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법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마녀의 저주에 빠져 죽어버린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그 이후로. 전 혼자 살아나갔습니다.

 

손에 묻은 피도, 밖에서 쌓인 피로도.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

그저 이 나밖에 살 수 없는 저주를 이끌며.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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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법의 눈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하고 있던 저의 두 눈은, 본 사람을 돌로 만들었습니다.

제 어머니와 아버지. 나부끼던 바람에 날아간 천을 본 순간, 그 두 분은 돌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전 혼자 살아나갔습니다.

 

누구도 볼 수 없고, 누구와 마주칠 수도 없는. 사람이 다니지 않을 숲속에서.

그저 이 나밖에 살 수 없는 저주를 이끌며.

 

그러던 어느날. 그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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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보이지 마!!”

“윽──!!”

 

얇아 몸의 실루엣이 보이는 천 한 장을 덧댄 듯한 옷을 입은 그녀가 자신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나도 그 모습에 당황하여 눈을 감았고, 그녀는 말했다.

 

“분명. 보였지? 보였어! 아아, 왜 이런 곳에 사람이?!”

“자, 잠깐만. 아냐 아무것도 안 보였어!! 그냥 실루엣만 살짝…….”

“……응?”

 

사부작거리는 풀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곤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고. 곧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안…, 굳었어.”

“구, 굳어있긴 한데.”

“굳었어?! 근데 아무런 변화도??!”
“그, 옷을 좀 입어주면…….”

“아? 아, 아아!! 미안해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꼐,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혹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옷가지가 좀 날라간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옷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옷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이제 눈 떠도 돼요.”

 

내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 않진 않은데.”

“몸이요!! 어째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때. 다람쥐 한 마리가 내 뒤에 있는 나무에서 ‘찍찍’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핑─!

쿵.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빛나며. 뒤에선 다람쥐의 울음소리가 멈추고. 곧 묵직한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고. 그 곳엔 다람쥐의 형상을 한 돌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건, 설마.”

 

마법이 듣지 않는 나와, 마법의 눈을 지닌 그녀.

이것은, 이 사람이 오지 않는 저주받은 숲 안에서 살아가는.

저주받은 이들에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