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342호...맞지?"


하얗게 가로지르는 기관의 복도끝에서 걸어오는 분홍빛 머리칼을 귀여운 하프 트윈테일로 꾸민 소녀를 향해 그는 말했다.


그의 물음에 소녀는 천진난만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정말,'342호'가 아니라...마•법•소•녀...라고...불러주시겠어요?"


소녀의 말에 그는 자신의 말을 정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 참...미안하군 '마법소녀' 그건 그렇고 이 앞전의 도시에서의 교전 말인데..."


남자가 조심스레 말하자 소녀는 해맑게 웃으며 그녀의 교복처럼 보이는 상의를 조심스레 올려 흰 피부에 덮힌 배를 보이며 말했다.


"아,상처라면 다 나았어요.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 나이대의 소녀에 어울리는 쾌활한 말투였지만 그는 그녀에게서 왠지모를 위화감과 불쾌감을 느꼈다.


"뭐...다 나았다면 다행이지만...그래도..."


그가 말을 더 이어가기 전에 소녀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손바닥을 주먹으로 통 내리치며 말했다


"아차! 박사님과 면담이 있었는데!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이 말을 끝으로 하얀 복도를 내달리는 소녀를 보며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조용히 서 있던 검은 양복의 사내에게 그는 말했다.


"선배...저거..."


"그래,아무리 '아종'이라도...그런 상처가 이렇게 빠르게 아물리는 없지..."


선배라고 불린 그 남성은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숨기는 거야...상처를...저 녀석의 능력으로 말이지"


"그런데 선배,342호의 능력이 정확히 뭡니까? 설마 마법소녀가 능력은 아닐거 아녜요"


그는 평소 그녀가 전장에서 보인 모습을 떠올렸다.

핑크빛 드레스에 핑크빛 무기,전통적인 마법소녀와는 괴리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법소녀라고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342호의 능력은...그러니까 일종의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뇨...? 환상같은...그런겁니까?"


"환상과는 달라,실체가 있으니까...342호의 능력은 '투영' 자신의 마음에 존재하는 것을 실체화 시키는 능력이지."


"그렇다면..."


"그래,무기도 옷도 마법도...그리고 아까 본 아문 상처도 전부 '가짜'다. 애초에 마법소녀같은 애들 장난같은게 존재할 정도로 이 세상은 아름답지 않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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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라고 했나? 생각보다 나약하군..."


마법소녀는 아직 다 낫지 않았던 자신의 상처를 부여잡으며 주저 앉았다.


"왜 그래 마법소녀...마법은 어디갔지? 사랑의 힘은? 그런 걸로 날 쓰러뜨린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건 없어..."


"뭐라고?"


"마법도,사랑의 힘 같은 것도...그리고 나도 전부 가짜야..."


"크큭...하하하! 결국 네 입으로 그 소리를 다 들을 줄이야! 천하의 마법소녀도 이제 현실이라는 걸 좀 깨달으셨나?"


"아니,이미 알고 있었어...처음 내가 마법소녀를 자칭 했을때 부터..."


"그럼 왜 그렇게 가짜놀이에 심취한거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쯤...너도 알고있었을텐데..."


"너,왜 장례식장에 조화가 많은지 알고있냐?"


"갑자기? 뭐,네 장례식장 얘기하는 거냐?"


"사람은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가리고 싶어해...그것이 설령 가짜라 하더라도...그것처럼 나도 이 세상에서 사람들의 조화가 되고싶었어...그뿐이야...그러니까 설령 가짜라고 하더라도 너한테 쓰러질 순 없어!"



왜 가짜 마법소녀 인간찬가의 초인은 오지 않는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