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존을 위해, 재산의 보장을 위해, 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 사회를 만들고 서로 다른 국가를 건설했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국가가 선행된 계약을 준수하지 못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만약 국가가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민에게 하여금 신민이나 농노로 돌아갈 것을 명한다면 저항해야 하는가?

만약 그러한 국가 안에서 새로운 계약을 통해 새로운 국가가 발생한다면 두 국가 중 어느 곳이 정당한가?

만약 국민이 그러한 국가에 저항한다면 국가와 국민 어느 쪽이 먼저 계약 불이행을 선언한 것인가?

만약 국민이 그러한 국가에 순응한다면 그것을 국가라고 볼 수 있는가? 그리고 그들을 국민이라고 볼 수 있는가?



[홀라이나 공화국의 헌법이 개정되다! 새로운 헌법은 위원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시!]

"독재 타도! 자유를 빼앗는 위원회는 물러나라!"

[위원회의 중심이 밝힌 포부! 새로운 질서는 위기의 국가를 번영의 길로 이끌 것!]

[남부 아나톨 지역에서 분리주의 운동 폭발! 아나톨 신정부 수립을 선언!]

"우리는 자유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생존을 보장 받는 그날까지 저항할 것이다!"

[아나톨 반란군 게릴라에 의한 테러! 위대한 공화국의 수도가 위험하다!]

[충격! 위원회의 군대가 빼앗은 무고한 목숨들! 외국 기자의 시선으로 본 중부 아나톨 지역의 참상!]

[자유를 위해 투장하라! 신정부는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다! 모두 해방군으로!]

[일어나라! 메아리 뿐인 칭얼거림에 현혹되지 마라! 공화국 군은 대학생들의 자진 입대를 언제나 환영한다!]


"이봐, 맥스. 넌 어디로 갈 거야?"

"나? 나야 당연히 공화국 군이지."

"왜?"

"왜라니, 공화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당연히 공화국 군 아니겠어? 그리고 당연히 공화국이 이길 텐데 멋진 군복 입고 개선문을 통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얼마나 낭만 있어!"

"그런가?"


21살 먹은 대학생 아돌프는 대학에 늦게 온 만큼 대학 생활에 많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아돌프를 반긴 건 그가 상상한 동아리 홍보 게시판이 아니라 입영 게시판이었다.


"그런데 반란군이라면서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야?"

"여긴 대학교잖아. 그놈의 사상의 자유니 뭐니... 윗사람들의 사정이 있었겠지. 그보다 나 오늘 입대 신청 할 거라서 조금 바쁜데, 먼저 가볼게!"

"어, 어어. 다음에 보자!"


홀로 남은 아돌프도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그의 시선은 게시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기어이 고개를 돌렸지만 마음 속은 공화국 군과 해방군으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