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중 덩치로 잘 알려진 쪽은 긴목 공룡으로도 불리는 '용각류'다.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친구를 고르자면, 우리는 브라키오사우루스를 고를 것이다.


특히 쥬라기 공원 영화판에선 당시 기준 최고의 CG기술로 등장해 임팩트를 남긴 게 컸을 거다.



영화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오똑한 코와 순박한 인상으로 등장했고, 아마 매체 속 브라키오사우루스하면 가장 유명한 모습일 거다.


하지만 이 디자인에는 한 가지 오류가 있는데, 현대 학계의 의견을 따르면 쥬라기 공원 속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아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첫 발견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은 1900년, 미국 콜로라도주모리슨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발견된 부위는 다리 일부, 척추 일부와 골반뼈 정도가 전부였다.

(사진 속에서 하얀색이 처음 발견된 부위다.)


그나마 종을 특정할 만한 차이나 특징은 있었기에 학명이 붙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팔뼈가 다리뼈보다 길단 사실을 주목해 '팔 도마뱀'이란 뜻의 브라키오사우루스란 이름을 붙였다.


거기에 '깊은 흉부'라는 단어를 종명에 붙여, 이 공룡의 이름은 '브라키오사우루스 알티토락스'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까지 발견된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은 저 하얀 부분이 전부라 연구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1909년. 독일의 고생물학자 베르너 야넨슈가 1912년까지 탄자니아로 탐험을 떠났다.

탐험 과정에서 그는 쥐라기 시기에 해당되는 텐다구루 지층을 탐사했다.




결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는데, 디살로토사우루스, 켄트로사우루스, 디크라이오사우루스 등 상당히 많은 공룡 화석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무려 230여 톤의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고 그중 하이라이트는 어떤 대형 용각류의 화석이었다.


어찌나 큰지 운송 과정에서 파손되는 걸 막을 수 없었고, 조각을 다시 맞추느라 무려 480여 시간이 필요했을 정도였다.



그 보존율은 당시까지 발견된 모든 용각류 화석 중에서도 상위권이었다.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두개골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있을 정도였다.


학자들을 놀라게 한 건 화석의 보존율이 전부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발견된 브라키오사우루스. 즉 브라키오사우루스 알티토락스와 골격이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북아메리카의 공룡이 어떻게 아프리카까지 이동했는지 의문을 품었고, 이는 대륙 이동설의 근거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이 표본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아프리카 종으로 결론 내려져, '브라키오사우루스 브란카이'란 학명이 붙었다.


계속 알티토락스종의 두개골이 발견되질 않아, 브라키오사우루스 복원도는 오랫동안 브란카이종을 베이스로 그려졌다.


 쥬라기 공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콧대가 높은 공룡으로 복원했고, 사람들에게도 이  이미지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브란카이종이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맞는지는 1988년부터 있었던 논쟁이었다.


후대 학자들이 알티토락스종과 브란카이종의 골격을 다시 살핀 결과, 두 종이 골격 구조는 매우 유사하지만 척추 모양과 갈비뼈 굵기 등에서 세세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1998년. 1883년에 발견된 브론토사우루스의 두개골이 사실은 브라키오사우루스 알티토락스의 두개골로 밝혀지면서 논쟁은 심화되었다.


(A가 알티토락스종. B가 구 브란카이종)


해당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알티토락스종과 브란카이종은 같은 브라키오사우루스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결국 2009년. 용각류 전문 고생물학자 마이클 테일러의 논문을 통해 브란카이종은 브라키오사우루스로 볼 수 없음이 인정되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브란카이는 1988년부터 제시되었던 새 학명, 거대한 기린이란 뜻의 '기라파티탄 브란카이'로 재분류되었다.


다만 기라파티탄은 브라키오사우루스와 함께 '브라키오사우루스과'란 분류군에 들어가긴 한다.


같은 종까진 아니지만 분류상 상당히 연관된 종임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쥬라기 공원 등 기라파티탄을 통해 복원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이미지가 너무 유명해서, 인식이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브라키오사우루스 알티토락스의 화석은 이후로도 드물게나마 발견되고 있다.


그중 주목할 표본은 2001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발굴된 어린 브라키오사우루스 골격이다.


무려 전신의 80퍼센트가 발견된 터라 밝혀진게 많지 않은 브라키오사우루스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



해당 표본은 작업에 참여한 대한민국 연구팀이 옮겨와 보존 및 조립 과정을 거쳐, 현재는 공주시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즉, 가장 온전한 브라키오사우루스 골격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단 소리다.


공룡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방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