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머리가 빠질 것 같아.
아니, 머리카락이 빠질 것 같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머리통이 그대로 빠져서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다고.
대체 글로 밥 벌어 먹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걸 매일같이 하고 있는 거지?

아니... 그냥 직감적으로 생각이 나는 걸 어떻게 원인을 쓰라는 거야.
여기서 굴러먹은 지도 오래 지났고... 그동안 내가 본 사건 현장만 몇백 개가 넘고.
여기에 오기 전에도, 살아오면서 사는 게 거칠지 않았던 적이 없고.
그냥 그러다 보니까... 이것들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을지, 이유는 뭐였을지. 그런 걸 바로바로 떠올리는 것뿐이지, 별것도 없는 능력인데.
그렇다고 소설에 나오는 탐정처럼 번뜩하고 모든 걸 다 파악해내는 것도 아냐. 이런저런 경우를 고려하다보면 생각했던 것도 자꾸 잊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말이지...
무슨 프로파일러 같은 어려운 단어를 직함으로 붙여주고 매일같이 보고서를 쓰라고 하니까 정신이 나갈 것 같단 말이지.

아니, 뭐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지만.
같잖게 머리 쓴다고 이짓 저짓 해둔 놈들이 가방끈도 짧은 나한테 전부 들키는 것도 웃기고...
또, 이렇게 직접 쳐부수러 오는 것도 스트레스 풀리고 말이지.
'어, 어떻게 알았지?' 라고 말하는 놈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는 것도 제법 재밌어.

좀 아쉬운 게 있다면...

"이놈 맞지?"

"네, 거기까지가 1층 인원 리스트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럼 죽이고... 다음은 몇 명 남았어?"

"2층, 3층까지 서른 명이네요."

"그래... 빨리 하고 가자고. 아직도 써야 하는 보고서가 두 건이나 남았어..."

"히스클리프, 여기 오기 전에 새롭게 추가된 건도 있습니다."

"하아..."

일에 너무 치여서 이것들을 처리하는 일이 무감각해진다는 게 아쉽지.

스트레스를 풀 겨를도 없다는 게 말이야.



림버스의 세히스


뒷세계에서 살다 와서 뒷세계놈둘 하는 짓이 어느정도 예상이 가지만

뒷세계놈이라 글로 쓰는 건 어려워 하는 프로파일러

이거 맛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