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한 보라빛으로 물든 하늘.

인간들의 피로 적셔진 대지.


세상의 멸망이었다.


“…하하.”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외신들을 막기 위해 금기라 불리우는 사령술에 손을 댔다.

망자들을 다시 불러일으켜 외신들과 싸우면서도 네크로맨서라는 악명높은 칭호를 얻었다.


모든 것이 세상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대륙 제일의 검사였던 나의 아버지를 데스나이트로 만들고.

나의 연인이었던 마법사를 리치로 만들었다.


모든 것이 세상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크크큭.“


미쳐 살았다.

어차피 막지 못할 재해에 대항하기 위해 미쳐 살았다.

왜 그리했는가.

어차피 인간의 몸으로는 재앙에 맞서지 못하는데.


”끄으으윽!!“


쿨럭-!


바닥에 피가 한움큼 토해진다.

동시에, 수백에 달하는 눈과 다리를 가진 외신이 나의 앞에 도착했다.


[…어찌. 한낱 인간이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것이냐.]


한낱 인간…

크큭.

한낱 인간…!!


”그래, 그 한낱 인간에게 동족을 잃은 기분은 어떻지?“


나의 말에, 놈은 뒤의 흉악한 모습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우리와 함께하지는 않겠나.]


함께..라.


”…큭.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나는 손을 들어올렸고.


”내 대답은 이거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팔을 크게 휘둘러 땅을 내리쳤다.


쿠구궁-


갑자기 무거워진 공기.


[…뭐냐. 이건 뭐냐!!!]


[어찌 인간이 신을 다룰 수 있다는 말이냐!!!!]


당황한 듯 소리치는 놈.

놈의 비명에 화답하듯이, 뒤의 시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한 걸음.


쿠궁-!


두 걸음.


[..말도 안되는 일이다..! 법칙에 어긋나는데…!! 이 어찌 가능한 것이냐!!]


시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놈이 뒷걸음질 친다.

그러나.

그저 거기까지였다.


콰과광-!


{참으로..대단하구나.}


새롭게 이 대지에 강림한 외신.

그것은 격이 달랐다.

감히 눈을 마주할 수도 없을 정도로.


끄으으윽-


눈알이 뭉그러진다.

뼈가 으스러진다.

고막이 터진다.

성대가 눌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 대륙의 특성상 억압받았을 텐데도 이정도라니..! 그래, 이 재능을 완전히 꽃 피울수 있는 곳에 간다면…!!}

[아,아버지시여!! 그건..!!]

{닥쳐라!!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뭐라는 거지?


놈들이 하는 말에 나는 자그마한 의문을 품었고.


퍼엉-!


곧 뇌가 터져 사망했다.

향년 31세, 외신 살해자 제크 대런의 최후였다.


***


“..여긴?”


눈을 떠보니 알 수 없는 곳이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회귀라도 한 것일까?


따닥-!


어디선가 들려오는 뼈가 부딪히는 소리.

스켈레톤이 짐을 나르고 있었다.


“..언데드가 거리를 활보해!?”


무슨..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하! 이번에도 감사합니다, 네크로맨서분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건, 시체를 다루는 자들과 성직자였다.


“…네크로맨서와 성직자들이 겸상을 해…?”


무어냐.

말도 안되는 일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그렇게 노력했어도 이루지 못한 일이란 말이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광경이.

이것이 사실임을 주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