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TV를 보면.

꼭 조연은 주인공이 올때까지 버티다 쓰러지지 않는가.

항상. 무슨수를 써도.

산기술을 만들어도.

지기만 하는 그런 캐릭터.

혹은 빌런이 등장하고 

긴장감을 주기위해 초기 대응하는 하위능력자라든가.

...

그게 내가 될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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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 이능을 각성했다.

계통은 신체.

출력은 E급.

능력의 고하는 상관없었다.

7살의 나는 순수했고.

영웅을 동경했다.

원장님은 그런 나를 응원해주셨다.


12살.

특수인재육성기관에 입학했다.

하위권이지만 기뻤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꼭 영웅이 될 것이다.


15살.

상담에서 영웅이 목표라했다.

...조금은 비웃으셨나?

더 노력해야겠다.


17살.

첫 구조활동에 나섰다.

아직도 내가 구출한 아이의 웃음을 잊지못한다.


23세.

처음으로 졌다.

내가 강하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안다.

아직도 괴인에게 당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나는 조금 더 노력하기로했다.


32세.

씨발.

오늘도 졌다.

좆같은 괴인새끼와 피해자의 유가족이 자꾸만 떠오른다.

얼마나 더 노력해야 이길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노력해야 영웅이 될 수 있는 걸까.



35세.

신종 괴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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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현.

正道賢.

어질고 바른길을 살아라.

원장님이 지어주신 이름.


원장님께는 죄송한 마음 뿐이다. 

아무리 [특수개체우선진압부]의 평균수명이 짧다고는 해도.

30대에 갈 줄은 몰랐는데.

많이 슬퍼하시겠네.


고개를 돌려 깨진 유리 조각을 보니 내 몰골이 보인다.

꼴이 말이 아니네.


어릴적의 순수했던 눈은,

도시의 하늘처럼 혼탁해졌고.


학생의 단정한 머리는,

어느새 그의 인생처럼 헝클어져있었다.


청년의 밝고 해맑았던 얼굴은,

악귀같이 일그러졌다.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던 입술은,

사막처럼 건조한 목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

이제 나는 죽는 건가?

협회의 지원을 기다리면서?

어릴 적 TV에서 봤던, 

극적인 순간에 주인공이 오는 일은 없다.

남은것은 초기대응을 맡은 우리팀.

문제는 모두 쓰러져있다는거지.


한탄해봤자 소용없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말은.

이미 학교에서 들은 걸로 충분했으니까.


나는 만족한다.

엑스트라라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니.

이 얼마나...다행인 일인가.


외면하지 않는다.

물러서지 않는다.

노력한다.


뭣도 몰랐던 어린 시절.

만화에 나오는 유치한 대사를 보고 따라 만든 각오였다.

뭐...부끄럽다고는 생각해도, 한번도 이를 어긴 적이 없는 건.

별 볼일 없는 내 인생의 유일한 특이사항이 아닐까.

그덕에 많이 맞았지만 말이다.


아. 이제야 오는군.

날 후려팰때는 언제고, 또 이럴때는 굼벵이 같다.


그럼, 가볼까.

내 뒤의 수많은 대피자들을 위해서라도,

내 한 몸 부서져라 막아봐야지.

아니, 아니다. 

여기서 부서질 순 없지.

역경을 딛고, 적을 멋지게 때려부숴야지.

안그래?

그게 영웅이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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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해진 소식입니다.

협회의 C급 영웅, 정도현. 코드네임Unbreakable 이 신종 괴인과 함께 공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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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결과에 따르면 고 정도현씨가 상대한 괴인의 등급은 

추정 S급으로 확인되며....

당시 수도권에 영웅들이 밀집되어있는 것을 파악하여

지방을 노린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협회의 관계자들은 해당 영웅의 코드네임을 

등록불가로 변경하고, 훈장을........






항상 주인공 올때까지 버티는 하위 능력자들이 진짜 영웅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