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준 게임


약피폐? 정도 되는 듯


쓰다 보니 좀 길어짐...

 



 

인류가 문명을 이루고 삼천년이 흘렀다.

 

생명의 존속을 위협하는 제노(Xeno)와의 전쟁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 왔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세계의 저편, 에테르(Aether)에서 넘어왔다는 가설이 전부였다. 그 수는 끝이 없었기에, 혹자는 신이 내린 재앙이라 부르짖었다.

 

이 재앙에 맞서기 위해 인류는 고갈되지 않을 인력자원을 개발했으니….

 

인간이 빚은 천사들을 ‘안드로이드’라고 불렀다.

 

허나, 대량생산 이전에 프로토타입은 존재하기 마련이 아닌가.

 

정식 명칭 4N9EL-A형

 

앤젤라는 신임 사령관의 부관이 되었고 전란 속에서 마음을 키워갔다.

 

인공지능에게 없을 것이라 간주했던 감정을.

 

사모하는 마음은 일기가 되어 매일마다 차곡차곡 쌓여갔다.

 

친애하는 사령관님

어느새 두 번째 겨울을 보네요.

내일이면 사령관님을 처음 뵈었던 11월이 됩니다.

그 추운 겨울철, 당신께서는 부족한 저를 보듬어주시고 격려해 주셨죠.

원래 처음에는 다들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어쩌면 그날부터 였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날 가벼이 넘겼던 기억은 제 마음에 깊게 뿌리내리고 말았답니다.

뛰어난 후배들이 저를 넘어서는 오늘날도 당신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그렇기에 작은 소망을 하나…

 

“아니야! 아니야!”

 

앤젤라는 애써 끄적거린 글귀를 벅벅 지우고 머리를 싸맸다. 그리고 홍조가 오른 볼 살을 지나 가슴께로 손을 쓸어내렸다.

 

조금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하며 머릿속에 남자를 그렸다.

 

굵직한 손이 우악스럽게 과실을 탐하는 것을 망상하며, 현실에서 그 행위를 재현했다.

 

“하으응…♥ 사령관님.”

 

애닳는 소리를 흘리며 전하지 못한 감정을 온 몸에 펴발랐다.

 

바로 그때.

 

“앤젤라. 안에 있어?”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세차게 경종을 울리며 앤젤라를 몽상 속에서 단숨에 끌어냈다.

 

“네, 네! 사령관님!”

 

그녀는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빳빳하게 예를 갖추었다.

 

“쉬어.”

 

사령관의 한마디에 앤젤라는 미소를 보이며 평소로 돌아가려고 했다.

 

“사령ㄱ….”

“쉿. 중요한 일이니 조용히 해줬으면 한다.”

“…네.”

 

하지만 중요한 일이라니 어쩌겠는가.

 

게다가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대했기에 앤젤라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앤젤라. 너도 요즘 일어나는 군용 안드로이드 망실(亡失) 사건을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에게 맡길 중요한 일이 있다.”

“분부만 내려주세요.”

 

중요한 일이라니.

 

그 말에 앤젤라는 뛰는 심장을 억눌렀다.

 

더 유능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지금, 그녀는 불안함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사령관의 옆자리를 잃는 것은 아닌가 무척이나 걱정했었다.

 

금방이라도 참모본부로 훅 떠나버릴 것 같이 구는 사령관이 애초에 잘못했지만 말이다.

 

가족과 헤어져서 군에 입대한지 어언 2년.

 

앤젤라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하나뿐인 동생이 보고 싶어도 참았다. 생애 처음의 사랑을 느끼며 기억속의 존재들이 손짓해도 돌아보지 않았다.

 

바로 눈앞의 남자를 위해서.

 

“작전은 내일 저녁 18시 30분에 실시한다. 자세한 내용은 내일 가면서 브리핑 하도록 하겠다. 극비라는 점을 숙지하도록.”

“알겠습니다!”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으리라.

 

그토록 사령관에게 충성하는 앤젤라니까.

 

하여 사령관은 단호히 할 말만 하고 방을 나갔다. 달칵 소리만 날 정도로 정갈하게 문을 닫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국군 전보국으로.

 

 

 

사령관이 앤젤라에게 극비 정보라 말한 이유는 지극히도 간단했다.

 

그녀가 철저한 망각 속에서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 했으니까. 상부에서 기별도 없이 내려온 시찰 명령을 완수할 겸, 자신의 사리사욕도 채우기 위해서.

 

국군 연구소 부설 해체공방에 전보를 보냈다.

 

『 익일 18시 30분 시찰 예정』

 

해체공방 설비과 주임이 전보를 받은 것은 마침 저녁을 먹던 시간이었다.

 

“콜록! 콜록! 뭐? 시발 좇됐네?”

 

연구소 부설 공방이 아닌가.

 

혹자가 생각하기에는 설비과 주임이 뱉을 법한 말투는 아닐 것이다.

 

아무런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리 생각할 것이다.

 

“요아힘! 브레너! 전부 처리해. 적어도 내일 오전까지는 다 끝내라. 그리고 전부 다 2박 휴가 지급해.”

 

안드로이드 연구는 결코 쉬운 위업이 아니었다. 물적 자원도, 인적 자원도 쪼들리는 상황에서 인공지능과 인간을 모방한 소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둠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전쟁의 장기화로 쇠약해진 국가 마저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되어갔으니.

 

적어도 해체공방의 모든 인력은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죄수들과 부랑자들로 채워넣었다.

 

신실하고 건장한 남성은 빛을 받으며 국민들의 찬사를 받아야 하는 법이 아닌가.

 

해체공방은 말 그대로 폐품을 해체하는 곳이다. 멀쩡한 인적 자원을 지하의 저열한 작업환경에서 썩힐 여유 따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질 낮은 노동자들은 불법 유통경로를 잇는 매개가 되었다.

 

자금과 희귀 금속도 충당하고,

싼 값에 필수 노동력도 얻고.

 

일석이조다.

 

그런 막장인생에게 도착한 두 번째 전보.

 

『 마음대로 처리할 것. 망실, 파손 무관.』

 

이에 설비과 주임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는 상층부의 연구원들과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지하에서 벌어지는 일은 반드시 지하에 머물러야 한다고.

 

반인륜적인 해체공정을 국민들이 아는 순간 총살형이다.

 

아니, 어쩌면 군부 전체가 흔들릴 수도.

 

대 제노(Xeno) 전쟁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군대의 지휘계통이 순식간에 마비될 것이다.

 

인류의 생존을 볼모로 잡아도 세간을 뒤흔든 파문은 위협으로 돌아온다.

 

“시이발. 까라면 까야지.”

 

설비과 주임은 계급장을 떼서 식탁에 쿵 내려찍었다.

 

그는 이제 국군 중위가 아니다.

 

피냄새가 절은 한 명의 건달일 뿐.

 

그렇게 드넓은 반지하에 달빛과 햇빛이 지나가고 불길한 노을이 끼었다.

 

 

 

익일 18시.

 

연구소 시찰을 마친 앤젤라는 마지막 코스를 남겨놓고 있었다.

 

2세대 안드로이드 개발을 참관하고 지하 공방만 돌면 끝날 일이다. 그 뒤에는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을 빌미 삼아서 사랑하는 사람의 존안을 뵐 수 있으리라.

 

그렇게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기에,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연구소에 두더지가 숨어있다고 했었지.’

 

이제는 딱 한 곳 남았다.

 

공방이 지하에 위치한 만큼 수상한 낌새는 농후한 기름 냄새만큼 진했다.

 

이런 의심은 매우 지당했다.

 

그간 출입이 금지된 지하도시와 연구소 공방이 이어져 있다느니 뭐라니… 말이 많았으니까.

 

무서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령관이 있지 않은가.

 

하여, 앤젤라는 사령관의 목소리를 다시 재생하면서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

 

그녀는 사령관에게 받은 지령을 떠올리며 부하들에게 각기 위치로 가도록 명했다.

 

그리고 계단참을 하나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는 올라올 수 없음은 전혀 모르고.

 

서서히 암흑에 잠겼다.

 

* * * * *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분명히 계단을 내려와서….

 

내려와서….

 

순간 욱씬하고 뒤통수가 저릿저릿 합니다.

 

머리라도 얻어맞은 것일까요.

 

시찰을 한다고 군복 정장을 입고 펜과 종이를 들고 온 것이 문제였습니다.

 

무장을 챙겨왔어야 했는데…

 

아니, 그러면 연구소에 출입하지도 못했겠지요.

 

혹시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무서워요 사령관님.

 

아무리 힘을 써도….

 

힘이 들어가지 않아요.

 

아아… 나는 어쩜 이리 어리석었을까.

 

“아가씨. 정신이 좀 드나?”

 

“다, 당신들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두더지인 게 뻔하잖아?”

 

아뿔싸.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사이에 손목을 구속당했습니다.

 

설마….

 

“이거 놔! 놓으란 말이다!”

 

온 몸에 오한이 돌면서 솜털이 곤두서는 게 느껴집니다. 이대로라면 당장 의지할 것은 무선 전신뿐.

 

어렵사리 엄지를 움직여 부호를 보냈습니다.

 

신호가 갔을까요.

 

마도공학의 정수가 깃든 무전이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밖에는 알파팀 이랑 브라보 팀이 진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시간을 벌면.

 

“뭐에 그렇게 열중이실까? 앤젤라 사무관님?”

 

“네가 상관할 것이 아니다.”

 

“훗. 이것 말인가?”

 

“어? 그걸 왜 당신이 가지고 있죠?”

 

“이봐, 앤젤라 사무관님.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 조금은 알려드려야겠는걸? 안 그러냐? 아그들아.”

 

어째서….

 

사령관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설비과 주임이라는 사람이 어째서….

 

남정네 둘을 데리고 저를 포박한건가요?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앤젤라 사무관. 죽기 전에 좀 즐기고 가면 좋잖아?”

 

“당연한 말씀입죠 행님.”

 

“안돼! 이건 아니야… 싫어…. 싫어!”

 

제 처음은 사령관님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건가요.

 

도와주세요 사령관님.

 

저런 흉측한 막대가 제 안을 휘저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비참해집니다.

 

치욕스러움에 목에서 피가 끓습니다.

 

“크흣! 힘만 돌아오면 너희 따위는!”

 

“따위는? 참 쉽게도 말하시네. 요아힘, 브레너. 일단은 사주 경계부터… 흣차!”

 

“아흐윽!”

 

싫어.

싫어!

싫어!!

 

이건 현실이 아니야.

 

사령관님.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당신께 드리고 싶었던 순결을 빼앗겼습니다.

 

저는 이제 당신을 볼 수 없는 걸까요.

 

“아파! 아파! 사령관님! 아파요! 살려주세요흐흑… 흑흑.”

 

“와 씨팔. 사령관 더럽게도 좋아하네. 그렇게도 사령관의 자지가 고팠냐? 이거나 먹어라!”

 

“흐으윽. 흣. 니 녀서그으으읏!”

 

아파.

 

이런 건 싫어.

 

멀어져가… 그분이….

 

저 헐떡이는 수컷 때문에.

 

찰박찰박 튀는 혐오스러운 소리 때문에.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사령ㄱ.

 

“큭. 온다! 역시 프로토타입은 다르네.”

 

“아흣. 뭐가… 온다는…. 설마! 안돼!”

 

“잠자코 있기나 해!”

 

결국 이렇게 더럽혀지는 건가 봐요.

 

아기씨는 당신의 것을 받고 싶었는데.

 

“싼다!”

 

“안돼! 안에는 제발! 빨리 빼! 싫어어어!”

 

사령관님. 어째서 도와주시지 않는 건가요.

 

힘없이 바닥에 깔려 오물이 범람하는 이 느낌이 너무나도 싫은데.

 

사령관님 당신은 어디 계신가요.

 

 

* * * * *

 

 

프로토타입은 항상 양산형보다 카탈로그 스펙을 우월하게 잡는다.

 

그리고 때로는 실제 생산분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이는 법이다.

 

여기 앤젤라도 마찬가지.

 

주임은 예상 외의 복병을 맞았다.

 

물결치는 남보라빛 머리카락.

제복을 터뜨릴 듯 빵빵한 가슴.

그리고 새하얀 살결까지.

 

변태적인 연구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초호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이었다.

 

똘마니 둘이 애써 안드로이드의 팔을 잡고 있는 동안 순식간에 일발을 비웠으니.

 

쫀득하다 못해 안간힘을 쓰고 밀어내려는 고기주름은 극상의 맛을 자랑했다.

 

어디서도 이런 삽입감은 맛보지 못하리라.

 

“이제 시작이야. 앤젤라 사무관.”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앤젤라.

 

주임은 그녀의 탱탱한 궁둥짝을 챱챱 때리면서 매만졌다.

 

다만,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

 

방금까지 난리치던 앤젤라 사무관이 죽은 듯 조용해졌으니까.

 

“어이… 죽었나?”

 

주임은 두 똘마니를 슬쩍 훔쳐봤다.

 

“설마 안드로이드가 이정도로 죽었겠슴까.”

 

의심을 거두지 않는 남정네 셋.

 

그들의 망설임은 빗나가지 않았다.

 

“으아아악!”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킨 앤젤라가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주먹은 주임의 코 앞에서 멈췄다.

 

『 프로토콜 507. 프로토콜 507 』

 

앤젤라의 망막에 명령 프롬프트가 주르륵 새겨졌다.

 

『 인간에 대한 폭력행위 감지됨. 』

『 인간에 대한 폭력행위 감지됨. 』

 

『 자가 진단을 시작합니다. 』

 

“훗. 역시.”

 

주임은 한껏 우쭐해져서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죄목이 확실한 두 똘마니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야. 똑바로 안 잡냐. 머슴아 둘이서 여성 안드로이드 하나 못 잡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안드로읻….”

“말대꾸 봐라? 너네는 입만 써라.”

 

요아힘과 브레너는 아쉬우면서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페기처분 할 것들을 대상으로 마음껏 욕구를 풀어왔던 그들이다. 그러니 방금 막 개봉한 제품은 탐이 날 수밖에.

 

“야 안되겠다. 프로토콜이 있어도 또 한 번 이렇게 날뛰지 않으란 법은 없으니까.”

 

주임은 홀스터에서 18식 권총을 꺼내 앤젤라에게 겨눴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

 

틱.

 

틱. 틱.

 

불발이 났다.

 

눈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 총구는 앤젤라의 감정을 뒤흔들었다.

 

죽음의 예견 뒤에 희망이 찾아왔다.

 

허나, 희망은 그것을 잡을 두 손이 있을 때 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에라이 시팔. 염병하네.”

 

잠깐의 불쾌감을 맛본 후.

 

앤젤라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봤을 때, 주임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문턱을 넘지 못하는 여인은 꽤나 탐스러운 과실이리라.

 

태초의 순결을 더럽히고 끌어내린다는 배덕감은 군침을 돌게 했다.

 

“생각해 보니까…. 요아힘. 브레너. 너네가 입보지를 더럽히기 전에 해야 될 게 있어.”

 

“그게 뭡니까? 중위님.”

 

주임은 부하의 의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서서히 상체를 굽히기 시작했다.

 

눈물을 한 방울 머금은 여인을 응시하며.

최대한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뇌리에 공포를 심었다.

 

“뭐, 뭐하려느… 읍!”

 

열렬히 콧김을 뿜어대며 난폭하게 앤젤라의 입을 유린했다.

 

눈을 감으니 다른 감각이 강해진다.

 

“으읍! 읍!”

 

애처롭게 코로 내뱉는 항의도, 프로토콜 때문에 밀착한 가슴을 밀어내지 못하는 연약함도 퍽 달달했다.

 

그야말로 최상의 향신료다.

 

까끌까끌한 혀와 진득하니 악수하고 점액이 눌어붙은 입천장을 애무했다.

 

감칠맛이 도는 후추에 저 높으신 분들만 맛보는 스테이크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푸하아….”

 

기습적인 키스에 연신 콜록거리는 앤젤라.

 

디저트까지 음미한 후에 주임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막대기를 꺼떡거렸다.

 

“야 그래도 입보지 처녀는 맛봐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여기 사무관님 정신을 쏙 빼놓을 테니까 너넨 가위바위보나 해.”

 

““감삼다 행님!””

 

그가 내린 은총에 둘은 너 나 할 것 없이 주먹을 위로 치켜올렸다. 그동안 주임은 다시 먹잇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보여?”

 

“으아… 아아….”

 

“벌써 고장났나?”

 

분명 앙칼진 저항이 한가득이었다.

 

일자로 앙 다문 조갯살은 힘겹게 열었는데.

 

근데 웬걸.

 

“벌써부터 이러면 재미없잖아.”

 

굳게 닫혔던 구멍이 있었나 싶을 정도.

 

그녀의 아랫입은 뻐끔뻐끔 열렸다 닫히면서 물을 줄줄 흘리기 바빴다.

 

“정신 좀 차려봐. 그래야 따먹는 맛이 나지.”

 

주임은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막대기로 언덕 두개를 번갈아가며 때렸다.

 

살이 부딪칠때마다 나는 소리로 그녀를 깨우려는 생각이었다.

 

챺. 챺.

 

번들번들한 둔덕이랑 육봉이 키스하면서 점액이 길게 늘어졌다.

 

“오. 이제 좀 깨셨나?”

 

앤젤라가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았을 때.

 

해체공방 장인의 허리놀림이 시작됐다.

 

가냘픈 숨소리만이 전부였다.

 

몽롱한 머리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거니와,

고통에 절은 신체는 성대마저 마비시켰다.

 

“그거… 알아? 앤젤라… 사무관.”

 

주임은 연신 파일드라이버를 꽂으면서도 앤젤라 귀에 속삭였다.

 

퍼억 퍽 규칙적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너 임신… 못해. 넌… 안드로이드니까! 물건이… 크흣! 임신하는 것 봤어?”

 

물건이라 해도 한없이 인간과 닮은 안드로이드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따스함이 느껴지는 인공 피부도.

인간의 것과 같은 윤활유도.

폐를 들락거리는 숨결까지도.

 

그리고….

 

앤젤라가 간직한 기억들도.

 

그녀가 알고 있는 가족들?

 

전부 칩에 담겨 이식된 결과물이다.

 

“거짓… 말…. 나는….. 나는…..”

 

앤젤라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부정했지만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았다.

 

주임은 앤젤라 옆에 대충 던져둔 권총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 손잡이로 그녀 머리를 후드려 깠다.

 

파직. 파지직.

 

스파크가 튀었다.

 

아가방을 노크하는 소리에 맞춰서.

 

앤젤라 머리에서 튀는 정전기는 조금씩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었다.

 

이미 남아있는 것도 얼마 없지만 말이다.

 

그 끝에 주임은 쇼트된 칩을 꺼냈다.

 

“이거…. 후으…. 보여? 이게! 니 기억들이다. 하아… 쳐 박으면서 말하려니까 존나…. 힘드네.”

 

철퍽. 철퍽.

 

비오는 날 물웅덩이를 범하는 장화처럼 사양없이 그녀의 기억마저 유린했다.

 

추잡한 소리를 흘리면서.

 

탱글탱글한 가슴을 입으로 덥썩 물었다.

 

 

플라스틱 타는 냄새는 앤젤라의 코를 간지럽혔다.

 

기억이 날아가는 향기를 맡을 수록 그녀는 가족에 대한 기억이 지워져갔다.

 

기억마저 약탈당한다는 무력감에, 울컥.

 

눈꼬리를 타고 물방울이 흐르고,

아랫입이 게걸스럽게 애액을 퍼올렸다.

 

“후으앗! 좀 위험한데?”

 

전보다도 더 속도가 빨라졌다.

 

위에서 찍어누르는 격동도 마찬가지.

 

앤젤라는 난잡한 울림에 몸을 맡기고 하나 둘 기억을 떠나보냈다.

 

마지막 하나만을 남기고.

 

사령관님의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받아들였다.

 

꿀럭. 꿀럭. 밀려드는 온기를….

 

결국, 뱃속을 양껏 채우고 쑥 빠져나가는 감촉을 아쉬워했다.

 

끝까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 세뇌하고 검지로 빈자리를 메우려 했다.

 

써먹고 버려졌다는 사실은 하나도 모른 채.

 

다리가 잘려나가도 자위를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톱날이 지나가고,

고간에 후두둑 피가 튀어도.

 

아니, 정정하겠다.

 

피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니까.

 

안드로이드 소체 순환액이 절단면에서 튀어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열린 귀에 소리가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차가운 전기 톱날을 느꼈다.

 

“야 이새끼야. 정신 안 차려? 요아힘! 단면 깔끔하게 나와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해!”

 

“죄송함다.”

 

“빨리 튀어가서 용광로에 쳐넣고 와. 시간 없어. 할당량 아직 한참 남았다.”

 

앤젤라는 순간 몸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팔다리가 없었기에 흐느적거리는 감촉은 더 이상 느낄 수가 없었다.

 

벌목소에서 가공된 나무토막처럼, 용광로를 향해 던져지는 대로 부웅 날았다 만….

 

- 쿠웅!

 

펄펄 끓는 쇳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닥에 쳐박혔다.

 

“요아힘! 너는 앞으로 10일간 금지다. 이게 아주 빠져가지고….”

 

차라리 지옥불과 하나되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마지막 실오라기 하나 남은 정신이 끊어질 일은 없었을 텐데.

 

 

“사, 령관… 니임….”

 

대략 10일 뒤에도, 앤젤라의 서글픈 외침은 사령관에게 닿지 못했다.

 

“중위 크라우스. 아니, 이제는 대위라고 불러야겠지.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잘 어울리십니다.”

 

“그래? 다음번 연회에 입고 갈 거거든.”

 

“언젠가는 자네도 그 자리에 참석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잘 말씀드려 보지.”

 

2년 전, 그는 일개 대대의 사령관이었다.

 

그런 그가 승진을 하게 된 터라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저 날이 좋아서 해체공방 설비과의 주임을 보러 온 그날.

 

‘사…령관님?’

 

이제는 먹갈색이 되어버린 머리카락을 질질 끌면서 마지막 소원을 성취하려 했다.

 

“그러니까 크라우스. 할당량 좀 잘 맞춰.”

 

툭. 툭.

 

사령관은 설비과 주임 크라우스의 어깨를 살포시 두드리며 압박 아닌 압박을 주었다.

 

“근데 저건 뭔가? 크라우스. 좀 안 보이게 치워두면 어디 덧나나? 할당량 맞추는 건 기본이고 청소도 좀 해야지. 핫핫하.”

 

“사, 사령…관…님…”

 

뭉툭하게 붙어버린 살덩이를 부비적대면 뭐하나. 앤젤라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더러운 공방 바닥에 키스마크를 남겼다.

 

그저 버둥거리며,

 

하염없이 멀어지는 그림자를 눈으로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