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이라는 것에  있어서, 나의 지론은 언제나 확고하다.


꼴려야 하고, 딸치고 싶어야 한다.


그것이 야설의 존재의의이고, 또한 본분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야설에서의 '빌드업'이라는 표현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다.


나에게 있어서 야설에서의 빌드업이란, 나중에 꼴릴 거라는 비겁한 변명을 내세워 당장은 그다지 꼴리지 않는 밍밍한 씬들만을 가져다 놓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리고 여기, 용사파티 굴복일지(이하 굴복일지)가 있다.


분명, 굴복일지의 작가의 문체나 문법이 유려하지는 않다.


특히나 잦은 문장부호의 부재는 적지 않은 독자들을 거슬리게 하기 충분하리라.


나 역시 이러한 요소를 글을 읽을 때 신경을 적게 쓰는 편은 아니나,


굴복일지에는 그러한 단점을 따위로 만드는 강점이 있다.


많은 글쟁이들이 야설의 본분을 잊고 예술작품을 시도하는 시대에,


굴복일지의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집필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알고 있으며, 또한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굴복일지는 야설이며, 야설의 본분에 충실하고, 스스로가 야설임을 잊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작금의 노벨피아에서 보기 드문 정통 여주물 야설이라는 점에서도,

작가의 야설에 대한 확고한 지론을 확인할 수 있어 가산점이 붙는다.


굴복일지의 핵심 주제이자 전통의 꼴림요소인 "더할 나위 없는 여성 강자의 비참한 성적 몰락".


이러한 장르에서 필수나 다름없는, 여주인공들의 강함을 빠르고 확실하게 각인시킨 직후,


이야기는 필자가 예상한 것 이상의 속도로 진행된다.


흔히 말하는 '즉시타락' 수준의 스피디함을 보여주면서도,


그 조교과정이나 씬의 자극적인 정도에서의 완성도는 놀라울 수준이다.


단언컨데, 여주야설을 읽으면서 첫 씬만으로 이 정도로 격하게 친 작품은 게임과 망가, 야설을 모두 통틀어 몇 없었다.


필력?


굴복해 가는 용사의 대사의 변화나  어휘 선택의 센스에서는,


이 정도의 필력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상술한 문장부호도 빼먹는 사람과 어떻게 동일인물일 수 있는지를 의문을 갖게 만들 정도이다.


작가가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수 년 후에도 그 이름이 회자되는 명작 동인 야겜의 스토리와 캐릭터 담당자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은 이제야 갓 20화를 넘긴 신작이라는 것이다.


이 짧은 분량 동안 이 정도의 천재성의 편린을 보여주는,

또한 하드한 씬에도 거부감이 없는 작가가 연재를 이어가면 과연 얼마나 대단한 씬들을 써낼 수 있을지 나는 너무나도 기대된다.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불합리와 폭거의 여주인공 조교 야설,

기대되지 않는가!


모두들 가서 작가가 폐사하지 않도록 선작을 눌러주면 이 장르의 팬인 필자는 정말 고마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