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핵과금러들이 먹여 살린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며, 예전의 게임 회사들이 무, 소과금 적대적 운영을 했던 이유기도 하다.


그렇기에 게임 회사들은 핵과금러가 접지 않게 관리한다. 외부에서 핵과금러도 냉대받는 편견이 있는 것과 다르게 매우 극진하게 말이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핵과금러 한명이 3일 동안 접속하지 않으면 긴급 회의가 열린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심한 경우에는 그 유저의 주변에 직원을 심어두는 회사도 있었는데, 우리 회사가 딱 이런 경우였다.


그리고 그 직원이 나다.


[형님 뭐하십니까? 심심한데 레이드ㄱㄱ?]

[ㄴㄴ 나 일중임]

[예? 이 시간에요?]

[ㅇㅇ]


우연이네. 나도 당신 때문에 야근 중인데. 반쯤 노는 거에 가까워서 스트레스는 좀 덜받지만...


저 양반이 친해지기 전까지는 개띠껍게 굴었어서 업무 자체가 힘들었었지.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니 한동안 조용했던 핸드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야 근데 혹시 비싼 음식 좋아함?]

[주말에 시간 되냐? 형이 스테이크 사줄게ㅋ]

[어... 잠시만요]


"과장님!"

"왜!"

"3번 유저가 현실에서 만나자고 하는데요?"

"왜? 현피뜨재!?"

"그건 아니고!"

"야! 그냥 가까히 와서 말해!"


나는 과장의 호통에 쪼르르 달려서 이어말했다.


"그... 스테이크 사준다고..."

"그럼 먹어."

"예? 그러다 실수로 직원인거 밝혀지면..."

"그걸 들키지 말게 처신 잘하라고 회사에서 돈 많이 주는 거 아니야?"

"예..."


나는 시무룩하게 자리로 돌아가 핸드폰을 들었다.


[형님 어디로 몇시까지 갈까요?]


*


[형님 어디십니까?]

[예약석 잡아놨으니까 종업원에게 안내받아]


종업원에게 말 거는 게 제일 어려운데. 그래도 해야겠지...


"저기요... 예약했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예약하신 분 성함이?"


[형님 예약 이름 뭔가요?]

[김예은]


"김예은...?"

"8번 자리로 가면 되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자 이름 같은데... 아니겠지?


여자에 내성이 없는지라 차라리 이름만 여자 같은 남자이길 바랐으나...


"안녕."

"아, 아, 아, 안녕하세요."


불안한 예감은 왜 늘 들어맞는지, 늙고 살찐 탈모 아저씨가 올거란 예상과 달리 예쁘고 도도한 커리어우먼이 김장붕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모쏠아다 김장붕...! 인생 최대의 위기 격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