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에는 두 가지 기원이 있음

인간 기원, 모기 기원

둘의 외형상 차이도 없고 같은 뱀파이어로 묶이긴 하지만 모기 출신 뱀파이어들은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천한 혈통이라며 천시받음

모기 뱀파이어들은 생식능력이 있어 수는 많지만 힘이 약해서 노예처럼 생활하게 됨


주인공은 암컷 모기

평소엔 인간 출신 뱀파이어들에게 장난삼아 덮쳐져 원하지 않는 관계를 가져야 하고,

그런 상황인데도 남편인 수컷 모기는 그러든가 말든가 신경쓰지도 않고 자기 욕구만 우선함

그렇게 남편의 행위까지 받아주다가 임신이라도 하는 날엔 이제 사람의 피를 빨러 나가야 함

이슬과 꽃꿀만으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게으른 수컷 모기들은 절대 방구석에서 움직이지 않으니까


모기들은 힘이 평범한 인간보다 아주 약간 나은 수준이라 피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음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인간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고 남자가 방심했을 때나 지쳐 잠들었을 때 티나지 않게 조금씩 피를 빠는 것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피를 얻으려면 한 명한테서 피를 전부 구할 수는 없음

사람을 죽이면 피야 충분히 얻겠지만 그럼 사람들의 경계가 높아져 자신처럼 아이를 위해 마을로 나온 다른 모기들이 위험해짐

뱀파이어들과 남편에게 시달리는 게 싫어서 그냥 창관에 눌러앉고 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위험해지고


그렇게 한동안 피주머니를 간신히 채워가던 나날들

몇 달이 지난 이제는 마을 술집에서 하룻밤 같이 잘 남자를 구하는 임산부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짐

마을 사람들의 멸시 어린 시선을 받는 것이나, 들으라고 하는 듯 은근히 큰 목소리로 음담패설을 듣는 것도 익숙해질, 하지만 알게 모르게 눈이 시큰해질 무렵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마을의 골목길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붙잡힘

또다시 익숙하지만 괴로운 경험을 하고, 대신 출산할 때까지 필요한 피를 충분히 채우고 풀려남


피주머니를 빵빵하게 채우고 집으로 귀가하던 주인공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모기 거주구역이 굉장히 시끄러웠음

의아해하며 모퉁이를 딱 도는데, 발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음

잘린 뱀파이어의 머리였음


시체가 한가득 널려있고 핏물이 고여있는 광장에서 주인공은 곧바로 인간 뱀파이어들에게 붙잡혀버림

참다 못한 일부 모기들이 테러를 감행했고, 물론 힘의 차이 때문에 금방 진압됐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 뱀파이어 하나가 죽어버린 것

흥분한 뱀파이어들은 모기들을 죄다 죽여버리겠다며 모기 거주구역을 뒤집어엎고 있었고, 모기들은 숨고 도망치고 모기가 아닌 척 위장하고 있었음

근데 하필이면 흥분한 뱀파이어들의 눈에 임신한, 그래서 모기인 게 바로 보이는 주인공이 띈 것


또다시 덮쳐지고,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십 명과의 관계를 겪지만 주인공은 아이를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텨냄

그게 마음에 안 든 뱀파이어들이 발을 들더니 소중하게 길러온 뱃속의 아이, 그 아이를 위해 가득 채운 피주머니를 둘 다 그대로 밟아서 깨버리는 거임

곧 주인공의 머리 위로도 발이 올려지고, 주인공은 자기도 그대로 죽어서 편해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필이면 평화와 공존을 중시하는 뱀파이어 장로가 나타나 광장의 뱀파이어들을 제지함


그렇게 모기 혁명조직은 이번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인간 뱀파이어 하나를 죽였다며 자축하고

인간 뱀파이어들은 분이 풀려서 편안한 마음으로 귀가하고

뱀파이어 장로는 그래도 생명 하나를 구했다며 안도하고

살아남은 모기 뱀파이어들은 슬프지만 그래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가운데


모든 걸 다 잃었는데 죽지도 못한 주인공이 비척비척 집으로 돌아가는 거지

이제 주인공이 원하는 건 단 하나임

이 소동에서 제발 쓸모없는 남편이라도 죽었으면


문을 딱 열고 들어가자, 멀쩡하게 살아만 있는 남편과 마주함

딱 봐도 평소보다 훨씬 험한 꼴을 당했는데도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침대로 고개만 까딱하는 남편

순간적으로 열이 뻗쳐오른 주인공이 남편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름

하지만 너무 지치고 다친 주인공은 게으른 남편조차 이길 수 없었고 오히려 몇 대 얻어맞고 침대로 던져짐

침대가 삐걱이는 것으로 엔딩




어쩌다 이런 걸 생각해버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