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다니?"


 갑자기 끔찍한 괴물에게 시달리다 결국 경관인 친구를 찾아가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충격적인 대답을 듣게 되었다.


 "괴물은 오직 네 안에 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럼 그 괴물이 나란 말인가?"


 "아니. 정확히는 당신의 일부지. 네 상처, 공포, 고통이 당신 눈에 괴물로 나타나서 당신을 괴롭히는 거야."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당연히 도망치는 게 아니라 맞서야지. 자, 여기."


 경관은 그의 손에 진압봉을 쥐어주었다. 마치 괴물과 싸우라는 듯이.


 "으르르..."


 멍하니 진압봉을 쥐고 있던 그의 뒷편에서 다시 괴물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호러 게임 '더 크루키드 맨'의 한 장면. 게임의 공포와 주제를 관통하는 존재 '구부러진 남자'이다.


 깜짝 놀랐다면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끈 거 아니다.


 일단 이 존재는 실체가 있는 괴물이 아닌 추상적인 '무언가'가 형상화된 존재다. 더 자세히는 스포일러니 궁금하다면 스팀에서 구매하도록.


 난 돈 때문에 직접 플레이해 본 적은 없고 공략 영상으로만 봤지만, 이걸 보고 인간 내면의 '공포', '고통', '트라우마' 그 자체가 형상화된 존재가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걸 한 번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강력한 존재라도 결핍은 있기 마련이고, 결국 그 틈을 파고들어 나타나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이 존재들은 실체가 없는 불멸의 존재이기에 상대해서 무력화한다고 해도 일시적일 뿐이고 오직 극복을 통해서만 완전히 떨쳐낼 수 있다던가.


 아니면 단순히 악령 같은 존재가 아니라 아예 신과 같은 권능을 가지고 있어서 그의 권속들과 피 터지게 싸우거나 아예 도망치는 일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이들은 주인공의 부정적인 면모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 즉, 주인공이 아무리 강력해도 충분히 위협적인 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로맨스나 순애물 같은 장르에서도 위협적인 적이나 빌런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혹시 이런 존재들이 등장하는 소설에 대한 장붕이들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