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해."
"아버님이 지금은 최대한 요란하게 우호를 표방해 남부 주전파의 기세를 꺾어눌러야 한다고 하셔서 말이지..."

"아뇨...괜찮아요..."

"정확히 언제라 말하진 못하지만, 주전파 숙청이 끝나는 대로 약혼은 철회 수속을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네..? 철회요..?!"

"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약혼이 파벌 조정을 위해 이뤄졌단건 알고있고, 몇년 후에 적당한 핑계로 합의철회 한다면 불이익도 없을 테니까"

"아..."


...그렇게 말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 후 아버님도 나도 남부 주전파를 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지만, 주전파는 어째선지 무너지지 않았다

핵심 인물들을 전부 솎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주전파는 마치 실체 없는 유령처럼 그곳에 존재했다

"하아...이렇게 되면 약속했던 것처럼 약혼을 철회하기 곤란해 지는데..."

앞으로의 방안에 대해 고민하며, 나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아! 서방님!"

"부인! 정원에 있다니 별일이군, 방금 돌아온건가?"

"아 네에...친구들과 다과회를 하고 오느라..."

최근 몇년부터 그녀는 외출이 부쩍 늘어난것 같다

'임시 약혼이라는 상황이라 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외롭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나저나, 미안하게 됐네... 주전파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서 말이지"

"아뇨 괜찮아요, 노력하고 계시는걸요"

내 사과가 무안해질 정도로, 그녀는 아무 문제 없다는듯이 내게 미소를 지어줬다

'아무리 파벌을 위한 임시약혼 이였다지만, 이정도로 오래 지속되면 그녀에게도 민폐일텐데...'

좀처럼 약속되로 되지 못하는 현실에,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망해야 약혼을 취소하는데, 이상하리만큼 망하지 않는 적대파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