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레-이-먼! 엄격한 규율과 단련된 심신, 그리고 왕국에 대한 충성입니다!”


“교범이랑 기사 맹세에 있는 거 말고, 새꺄. 우리 같은 기사들이 ‘초인’ 소리 듣는 그 힘 말야.”


“죄송합니다! 아직 인수하지 못했슴다!”


“죄송할 거 없어, 내가 인계하러 온 거니까. 길게 끌 것 없이, 정답은 바로…… ‘말(steed)’이다.”


“잘못 들었슴다?”


“말이라고, 말. 네가 현장에 타고 나가는 말. 아, 굳이 말(horse)일 필요는 없어. 어쨌든 타기만 하면 그게 곧 탑승마(steed)니까. 여기까지, 질문?”


“어, 그럼 소나 당나귀 같은 것도 됩니까?”


“고롷치. 우리 휴먼들이나 저쪽 오르크들은 말을 주로 타지. 드워프들은 산양이나 염소, 엘프들은 표범이나 랩터를 타고. 듣기로는 고블린들은 개나 늑대를 탄다더라.”


“예 알겠슴다!”


“알아야 할 거 더 있다. 아까 내가 기사의 힘은 탑승마에서 온댔지? 너네 신병들도 다음주부터 배울 텐데…… 미리 말해줄게. 이게 처음에는 탑승마의 체력을 빌려다 쓰는 거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이런저런 동물적 특성을 빌려오는 거까지 간다.”


“특성, 말씀임까?”


“어. 아 그렇다고 우리가 뭐 수인들처럼 귀랑 뿔이 돋아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가령 우리처럼 말을 타는 기사들은 말의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얻는 거야. 그리고 정력도.”


“…… 정력, 말씀임까?”


“새끼, 벌써부터 그쪽에 관심 갖냐? 우리 기사들이 괜히 여자들한테 인기 많은 게 아냐. 뭐 어디서는 기사들 거시기가 말좆처럼 크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아다들 호들갑이고.”


“…… 예, 알겠습니다!”


“새끼 대답은 잘하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아, 기사들 중에는 마수를 타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 당연히 그 마수 탑승마의 마법능력도 일부 얻게 된다. 윌리엄 기사단장님이 그리폰 타고 다니시는 거 봤지?”


“아, 그럼 사열식 때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서 오시던 게…!”


“어, 비행 능력 얻으셨대. 존나 부러워.”


“그럼 저희도 그런 마수를 타면……”


“아서라. 그런 개쩌는 마수들을 어디서 구하려고. 너네 집 돈 많냐? 아니면 지금 당장 마경 들어가서 그런 마수 하나 드잡이질 해서 끌고 올래?”


“아.”


“그게 쉬웠으면 국가에서 이미 마수 탑승마를 싹 보급했겠지. 뭐 너무 아쉬워하지 마라. 네가 그냥 일반 말 탔다고 해서, 나중에 뭐 다른 탑승마를 못 타는 것도 아니니까. 세실리아 기사단장님도 지금은 유니콘 타시지만 원래는 그냥 말 타셨어.”


“…… 선배님, 질문이 있습니다!”


“뭔데.”


“저희 왕국칠검 분들은 전부 무슨무슨 기사, 라고 이명이 있지 않습니까? 전부…… 그렇게 마수를 타고 특수능력을 얻으셔서 그러신 겁니까?”


“어…… 대부분 그렇지? 아까 말한 ‘일각수 기사’ 세실리아 님이나, ‘비룡 기사’ 로이드 님처럼. 일단 전부 특수능력은 가지고 있으셔.”


“그럼 ‘남자 기사’ 카밀라 님이랑, ‘여자 기사’ 솔라스 님은 대체……?”


“…… 굳이 마수를 안 타도 특수능력을 얻을 수 있으며, 기사가 탑승물을 ‘탄다(ride)’는 게 꼭 전장에서 전투하면서 탄다는 뜻인 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신 분들이지. 아니, 이걸 ‘전장’과 ‘전투’는 맞다고 해야 하나……”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