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적 재능으로 우주를 통일해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위대한 황제


원한 살 만한 짓을 좀 많이 한지라 쫄려서, 죽었다고 위장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냉동수면에 들어감






그렇게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뒤 깨어나 보니, 인류 문명은 카르다쇼프 3유형 이상으로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음


근데 문제는 너무 발전해서 뭐든지 할 수 있으니, 오히려 투쟁심도 항상심도 다 사라지고 가축으로 전락함


정부, 사회, 가족마저도 형식적으로만 남아있고, 죄다 가상공간에 틀어박히거나 해괴한 뻘짓들만 하는 상황


이해할 엄두도 못 낼 압도적인 기술력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잠재력을 상실한 인류의 현실에 분노한 황제 폐하


근데 뭐 어쩌나, 결국 황제도 똑같이 가상공간에 틀어박혀 히키코모리 짓이나 하는 신세가 됨


너무 지루해서 외부 은하 개척 선단에라도 지원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 때,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 악몽에서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끔찍한 존재들이 쳐들어옴


기술력 같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불가해한 권능 앞에, 인류는 그토록 발전했음에도 속절없이 무너짐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다는 게 뭐였는지도 잊어버렸기 때문


이렇게 자기 적성에 딱 맞는 상황이 닥치자 구심점이 되어서 인류를 재정비하고 다시 전사로 벼려내는 황제 보고싶다


부하들이 적이 너무 강하다고 걱정하거나, 차원 관통 입자포와 시공간 왜곡 방어막 출력이 약하다고 투덜대면


라떼는 말이야 어? 생짜 열광선이나 매스 드라이버 쏘면서 악으로 깡으로 싸웠어 이놈들아 어? 라며 꼰대질하는





십만년만에 깨어난 함장님 이라는 작품이 약간 비슷하지


황제가 돌아왔다 도 있던데 좀 구설수가 많길래 보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