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 중, 기사는 힐러가 부른 콧노래가 어딘가 익숙해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힐러는 콧노래 부른 것을 들킨게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아, 그, 그게 그냥 어디서 들어본 듯한 느낌이라서...."


기사는 그 노래를 적당히 흥흐흥 하면서 멜로디를 읊었다.


"~♬"


"어..."


"이런 노래지?"


"아, 네. 맞아요. 엄청나게 익숙하네요."


"나는 우리 마을에서 엄청나게 자주 들었어. 악사들이 자주 연주 해줬거든. 제목은 모르지만."


"그런가요? 기사 씨는 분명히 남부 마을에서 자랐다고 하셨죠."


"맞아."


"신기하네요. 저도 마을에서 들었던 것 같거든요."


"힐러 씨는 북부 마을이었잖아?"


"네. 거리로는 엄청나게 떨어져 있을 텐데…."


"악사라는 놈들은 맨날 쏘아다니잖아?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그럴 법 하네요. 항상 여기 저기 돌아다닌 이야기를 많이 하셨으니."


힐러는 잠시 옛날 일을 생각 했다. 그리고 생각나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렀다.


"~♪"


"오... 굉장한데."


"헤헤, 사실 사람들 앞에서 부르는 건 처음이에요."


"그래? 그거 영광이네. 첫 관객인 셈이네."


"아, 아니요 그럴 정도는 아닌데...."


"연주하는 악기는 있어?"


"있을 리가요. 악기를 연주 하는 걸 구경만 해봤는 걸요."


"그렇구나 흐음."


기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힐러는 그 모습을 잠자코 보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기사가 입을 뗐다.


"그럼, 내가 하나 마련해줄까?"


"예? 아뇨 아뇨 아뇨 그럴 수는 없어요."


"뭐야 그 반응은. 주겠다는 사람 무안해지게."


"죄, 죄송해요. 하지만 저는 받을 수 없어요."


"왜? 선물이야 그냥. 부담 가질 필요 없는데."


"저, 저 악기 같은거 하나도 모르고 받아 봐야 그냥 애물단지가 되고 말거에요. 저 같은 거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에게…."


속사포처럼 변명을 쏟아내는 힐러에게 기사는 말을 끊었다.


"힐러 씨. 처음부터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 어딨어?"


"예? 에?"


"그렇게 송구스러우면 받고 나서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거잖아? 잘 다루면 아무 문제 없다구."


"그,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뭐 그냥 개인적으로 인연이라 생각해서 그런거야."


"인연이요?"


"그 노래."


힐러는 아까 휘파람으로 불렀던 멜로디를 떠올렸다.


"들었을 때 좋았어?"


"예... 좋았지요."


"나도 그랬어."


기사의 그 말에 힐러는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힐러 자신도 왜 고개를 돌렸는지는 몰랐다.


"신기하잖아? 나 어렸을 때 들은 노래를 나 혼자만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누군가도 그걸 듣고 좋았다고 생각했단거니."


"그, 그렇네요?"


"아까 든 생각이지만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니. 으음, 뭔가 더 설명을 잘 못하겠네."


기사는 턱에 손을 괴었다.


"하여간에 나랑 같은 노래를 듣고 같은 감정을 품은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런거야. 이제는 그 노래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힐러는 남부 마을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쁜 이야기는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 그런 거라면... 알았어요."


"좋아. 그럼 뭐 받고 싶은 악기 같은 거 있어? 휴대 하기 쉬운 쪽이 좋겠지?"


"아, 아뇨 그런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악기 배운 것도 없고...."


"잘 됐네. 그럼 적당한 거로 선물해도 된다는 거잖아?"


"적당한거라니, 잘 아시나요?"


"아니? 잘 모르는데."


그 말을 듣자 힐러는 황당했다.


"그러면서 선물해준다고 하신건가요."


"몰라도 선물은 할 수 있잖아?"


기사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기 하지만..."


"그럼 뭐, 내가 좋아하는 악기로 선물해줄게."


"기사 씨가 좋아하는 악기요?"


"파이프는 부피가 너무 크지? 으음, 피리가 좋겠네 그럼."


기사는 혼자서 이것 저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힐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기사가, 자기가 좋아하는 악기를 선물하고, 그리고 나면 자신은 그것을 열심히 연습한다....


그 모양새가 마치 연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힐러는 고개를 마구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은 평소에 하지도 않았는데, 왜 오늘 따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뭐야? 왜 그래?"


"몰라요!"


"....?"


기사는 영문을 모른채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