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마이너 의견임.


남성향의 주인공은 별볼일 없는 평범한 남자인게 클리셰라고 생각한다.

남성향 남주는 각 시대별로, 장르별로 평범한 남자의 이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씹덕하렘물의 장르적 형태를 완성시킨 작품 러브히나

재수생 주인공이 고시원에 살면서 수많은 여성캐릭터들과 교류하고 마침내 재수 성공하고 여주인공과 맺어지는 이야기.

 '이중에 하나는 네가 좋아하는 애가 있겠지'하는 느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사투리, 갈색피부, 실눈 등 단독으로는 모에함을 느끼기 힘든 요소조차 어떻게든 모에함으로 바꿔버리는 작가의 역량이 탁월하다.


 이렇게 유별나고 개성넘치는 주인공이 많은데 주인공만은 무개성하다. 주인공만의 특기요소도 없어서 주인공이 이야기를 주도하지도 못한다. 그저 휘말릴 뿐.


  하지만 주인공이 무개성하고 평범하기에 이 작품에 나오는 여캐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주인공이 지닌 평범한 남성의 관점과 가치관은 독자에게 이것이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을 주고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주인공이 다른 여캐들에게 느끼는 연애감정에도 빨려들게 만들고.


 물론 이 작품이 지금 시대에 나왔으면 조졌을거다.

 러브히나가 등장한 시기 남성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주도권이 많은 상태였기 때문에 휘말리는 전개에 대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을테니까. '연애에 수동적인 여자들 말고 좀 더 자유분방하게 들이대주는 여성'에 대한 수요가 있던게 아닐까?




별 장점이 없는 평범한 남자 주인공, 그것이 작품의 정서를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이마스가 보여준 적이 있음. 아이마스 애니의 남주는 프로듀서라고는 하지만 천재도 아니고 탁월하게 유능한 것도 아님. 프로듀서의 특별한 개성이 무엇이냐 하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음. 


 하지만 이런 평범한 남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아이마스의 모든 위기요소는 평범한 남자가 이해할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전개된다. 이러면 어지간해서는 이야기가 좆박지 않는다. 시청자가 보고 '이게 뭐야 왜 이래' 할 정도로 극단적인 전개는 나오지 않는다는 뜻. 팬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이런 남주가 최적의 선택이다.


 

 

 라노벨 또한 남자주인공이 평범한 경우가 많다. 데이트 어 라이브의 경우만 봐도 주인공인 이츠카 시도는 정말 별볼일 없는 남자일 뿐이다.


 특수능력으로 '키스하면 여캐의 힘을 빼앗는다'라는게 있긴 하지만 이 능력 자체가 시도가 유별나게 특별한 남성으로 보이게 하진 않는다. 반면 요정(히로인)들은 전부 유별난 힘과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이 왜 이런 힘을 지닌 존재인지조차 모른다. 히로인 자신이 자기의 스토리를 모른다는 뜻.


 그래서 남주인 시도가 히로인이 어떤 존재인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를 부여해줘야한다. 남주가 준 스토리와 역할, 그 아름다운 이야기에 요정들이 감사하고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스토리, 그것이 데이트 어 라이브인 것이다. (시도를 만나기 전의 요정들은 '세상을 파괴하는 재앙' 정도의 스토리만을 인간에게 부여받았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이것은 아이마스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남성의 평범한 가치관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주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매우 탁월한 남성향 작품이라는 얘기. 물론 이런게 '으 씹덕 찐따의 망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데이트 어 라이브는 역시 좋다. 오리가미 존나 귀여움.


 


 이 평범한 남자주인공의 클리셰에서 살짝 비틀어진게 내청코 하치만이다.

 하치만은 '평범한 남성향 남자주인공'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얘는 '평범한 남성의 가치관'에서 자신이 멀리 떨어져있음을 필사적으로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얘는 아싸 남성의 대변자가 되었고, 아싸끼 있는 남성들은 너무나도 하치만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얘는 아싸를 위한  남성향과 새로운 남성의 가치관을 보여줬다고도 볼 수 있음.


 내청코는 재밌는게 히로인인 유키노 또한 '평범한 여성의 가치관'에서 일탈해있음을 필사적으로 주장하는 캐릭터임. 그래서 아싸 여성의 대변자 포지션에 있고 아싸끼 있는 여성독자가 유키노를 선명하게 햝기도 함. '여성향'에서도 '남성향'에서도 대변자를 못찾은 씹덕 여성들이 유키노로 몰린다고 볼 수도 있음. 


 그러니 너희들은 하치만 프사만 조심하지 말고 유키노 프사도 조심해라.



 

 하지만 남성향에서 새로운 남성상을 보여준 건 바로 이 작품일거임.

 코노스바다. 코노스바의 카즈마는 매우 평범한 남자다. 얘가 특별히 유능한건 아니다.


 하지만 카즈마는 기존의 남자주인공과는 매우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손해를 보면 버럭 소리지르고, 여주에게 망설임없이 폭언을 내뱉는다. 평범한 남자로써 화낼건 화내고 혼낼 건 혼내는 매우 지당한 모습을 보여주는거다. 그 상대가 여자라고 할지라도.


 카즈마는 '여자에게 무조건 오냐오냐만 해주는게 남자가 할 일이 아냐! 여자도 제대로 해라고!'라는 장절한 메시지를 던지는 남캐다. 기존에 히로인들에게 무작정 상냥했던 남자주인공들과는 다른 아주 화끈한 행보지. 이 모습이 남성들에게 큰 공감을 사며 코노스바는 빅히트를 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세계물들이 유행하며 일본 남성향 씹덕물에서 표현하는 여성은 상당히 달라지게 됨
 남성캐릭터는 여성 캐릭터에게 '난 내 일을 제대로 할 테니까 너도 네 일을 제대로 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남성상이 주류를 이룸. 그리고 여성캐릭터는 자기 일을 알아서 척척 제대로 해내는 성실한 캐릭터가 이상적인 히로인으로  등극하기 시작함.


 그리고 그 궁극의 '성실한 히로인'이 바로 '노예 여성'이었음.



 이세계 미궁에서 하렘을.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수인노예 히로인을 구매하고 완벽한 파트너로써 모험을 해나감. 노예여성 진히로인은 성적인 전개가 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오직 성적인 이유로만 인기있는건 아니다. '매사에 성실한 여성'이 지금 남성들이 가장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이기 때문에 인기를 타게 된거지. 그리고 여주가 성실한만큼 남주 또한 성실하게 여주에게 의무를 다하는 전개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딱히 남주가 쓰레기로 열화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이세계물 장르가 발전하면서 남주는 분위기를 읽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능력을 갖춰가기 시작했음. 하지만 작품에 따라서는 자기 생각을 막 지르다보면 분위기가 씹창나버릴 수도 있지. 

이래서 남주에게는 논리를 관철시킬 압도적인 힘이 요구되기 시작함.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저 '당당하게 말할 뿐인 평범한 남자'임. 인간적으로 보자면 그다지 대단한 사람도 그렇게 열등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남자임. 그냥 ㅈㄴ 당당할 뿐인 평범한 남자에게 압도적인 힘을 부여했다. 그래서 시원시원하고 당당한 남주를 유지하는게 가능해졌지.


 그리고 '노예 여주'에 대한 수요도 다른 수요로 대체되기 시작함. 어차피 노예가 필요한게 아니라 성실한 여주가 필요한거니까. '부하'이거나 '제자'여도 충분하거든.


 이런식으로 남성향 남주는 각 시대의 흐름에 맞춰, 독자들이 원하는 평범한 남자의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