 둥지를 틀었으며 더 이상 내 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이 당도했다.


육신 또한 젊은 날에 비할 바 없이 쇠락 해졌고 검 이상으로 소중한 것들 또한 생겨 버렸다. 


그 상태에서 휘두르는 검은 그동안 쌓아왔던 것에 무색하게 참으로 조촐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에 검을 놓았다.


다시금 세월이 흘러 어느센가 육신과 영혼에도 황혼이 내려 앉을 즈음


마지막으로 항상 검을 휘두르는 곳으로 올라가 참으로 오랜만에 애병(愛兵)을 들어 올렸다.


품었던 꿈은 색이 바랬고, 끌고 왔던 짐은 가벼워 졌으며, 정했던 목표는 흐릿해진 육신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검신을 빛냈고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휘둘려 졌으며 무엇보다도 확실한 목표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모든 욕심과 짐을 버리고 나서야


남자는 하늘을 베어냈다.




평생을 목표로 했던 풍경을 두 눈에 담아 낸 노인은 작게 웃었다.


"썩 나쁘진 않은 기분 이구나."




참으로 담백한 감상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