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났던 사건을 기억하나?"


"내 딸은 말이야. 감자칩을 좋아하는 아이였어. 탐정 군, 자네도 감자칩을 먹어봤을테지. 난 그 짠 맛 나는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딸아이가 내 손에 하나씩 쥐어주면 그게 이상하게도 그렇게 맛이 좋았지.. 그 귀여운 것이 가끔 삐지기라도 하면, 감자칩 한 봉지를 사서 쥐어주곤 했어.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듯 귀여운 미소를 띄우며 과자를 먹어치웠지."


"시간이 흘러서 내 딸이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어. 그 즈음에 딸아이는 육상에 흥미를 붙였지. 그런데도 감량을 해야할때도 감자칩을 놓지 않이서 가끔 싸우곤 했지. 하하, 그 어린 것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러다가, 내 딸이...실종됐어. 어느날 갑자기 말이야. 그 날 법은 나에게 무엇을 해줬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 무기력한 경시청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 내 딸을 찾은건 우습게도 내가 고용한 흥신소 직원들이었지. 고용한지 3일만이지만, 실종 4주만이었어."


"내 딸은...이런, 부모로서 인정하기 힘들구만. 내 딸은 이미...망가져있었네. 동네 양아치들이 딸과 사소한 시비가 붙었는데, 그 녀석들이 홧김에 내 딸을 구타하고 납치했었더군. 그리고...그 아이의 부모로서 입에 담기도 힘들정도로 끔찍한 일을 저질렀네."


"무엇보다...눈과 다리가 심각했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힘줄이 끊어진 채 오래 방치되면 기능을 살리기 불가능에 가깝네. 육상선수로서의 꿈은 커녕 다시 걸을수도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내 심정은 어땠겠나?

눈은 말이지. 인간의 몸이란게 참 얄궃어서, 인간의 안구가 터지면 면역기관은 그걸 외부물질로 보고 멀쩡한 눈도 공격한다네. 발견됐을때는 이미 늦었지. 내 딸은 완전히 시력을 상실한 뒤였어.

하반신은...말할 것도 없겠지. 성기능은 커녕 배설기관으로서의 기능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어."


"이 이상은 더이상 말을 하기 힘들구만. 이해해줬으면 해, 탐정 양반. 그래, 그래서 이 사건의 책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좋은 부모를 만난 그 불량학생들? 미성년자인 점과 전관예우 변호사 군단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네. 근무를 태만하게 한 경시청? 근신처분만 받았다네. 기자들? 입이 돈으로 가득차서 놀랍도록 조용하더군."


"내 딸은...봄 햇살이 들어오는 병실에서 자살했네. 간병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과도로 손목을 그었어. 그 모습을 처음 본 내 아내는...마실줄도 모르는 독한 술을 들이붓다가 결국 병이 나 죽었고. 나에게 남은건 떠나간 가족들의 빈자리와...막대한 사망보험금 뿐이었다네."


"아내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감자칩을 한 봉지 샀다네. 그 가게에서 가장 큰 사이즈를. 그리고 그걸 먹으면서 아내와 딸의 영정사진을 보았지. 입천장이 까지고 잇몸에 피가 날때까지 계속 꾸역꾸역 삼켰어.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을 올리고, 계획했네. 내 딸을 죽인 그 악마들을 처단할 계획을."


"이 뒤는 탐정 양반, 자네도 잘 아는 내용일세. 나는 그 추악한 자들이 말도 안될만큼 가벼운 벌을 받고 나왔을때, 직접 내 손으로 나머지 '벌'을 주었네. 그런데 자네는....자네는 비웃듯이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나의 트릭들을 산산조각 낸 다음 언론의 주목을 받았어. 기분이 어떠하던가? 즐겁던가? 고양감이 느껴지고 행복해서 미칠거 같던가?"


"하지만 자네는 날 잡지 못했어. 내가 복수를 완성하는 것도 막지 못했지. 그리고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의 여인을 발견하고, '도움'을 주었다네. 그리고 훌륭하게 내가 만들어준 '계획'을 실행해서 복수를 이루었고."


"그 여인 앞에서 트릭을 박살내고 자살하도록 몰아가는건 즐거웠나? 자네 손에 묻어있는 피는 보이지 않나? 자네는 스스로를 셜록 홈즈로 생각하고, 나를 모리아티 교수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니야. 난 억울하고 박해받은 사람을 구해주는거고, 자네는 정의라는 구식 질서를 신봉하고 억압자들을 변호하는 자일 뿐이야."


"자네같은 젊은이는 요즘 보기 드물긴 하지. 인정할건 인정할거야. 명석한 두뇌와 집요한 눈을 가졌지. 그러니, 더이상 내 일에 관여하지 말게. 자네 같은 사람을 잃고싶진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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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을 처단하는 범죄 코디네이터 캐릭터가 너무 좋다...

탐정과 사상적으로 대립하는 악당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