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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족.
마족..
천성의 악함을 숨기지 않는 존재 자체가 악한 쓰레기들.
나는 몰랐다. 우리가 그들에게 그런 식으로 보이는지.
마왕. 확실히 그라면 악이라는 프레임이 옳지.
그는 악이 맞다.
마계를 지 좆대로 다루고, 인간들의 세상마저 자신의 입맛대로 다루려고 하루하루 전력을 증강시키며, 나와 같은 약한 자들은 수탈하지.
나는 내가 악인지, 선인지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왕이 악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인간들. 그 중 일부는 고결함을 타고난다고 전해진다.
드높은 이상과 굳센 의지. 나에겐... 없는 무언가.
하늘을 우러러보며 인간들의 신을 찾았다.
인간들의 신은 마족따위 보살피지 않으려고 하겠지.
아니, 어쩌면.
이 마계에 그 권능이 닿지 않는 것일 뿐일수도.
단검을 챙겼다. 간단한 식량과 옷가지와 함께.
싸움엔 재능이 있노라고 자신할 수 있던 나였기에, 식량이 다 닳아버린 후엔 짐승의 생고기를 뜯으며 나아갔다.
인간들은 변경의 방위가 철저하지만, 보통의 인간들은 마계에 발을 딛기만 해도 쇠약해지기에 마계의 변경에 방위 따위는 없었다.
마계를 빠져나가는건 너무나 쉬웠다.
그저, 걷고 또 걷기만 하면 될 뿐. 1년동안.
척박한 땅에 풀이 듬성듬성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3일간은 뛰었다.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지막의 마지막.
여정의 종지부. 이 생도, 하나의 여정일테니.
죽는다. 탈진하여 죽는다.
이 풀밭에 쓰러진다.
하얗게 빛나는 태양을, 이 두 눈에 담으며.
여기라면, 신에게 들릴 테니까.
이 썩은 땅을 구원해주시오. 당신이 직접 나설 수 없다면, 누군가 대리인을 세워서라도.
그러자 대답이 들려오길.
그대의 구원은 그대 스스로 하십시오. 난 거들어줄테니.
눈앞이 하얘진다. 의식이 끊어지며 시야가 아득해지는게 아니라, 정말로 눈이 빛으로 가득 차며.
* * *
창조되길 악한 생명체라...
제 피조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진실인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이번 대의 용사는, 한번 변칙을 주는 것이 좋겠네요.
저는 당신을 쭉 지켜봤습니다.
당신의 고결함을 눈여겨봤죠.
드높은 이상. 굳은 의지.
고상한 성품. 그리고 순수함과 무결함.
왜 다들 착각을 하는걸까요.
왜 인간들은... 왜 제 피조물들께선 으레 착각하고 계실까요.
고결함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악 역시, 마족의 전유물이 아니고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