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하시오, 정숙! 마왕군 제4돌격군 크리그, 발언하겠습니다. 우리는 용사의 단신돌격으로 인해 격전지 리버턴을 잃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동맹군 웨어울프 부족은...우리를 실망시켰지. 우선 묻겠는데, 마지막으로 보고된 용사와의 교전 부대는 어디였습니까?"


"마왕군 제6경보병대 구스타프손, 발언하겠습니다. 정찰 도중 용사를 발견한 저희 경보병대의 분대 중 하나가 가장 가까운 웨어울프 부족에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웨어울프 500명과 근처에 있던 다른 저희 경보병분대 100명이 용사에게 달려들었고, 용사와 함께하는 전투인원은 10명 뿐이었습니다."


"결과는?"


"웨어울프 200명이 당했고, 150명이 불구가 되었습니다. 저희는 단 2명만이 살아남았죠. 용사 측은...사상자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두렵군. 그렇다면 귀관이 생각하는 용사의 권능은 무어라고 보는가?"


"감히 아뢰자면, 인간종보다 훨씬 강인하여 10명은 물론이고 체력만 있다면 100명도 우습게 참살하는게 웨어울프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이기다못해 완전히 굴복시켰다는건, 단순히 한 가지 권능이 아니라 모든 신체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강화계가 아닌가..."


"실로 우스운 소리군!"


"지금 발언한 이는 누굽니까?"


"나 마왕군 제9군단장 알렉산드로프요. 그 여자의 권능이 강화계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내가 추측하건대, 그 용사라는 년의 권능은 바로 초월적인 재생력이오!"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난 그녀가 우리 군단과 교전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적이 있소. 그리고 내가 그 년의 배에다가 쇠뇌를 박아버렸지. 팔뚝만한 화살을 맞더니 그대로 쓰러져서 후방으로 이송되더군. 그런데 10분 정도 지났나? 그 년이 배에 붕대를 감고 다시 나타난거요! 인간종이 아무리 강화되었다한들 그런게 가능할리가! 분명해. 이 년의 권능은 바로 초재생이오."


"...마왕군 국방고등연구개발국 국장 노바, 발언하겠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그녀의 권능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 검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예, 예. 황송합니다. 저기...인간들의 야금술과는 비교도 안될 드워프들의 야금술을 첩보대의 지원을 받아 탈취, 해석하여 만든 신합금 갑주를 시범운용한 적이 있습니다. 허나...저는 보았습니다. 그 갑주들이 전부 우그러진 채로 돌아온 것을. 인간들의 야만적인 강철검으로는 이런 전과를 올릴 수 없습니다. 하프소딩과 모트쉴락 등의 기술을 사용한다한들, 검이 버텨줄리가 없습니다! 인간들의 강철이 먼저 망가지는게 정상..."


"말을 끊어서 미안하네. 마왕군 첩보부대 대장 위그겐슈타인 발언하겠네. 우리 첩보부대가 미노타우르스 별동대를 침투시켜 인간들의 군단에 사보타주와 테러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네. 우리가 간과했던건...용사가 그 군단에 들렀단 것이지. 그러나 그녀가 검을 뽑기 전에, 우리 별동대가 그 계집에게 달려드는데 성공했다네."


"...."


"난 아직도 내 수정구슬이 내게 비춰준 상을 믿을 수 없네. 믿기는가? 인간 계집이 자기보다 훨씬 거대한 미노타우르스를 목을 비틀어 죽였네. 그것도 셋을. 맨손으로. 난 아직도 그 광경을 믿을 수 없네. 우리는 이런 자와 싸워야 한단 말인가? 정녕 그러한가? 한평생 전장을 누빈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줄은 몰랐네만, 분명 나는...두려워하고 있네. 대체 이 소녀의 손에 들린 권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두려운 것인게 틀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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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인이었다.

마나 부적응자.

수백만 중 하나 꼴로 나온다는, 마력을 전혀 다룰 수 없는 체질.

물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달리기를 못하는 것과, 다리가 아예 없는 것은 다르다.

난 한 술 더 떠서, 마법에 의한 버프나 회복 등의 효과도 들지 않거나 효과가 반감되는 중증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래서 나의 엄마가 날 고아원에 버린걸지도 모른다.

고아원에서 나는 아무런 목적도 꿈도 없이 살아갔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나 같은 장애인이 뭘 할 수 있을까. 거기에 비루한 출신과 존재하지 않는 장점은 나의 정신을 점점 좀먹어갔다.

그러다가, 시내에서 우연히 누군가가 떨어뜨린 책을 보았다.

원장님이 "다른건 몰라도 글은 배워야 도둑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이었기에, 나는 띄엄띄엄 표지의 글자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리히테나워 검술 입문>

나는 그저 홀린듯이 그 책을 방으로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어째서 시작해버렸을까. 그런건 기억나지도 않는다.

책에 나온대로 팔굽혀펴기와 달리기를 했다.

어깨에서 소리가 나고, 심장이 터지고 목이 타들어가도 그냥 했다.

책에 나온대로 자세들을 연습했다.

주방에서 몰래 가져온 칼로 나뭇가지를 깎아 목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목검을 들고 자세들을 익혔다. 등에 파리가 앉고 비가 눈가를 때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했다.

책에 나온대로 베기를 연습했다. 자세에서 자세로 이동하면 베기가 된다고 했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손가락에선 피와 진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냥 했다.

난 미련했다. 너무 미련해서 스스로 왜 이걸 하고 왜 그만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하루종일 연습을 했다.

책에 나온대로 팔굽혀펴기를 해도 어깨가 아프지 않고, 달리기를 해도 숨이 차지 않았다.

그날부터 고아원의 일들을 돕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 없이 무거운걸 들면 원장님이 날 혼낼거 같았다.

어느순간 목검의 무게가 희미해졌다. 그때마다 더 무거운 목검을 만들었다.

어느날, 손에서 검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손이 다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손에서 아무런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동작들은 유연해졌다. 다리는 굳건해졌다.

무언가를 깨달아버린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같은 날, 왕실의 병사들이 고아원을 찾아왔다.

그들은 내가 무슨 신탁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용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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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능력자가 내로라하는 괴물들과 초능력자 다 이겨버리는 전개를 좋아한다...

2화는 니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