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빠.

 생각해보신 적 있어요? 사랑이라는게 뭔지.

 인간 감정의 극한이라거나... 단순한 호(好)의 감정이라거나... 심지어는 그걸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그런 괴상하고 휘황찬란한 말까지 있어요.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욕망이랍니다.

 왜 그걸 감정이라는 조잡한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다들 쓸데없이 고상한 척 하려는건가?

 자신의 탐욕을, 지고의 감정이라고 속이려는거 아닐까요?

   “솔직해지자고요, 우리.”

 - 스륵..

 옷이 힘없이 풀어헤쳐지자, 힘없이 뜨여있던 그이의 눈의 동공이 확장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몸매에는 자신이 있거든요. 얼굴도.. 당연히 자신있고.

   “꼴리잖아. 이걸 보고 욕망이 안 들면 그게 시체지. 살아있는 남자가 아니에요.”

 오빠는 계속 눈을 돌리려고 했지만 저는 손을 그의 이마로 가져다 대어 시야를 고정시켰습니다.

   “섹스. 하고 싶죠? 이런 훌륭한 육체와 맞닿아서 쾌락을 얻고... 그런 거. 상상해 보셨잖아요. 당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등급을 매기자면 1등급을 넘어서, 특급이라고 칭해도 모자르지 않을 여성과 가쁜 숨을 나누고, 체액을 느끼고.. 체온을 주고받고.

 사람들은 으레 지레짐작하겠죠. 당신과 같은 남성에게, 저와 같은 우월한 여성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런데, 아무도 제 의견은 묻지 않아요. 당신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제게 어울리는 사람인데. 그 인간들에게 저와 같은 사람은... 좀 씹다 뱉을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거든요.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빠는 그러자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울먹이면서.

   “제발... 이건 아니야.”

 자신의 마음이, 절박함이 제게 닿길 바라며. 그렇게 울먹였어요. 당신의 그 절박함... 이미 닿은지 오래인데.

   “푸흐.”

 아. 웃겨라.

   “알아요. 이게 잘못된 무언가... 죄악 등...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고 당신에게도 상처를 입힐 무언가라는 것쯤은.

 근데요, 오빠가 잘못한게 많아요. 정말로. 당신이 먼저 내 눈에 띄었고, 날 구원해주고, 그 시궁창 속에서 날 꺼내줬죠. 그렇게나 당신은 날 당신에게 의지할 수밖에는 없는 쓰레기로 만들고, 그래놓고... 당신은 나의 영웅, 나만의 영웅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지. 당신의 선의는 세상을 향해있었고, 나의 욕망은 여전히 당신을 향해있었어요.

 그걸 알아주지 못한 건, 당신의 죄에요. 당신이 날 구해주고 모든 것을 줘놓고, 제 세상의 거대한 일부분이 되어놓고, 정작 당신 본인은 제게 안 주겠다는 게 미친 거죠. 제가 그걸 바랄 것을 예상조차 못 하는 게 미친 거라고요.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들. 당신에게 구원받고선 다들 자기 갈 길을 떠났어요. 아니, 대부분. 거의 다. 당신이 자신을 구해준 건 줄도 몰랐죠. 나만은, 당신에게 감사했어요. 당신의 진짜 모습을 아는건 나 뿐이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은 그냥 지나가는 C급 생도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자 그이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하며... 그 모습마저도 아름다워서 미칠 것 같아요.

   “감사하면... 이러면 안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겠죠. 예. 알아요. 제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 쯤은. 하지만, 사랑이라는게 원래 그래요. 대단한게 아니라니까? 그냥, 내가 당신이랑 미친 듯이 섹스를 하고 싶고, 당신의 유전자를 품어 당신의 대를 잇고 싶다는 욕망을 정당화할 수단이에요. 그 욕망으로부터 비롯된 추악한 탐욕... 전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퉁치면 해결되잖아요.”

 그리고 자연스레 그의 바지 쪽으로 손을 뻗어가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봐요. 이렇게 몸집도 작고, 귀엽고 곱상하게 생긴 주제에... 달고 있는 물건은 이렇게나... 이건 누군가가 써야죠. 당신이 무엇을 했고, 그걸 위해 뭘 희생했는지 알아주는 사람이 쓰는게.. 제일 적당할텐데.”

 그는 제가 뭘 할 지, 너무나도 선명해진 탓에, 팔로 눈을 가리고 훌쩍이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다시 시작해보자... 이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날, 당신이 없으면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당신이, 오빠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워. 그 시절의 나는 홀로 그 모든 풍파를 견뎌냈고, 넘을 수 없던 산과도 같던 그 버러지들을 언젠간 이겨먹어서 그 시궁창을 탈출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근데... 그런데...! 당신이, 한순간에. 손짓 한 번에 그 산을 지웠잖아. 네? 오빠가... 제가 평생 스스로를 갈고닦아도 못 넘을 것 같던 그 거산을 없앴잖아요... 당신 때문이야. 내가 이렇게나 나약해진것도, 이까짓 욕망도 못 이기는 병신이 된 것도, 전부 당신 때문이라고요!!!”

 그의 팔이 움직여 그 아래의 금색 눈을 드러냈고, 그 눈은... 죄책감으로 차 있었어요.

 내가 씹년인건데. 내가 지금 나쁜건데.

   “근데.. 왜... 이딴 좆같은 억지를 듣고도. 왜 당신이 죄책감을 느끼고 지랄이신데요... 왜... 왜... 왜에!!!!!

 왜 그딴식으로 착해빠져서, 지금 당장이라도 날 제압하고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데요... 끄흑, 으흐흑...”

   “미안해.”

 아.

   “내가 잘못한게 맞는 것 같아...”

 지랄.

 당신은, 이게 문제에요. 오빠는 이게 문제라고. 좆같이 착해빠져서 이런 상황에서도 본인을 원망하는 호구인게 문제라고요.

   “...오빠. 전 지금부터 오빠를 강간할거에요.”

 그리고... 나는 대책없는 썅년이고.

 결국 욕망을 못 이기는 쓰레기, 병신.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게을러빠진 나무늘보.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이렇게 가슴 깊이 사랑하면서도... 지금 당장도 상처를 주려 하는 모순적인 인간.

 사랑은 변명이에요.

 나는 당신 없으면 살 수 없다. 이 말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얼굴에 까는 철판.

 별거 아니잖아요.

   “... 나도, 널 사랑하려고 노력해 볼 테니까.”

 이렇게나 간단한건데.

 왜 이렇게...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