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코미디의 기본은 뭘까.

보통 코미디의 기본은 “개연성 파괴”이며, 이 작품은 그에 충실하면서도, 또한 클리셰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여줌.

주인공은 우리의 현실에 살다가 개그만화 세계관으로 전생하게 됨.

사람이 반토막이 나도 대충 이어붙이면 살아나고, 벽에 전력으로 부딪히면 납작해지며, 온갖 치명상에도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해지는. 하지만 여자의 알몸을 보거나 새끼발가락을 찧으면 피를 토하는 등 진짜 치명타를 받는, 그런 세계.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에서 출발해. 저런 정신나간 클리셰를 적용받는 주인공이, 시리어스한 다크판타지 세계로 가면 존나 먼치킨 아닐까.

그렇게 해서 주인공은 자기 전 읽던 다크판타지 만화로 2번째 전이를 당하게 되는거임.

원래는 당연히 저렇게 하면 사람이 죽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개그물의 법칙을 적용받아서 멀쩡한 등, 주인공은 주변에서 보기에 무슨 미친 괴물새끼가 따로 없음.

특히 흑마법사의 실험을 받는 장면이 일품이야.

배를 까보니까 장기들이 말을 하고, 피부를 녹여도 금방 낫고 등등.. 심지어 몸을 통째로 독에 집어넣어서 살가죽이 완전히 녹고 장기까지 녹아버렸는데 주인공은 뼈만 남아서 딱딱거리면서 움직이고 말까지 하지.

그걸 보고 당황하며 저게 가능할 리가 없다며 벌벌 떠는 흑마법사, 그리고 한 바퀴 휘리릭하며 도니까 살가죽은 물론 옷까지 돌아오는 주인공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있는 장면.

주인공은 혼자 개그만화의 법칙을 적용받지만 주변인들에게 그 법칙은 이질적이고 괴이함.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주인공이 자신이 초월적인 신체를 내던지며 희생하고 헌신하는줄 알지만, 정작 주인공은 납치, 감금, 신체개조, 인체실험, 각종 폭력이 모두 원래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당하던거라서 그냥 편안하게 있을 뿐임.

가끔씩은 주인공의 신변을 노리는 악인들에게 그 법칙이 옮아서 주인공에게 나쁜 짓을 꾸미다가 새끼발가락을 찧는다거나 난데없이 넘어지고 지 혼자 실패하는 장면도 나옴. 주인공이 악령을 만나니,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을 하셨죠?”라고 물어보니 갑자기 악령이 저 멀리 날아가는 장면도 참 재밌고.

그러는 등, 이 작품은 다크판타지의 개연성을 파괴하는덴 충실하지만, 히로인들의 마음은 철저히 클리셰를 따르고, 특히 개그만화의 클리셰에 매우 충실함. 물론 주인공의 영향이 없는 곳에선 그 어느때보다 분위기가 무겁고 진지함.

이 괴리가 독자들에게는 재미로 다가올 수 있는거지.

볼만한 킬링타임 소설이라고 생각해.

단점이라면, 주인공의 특성상 얘가 나오는 장면은 대개 진지하지 않고, 그냥 애초에 주인공이 진지하지가 않음. 작품이 진행되며 주인공도 자신의 특성이 이 세계에선 정말 강한 힘임을 이해하고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주인공의 성격에도 변화가 생기긴 하니까 초반부에 한한 단점이지.

또한, 개그물은 전체 이용가라서 주인공이 여체에 내성이 없고 둔감하다는 사소한 문제도 있긴 한데...

아무튼, 시간 나면 읽어봐. 적당한 패스트푸드 정도로 칠 수 있는 소설임.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