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래요 무당양반. 당신 눈에도 저 년이 보입니까?"

"네. 보입니다. 귀신이네요. 죄송하다고 빌고 있고요."

"참 다행히군요. 솔직히 제가 정신병에 걸려 헛것을 보는줄 알았는데. 허허..."


실소를 터뜨리는 중년 사내의 옆에는 퇴마사 일을 하고 있는 무당이 있었다. 무당은 하염없이 죄송하다고만 울부짓듯이 외치는 처녀귀신과, 어딘지 모르게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는 사내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 귀신을 퇴치하면...."

"아뇨. 퇴치하면 안됩니다. 대신 다른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지."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당신에게는 귀신을 만지고 접촉할 수 있게 해주는 부적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렇... 습니다."

"사례는 충분히 하겠으니 그 부적을 저에게 주시지요."


무당은 망설이다가 남자에게 물었다.


"보통은 그냥 드립니다만.... 아무래도 당신과 저 귀신 분이 누군지가 짐작가는지라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당신은 저 귀신에게 복수를 할 생각이십니까?"

"허.... 전국에 이름과 용모가 퍼진건 정말 짜증나는군요. 그래요, 그 간살사건에서 누명 쓴 사람이 접니다."

"그럼 역시 저 귀신은...."

"그 사건 피해자죠."


"선생님. 저 여자는 죄가 없습니다. 당신이 분노해야 할 대상은 검경이나 법원, 아니면 진범이 아닙니까."

"진범은 이미 시체가 되어서 처벌도 못 받는데 무슨... 검경하고 법원은 그냥 멍청한 놈들일 뿐이고."


"정말 화나는게 뭔지 아십니까? 저를 진범으로 확신하고, 제 가족들에게까지 화풀이해서 인생 망친 주제에 진실이 드러나고 나선 사과도 안 하고 잠적한 유족 양반들입니다."


"그리고 진실이 드러났다고 제가 그동안 고통받은게 사라집니까? 무려 20년을 감옥에서 썩었단 말입니다. 진짜 범죄자 놈들에게까지 쓰레기 취급당하며! 그리고 지금도 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저는 억울해서 못 참습니다. 적어도 이 억울함을 풀려면 제가 진짜 죄를 지어야 할거 같습니다."


남자의 한 섞인 한탄을 듣던 무당은 결국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내서 내밀었다.


"제가 주제가 넘었던거 같군요..... 드리겠습니다. 사례는 딱히 필요없습니다. 다만.... 그래도 다시 한번 더 생각하십시오. 저 여자도 불쌍하지 않습니까? 자기 죄도 아닌데 여기까지 와서 빌고 있기까지 한데...."

"제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결국 무당은 한숨을 쉬고 집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이마에 부적을 붙였다. 그러니 정말로 귀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히익!!!"

"정말 잡히네. 부적 쓰니까 목소리도 사람같이 들리고. 그럼 이제.... 정말 죄송하다는 증명을 해야겠지?"


남자는 여자 귀신을 붙잡아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하였다. 하지만.....


"저.... 정말 죄송해요.... 저한태 화풀이하셔도 좋아요.... 무... 무섭긴 하지만.... 흐윽 흑..."

남자의 화풀이를 받아들이겠다 하면서도 벌벌 떠는 그녀의 처절한 모습에 남자는 죄책감이 들었는지 손짓을 멈추고 일어나서 뒤돌아 앉고 한탄했다.


"하... 내가 진짜 뭔 생각이람.... 아무 죄도 없는 애한테.... 이래서야 진짜 죄인이나 다름없잖아....."

그렇게 넉두리하는 남자를 그녀는 감싸며 우는 채로 외쳤다.


"아니에요! 괴롭히셔도 되요! 마구 때려도 되요! 범해도 되요! 저 때문에 고통받은거나 다름없으니 저에게 푸셔도 되요! 그러니까 흑흑....."

그렇게 남자를 끌어안고 우는 그녀를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됐어... 걍 내가 미친 거였지... 정 죄송하면 나랑 얘기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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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누명 쓴 남자에게 그 사건 피해자 귀신이 나타나는 이야기가 보고 싶다.

고통받으면서 심성이 뒤틀린 남자는 처음에는 그녀에게 화풀이하려 하지만, 죄책감 때문에 그만두고 대화를 하며 마음의 응어리를 조금 풀어내는게 보고 싶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안 강압적이고 상냥하게 귀접야스하고 순애하는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