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의식주는 모두 돈으로부터 나온다.

 

돈이 없으면 옷도, 음식도, 집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다.

 

그 중요한 게 나한테는 없어서 문제지만.

 

“하아…”

 

“오늘도 허탕인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자칭 고기 수프를 휘적거리다 한숨을 쉬니 오늘 벌이는 어땠는지 보였나 보다.

 

“벌었다면 고기가 세수한 수프를 먹고 있지는 않을 것 같네요.”

 

“크하하하! 그러니까 그런 위험한 현상금 사냥꾼은 그만두고 내 가게에서 일하라니까.”

 

활기찬 식당의 주인 김형석.

 

식당 이름처럼 호쾌한 성격에 사정이 딱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자칭 고기 수프를 주곤 한다.

 

“일을 주신다면 저야 좋은데… 조건은 저번과 같나요?”

 

“당연하지! 주 6일에 8시부터 20시까지! 월급은 280만 원! 이 정도면 신입인 자네에게 파격적인 조건이라 생각하는데 어떤가?”

 

280만 원.

 

쉬는 시간이 1시간 있다고 해도 하루에 11시간.

 

그것도 주 6일인데도 불구하고 받는 돈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

 

“안 합니다.”

 

“크하하하! 단호하구만 그래. 그래도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하게.”

 

“내키면요. 피곤해서 이만 가볼게요.”

 

식당을 나와 돌아온 곳은 집이었다.

 

끼익.

 

문을 여니 텅 빈 내부가 반겨줬다.

 

여관에서 지낼 돈도 아껴야 하기에 외곽에 있는 허름한 폐가를 집으로 썼다.

 

내 나름대로 리모델링도 해봤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이러니까 시발 신은 없다고 하는 거지.”

 

어릴 때부터 매일 같이 신에게 기도해도 지갑 사정이 달라진 적은 없었다.

 

겨우 입에 풀칠하고 목숨을 유지하는 정도.

 

“내일은 한 명이라도 잡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바닥에 몸을 뉘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신에게 욕을 했던 것 때문인지 내 기도가 드디어 통한 것인지.

 

돈을 벌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

 

현상금 사냥꾼은 길드에 있는 수배서를 보고 일감을 구한다.

 

단, 누가 그 수배서를 먼저 봤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못 잡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범죄자를 잡아서 길드에 넘기는 것까지 해야 현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범죄자를 잡는 일이 쉽지는 않다.

 

애초에 현상금이 걸린 놈들은 공개적으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숨어다니고 잡히면 끝이라는 것을 알기에 뒤가 없다.

 

그래서 죄질이 낮은 놈이라도 잡힐 것 같으면 현상금 사냥꾼을 죽이려고 한다.

 

실력 있는 놈들은 도망칠 필요도 없이 누군가 잡으러 오면 죽인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현상금 사냥꾼은 자기 묫자리는 미리 알아봐 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목숨이 몇 개가 있어도 부족한 직업이기에 자기 목숨 소중한 줄 모르는 병신들이나 선택하는 직업이다.

 

다행히 나는 눈치가 빨라 위험할 때 도망치는데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매일 같이 목숨을 걸고 일하기에는 지급되는 현상금이 상당히 낮고 그것조차 실패해 허탕 칠 때가 많았다.

 

‘그냥 힘들더라도 형석 아저씨 식당에서 일이나 할까.’

 

제일 좋은 일은 거물 하나 잡아서 은퇴하거나 그것마저 여의찮으면 직업을 변경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돈이다.

 

빠르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아직 현상금 사냥꾼에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형석 아저씨의 제안은 현상금 사냥꾼보다는 낫지만 내거는 조건은 사랑 등쳐먹겠다는 심보이기에 직업을 변경하는 것도 고민이 됐다.

 

‘오늘은 잡기 쉬워 보이는 놈 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아침 일찍 길드에 도착해 수배서를 뒤졌다.

 

전날과 다를 거 없이 현상금이 낮은 잡범이거나, 잡으러 오면 죽이겠다는 얼굴을 한 범죄자뿐.

 

‘진짜 왜 이렇게 무섭게 생긴 놈들밖에 없냐.’

 

뭐라도 잡아야지 입에 풀칠하기 때문에 누구로 할지 고르던 찰나, 익숙한 얼굴과 이름이 눈에 띄었다.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틀림없었다.

 

내 소꿉친구인 한세아.

 

걸려있는 현상금은 200만 원.

 

잡범보다 살짝 높은 수준의 현상금이다.

 

자금난으로 같이 지내던 보육원이 망하면서 뿔뿔이 흩어진 탓에 3년간 본 적이 없지만, 수배서로 근황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

 

‘범죄자가 된 건가.’

 

3년 전까지만 했어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수배서에 올라오니 소꿉친구로서 걱정이 돼 찾아보기로 했다.

 

아직 안 잡히고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가거든.

 

***

 

“이쯤이었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어렸을 때 보육원에 있는 게 답답할 때 가끔 둘이서 숲속으로 놀러 나왔다.

 

숲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아서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놀기 좋았다.

 

“세아야? 한세아? 있으면 대답해줘.”

 

부르고 잠시 기다렸지만 들려오는 건 바람 소리뿐이었다.

 

‘여기 없나?’

 

혹시 못 들었을 수도 있기에 다시 한번 크게 불러봤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니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세아! 있으면 대답해!”

 

들썩.

 

순간 바닥이 들썩였다.

 

“세아야? 너야?”

 

들썩이던 바닥에 다가가 보니 누군가 판자를 흙과 잎으로 조잡하게 덮어놓았다.

 

판자를 들어보니 헤어질 때와 다름없는 얼굴로 침을 흘리며 자는 한세아가 보였다.

 

울다가 잤는지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살아는 있네.”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깨우기로 했다.

 

“세아야. 한세아?”

 

이름을 여러 번 불러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 몸을 흔들어 깨우려는 찰나, 순간 한세아의 모습은 사라지고 목에는 날카롭고 차가운 감촉만이 느껴졌다.

 

“잠깐! 나야! 이승현!”

“이승… 현…?”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목에서 느껴지던 감촉이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세아가 식칼을 들고 서 있었다.

 

‘시발, 여차하면 뒤질뻔했네.’

 

“정말… 승현이야?”

 

“맞아. 나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아가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격렬한 환영에 살짝 당황했지만 제일 중요한 걸 물어보기로 했다.

 

“너한테 현상금이 걸려있던데…”

 

“윽, 흐윽… 난 아니야. 시키는 대로 물건만 옮기면 돈을 준다고 해서 옮겼는데…”

 

왜 세아한테 현상금이 달렸는지 이제 알았다.

 

맹해 보이는 사람한테 돈을 준다고 하고 운반책으로 써서 적당히 덤터기 씌우는 수법이구만.

 

하지만 단순한 운반책에 현상금이 200만 원이나 걸린다는 게 이상했다.

 

방금 세아가 내 뒤로 순식간에 이동한 것도 그렇고.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가슴이 축축해져 가는 느낌이 드니 일단 세아부터 떼어 놓자.

 

“그럼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읏. 모르겠어…”

 

몰골을 보아하니 수배서에 올라오기 전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어 먹거나 씻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럼 내 집으로 올래? 숨겨줄게.”

 

“정말? 그래도 돼?”

 

“아. 그 전에 중요한 게 있는데.”

 

“응! 말만 해줘!”

 

“돈 얼마나 있어?”

 

오늘 저녁도 고기가 세수한 수프를 먹기는 싫거든.

 

***

 

300만 원.

 

맹해 보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순수해서 돈 좀 빌려달라고 했더니 성큰 전 재산을 내어줄 줄은 몰랐다.

 

그 덕에 오랜만에 밥 다운 밥을 먹고 필요한 생필품도 샀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돈으로는 내 벌이를 더 해도 둘이서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아껴서 두 달 정도는 버틴다고 해도 그다음부터는…”

 

“승현아.”

 

“응?”

 

“난 이제 뭐 하면 될까?”

 

자신을 숨겨줬으니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음… 일단 내가 따로 말하기 전까지는 집 밖으로 나오면 안 돼. 먹을 거나 그 외 필요한 거는 나한테 말해주면 가져다줄게.”

 

“응. 알겠어!”

 

소꿉친구로서 함께 지냈었던 정이 있기도 하고 기껏 찾아놓고 숲속에 두고 가기 뭐해서 데리고 오긴 했는데, 막상 데려와 놓고 생각해보니 지출이 커진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냥 현상금 받고 넘길까.’

 

“무슨 생각 했어?”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돈까지 빌려준 소꿉친구를 그 정도 돈을 받고 넘기다니.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러면 현상금을 올리면?’

 

내가 생각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언젠가는 다른 현상금 사냥꾼이 잡으러 올 것이다.

 

그럴 바에 차라리 내 손으로 넘기는 게 낫다.

 

그렇지만 200만원은 너무 적으니까 돈 좀 불려볼까?

 

현상금을 수십억대로 올려서 길드에 넘기면 평생 일할 필요가 없다.

 

“세아야. 네 이름 좀 빌려도 될까?”

 

“응? 괜찮은데 어디에 쓰려고?”

 

“나중에 떄가 되면 알려줄게.”

 

본인 허락도 받았겠다.

 

거리낄 건 이제 아무것도 없다.

 

우린 소꿉친구니까 내 미래를 위해서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지?

 

그치?



라는 내용으로 빨리 소설 좀 써 줄 사람?


전에 여기서 봤던 것 같은데 아직도 노피아에 이런 게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