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아......."

 

언제부터였을까?

 

일이 이렇게 틀어진 것이.

 

"제발...안 돼......“

 

내가 녀석의 봉인을 풀어버렸을 때? 

 

[끄윽...끄으으으윽......]

 

그 망할 자식과의 싸움에서 녀석과 계약했을 때?

 

아니면, 몸의 주도권을 되찾는 것에 실패했을 때?

 

모르겠다.

 

모르겠단 말이다.

 

“안 돼...제발.......그러지 마.......”

 

온 힘을 쥐어짜내, 몸을 옭아매는 쇠사슬들을 끊어가며 창문 너머의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나의 외침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그...웬...제발......]

 

"제발...도망쳐...이 바보야......"

 

빌어먹을 창문을 손톱으로 긁어가며, 나는 그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외침은 그에게 닿지 않았다.

 

[정신 좀...차려 봐......]

 

"그를 살려주세요...제발......"

 

손톱이 부러지고, 손가락이 벗겨지며 선혈이 벽을 적셨다. 

 

그러나, 여전히 닿지 않았다.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응...?]

 

“제발...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세요...제발......”

 

그러나, 닿지 않았다.

 

[제발...돌아와 줘......]

 

"뭐든지, 뭐든지 하겠습니다...그러니 제발.......“

 

닿지, 않았다.

 

[그...웬......]

 

[-거절하지.]

 

촤악-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목이 날아가며 선혈이 솟구쳤다.

 

“아...아아......”

 

끝났다.

 

창조신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자인 ‘강림자’를 잃은 세계는, 이제 멸망을 향해 달려갈 일만이 남았다.

 

[큭, 큭큭큭큭......]

 

보란 듯이 그의 목덜미를 잡아챈 채로 짓는 녀석의 웃음은, 너무나도 비릿했다.

 

이를 악문 탓에 입가를 적시며 흘러나오는 피보다도, 녀석의 조소는 비릿했다.

 

“거짓말......”

 

[좋은 표정이구나.]

 

“.......” 

 

[자아, 그래서 어떤가?]

 

“......안, 돼.”

 

[-자신의 손으로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를 죽여버린 소감은?] 


“......아. 아아.”

 

생각났다.

 

내가 이 세계를 멸망으로 치닫게 한 순간이.

 

 

.

.

.

 

 

 

“......응?”

 

10년하고도 3개월 전.

 

“......이건?”

 

나는 녀석을. 

 

 

"......사람이잖아?"

 

'코펠리우스'를 처음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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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해가 완전히 저물며 모두가 잠에 들 때즈음.

 

“응?”


득실거리는 벌레들과 차디찬 공기만이 맴도는 초라한 주택가에, 한 모녀가 살고 있었다.

 

“오늘도 옛날 이야기 해주면 안 돼요?”

 

“음...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부모는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운 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부모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는 듯 보이더니, 

 

“...옛날 옛적에, 한 영혼이 있었어요.”

 

이내 입을 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영혼은 항상 너무나도 외로워했어요.”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가족에게 이름조차 받지 못했던 영혼은, 오랜 세월동안 자신의가족을 찾아 떠돌아다녔어요.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대륙을 오가며, 영혼은 자신의 가족을 찾고자 이 드넓은 세계를 계속해서 돌아다녔죠.

 

바다에서는 파도에 휩쓸리고, 사막에서는 온 몸이 메말라갔지만, 영혼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나아가고, 또 나아가고. 

 

그저 나아가기를 반복했던 영혼은, 마침내 그곳에 도달했어요.

 

그곳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렇게 불리고는 했죠.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의 안식처],

 

[영혼과 육체가 탄생하고 나뉘는 신의 찬송가],

 

[생전의 업과 죄를 단죄하는 태초의 심판장].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우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이름으로는,

 

-[세계의 경계선], 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어요.

 

그곳에는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선과 악 같은 모든 진리와 지혜가 있었죠.

 

영혼은 그곳에서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었어요.

 

탄생과 죽음, 우주의 순환, 영력의 근원...

 

영혼은 모든 것을 얻었고, 모든 것을 가지게 되었죠.

 

다만,

 

여전히 영혼에게는, 자신의 가족이 없었어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외로웠던 영혼은, 자신이 깨달은 모든 이치와 진리를 이용해 새로운 피조물을 창조했죠.

 

흙으로 몸을 빗고, 물과 바람으로 그들의 형태를 다듬었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종족이였어요.”

 

“우와! 정말요?”

 

아이는 어서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물론이지. 더 듣고싶니?”

 

“네!”

 

“...영혼은 인간을 만들었지만, 특별히 그들을 보살피지 않았어요.”

 

그저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자원과 환경을 제공해주었죠.

 

그렇게 주어진 환경에 무사히 적응한 인간은, 무서운 속도로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어요.

 

불을 피우고, 전기를 발견하고, 심지어 몇몇 우주의 섭리마저 알아내었죠.

 

하지만 너무 인간에게 소홀했던 탓일까요?

 

영혼은 너무나도 빠르게 성장한 인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말았어요.

 

처음에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인정하지 않았어요.

 

[인간은 생물의 진화로서 태어난 존재다.]

 

[인간같은 정교한 생물을 누군가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다.]

 

대부분 자신의 창조자를 부정하며, 자신들이 생물의 정점에 서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국엔 모든 인간이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자신들의 창조주가,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죠.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낸 영혼은 그들에게 말했어요.

 

[나의 피조물들아, 어찌하여 나를 부정하려 드느냐?]

 

인간은 영혼의 말에 화답했어요.

 

[설령 당신이 정말 우리의 창조주라면, 어찌하여 우리를 내버려 두셨나이까?]

 

[우리들의 소중한 가족은, 당신의 무책임함 때문에 이 세상을 떠난지 오래입니다.]

 

[당신은, 소중한 인연을 잃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

 

[당신은, 인간의 세상에 대하여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모른다.]

 

영혼은 대답하지 못했어요.

 

영혼이 인간들에게 무관심하지는 않았으나,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못했으니까요.

 

[가족들에게 버려져, 홀로 외롭게 천천히 죽어가는 노인의 슬픔을 알고 있습니까?]

 

[......모른다.]

 

이번에도, 영혼은 대답하지 못했어요.

 

평생동안 인연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한 영혼은, 그것이 어째서 소중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권력과 탐욕에 눈이 멀어, 무고한 이들을 해치며 자신의 가족마저 집어삼킨 극악무도한 살인귀의 정체는 알고 계십니까?]

 

[.......]

 

[...그렇다면,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약재를 찾아다니는 한 청년의 이야기는 알고 계십니까?]

 

[.......]

 

영혼은 인간들의 외침에, 그제서야 자신이 인간들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당신은, 정녕 우리의 창조자가 맞나이까?]

 

[......]

 

영혼은,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피조물들이 자신에게 원망이 담긴 마법을 날리고, 한을 가득 담은 저주를 걸어도, 영혼은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점차 힘을 잃어가며 인간들에게서 도망치던 영혼은,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 자신의 영혼을 열두 개로 나누어 인간계의 각지에 흩뿌렸어요.

 

인간들은 그 파편에 ‘코펠리우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강력한 봉인주문을 걸어서 영혼이 깨어나지 못하도록 했어요.

 

 

“......그렇게 해서 우리 마을이 지키고 있는 게, 바로 그 영혼의 파편이란다.”

 

“우와......”

 

“저 영혼이 풀려나면, 정말 큰일나니까 딸이 잘 지켜야 해?”

 

“네!”

 

“나중에 엄마가 없어져도 꼭 저 파편을 잘 지켜야 한다? 약속이다?”

 

“엄마가 왜 없어져요! 자꾸 그런 말 하지 마요!”

 

“...응,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네.”

 

그렇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아이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영혼의 봉인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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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러고 나중에 봉인풀린 영혼을 자신의 몸에 직접 봉인해서 가끔씩 이중인격이 되어버린 여주...


그러나 영혼의 인격이 튀어나오면 미친듯이 강해져서 먼치킨이 되어버려 문제를 척척 해결해나가는 여주...


하지만 조금씩 힘을 되찾은 영혼에게 육체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피폐찍는 여주...


그러다가 갑작스레 등장한 자신을 제어하고 영혼을 죽일 수 있는 남주가 등장하고 로맨스물 찍는 여주...


그런데 갑자기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폭주한 영혼에게 주도권을 다시금 빼앗기고 자신의 유일한 제어기인 남주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리는 여주...


꼴리지 않나요...?



아 물론 다음화 같은 사소한 것은 제 알빠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