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다리 하나를 건너 뛰고 다들 생각하니까, 간혹 예술성과 상업성이 상충된다고 생각하는 빡대가리들(창작 계통 쪽에. 일반 사람들 말고)이 가끔 있는 듯.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냥 틀렸다! 그런 게 아니라. 잠깐만 얘기해 보겠음.


정확히는 그 두 개가 상충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층의 기본적인 입장이 아예 틀렸다고 보진 않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빡대가리들이 있으니까 그런 관점도 생겨났겠지. 그러니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괴상한 무언가를 하면서, 자기는 예술을 하고 있다 주장하는 호소인들 때문일텐데. 그러한 본인을 알아주지 않는 어떠한 업계의 관행이 틀려 먹었다며, 그 두 개가 상충된다 몰아가고 싶은 특정 버러지들(창작자라 주장하는 예술호소인)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보는데.



저 "예술"에 대한 내 개인적 견해는, 한때는 돈이 있어서 시간이 남았던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고 봄.


그 때는 거의 철저히 공급과 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를 느낀 어느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의 일방적 후원에 의한 일대일 계약 관계 혹은 종속 관계 정도였다고 생각함.


그 때는 이어 말할 대중성의 개념이고 나발이고 상업성까지 나아가지도 못한, 심지어 심미적인 관점에서의 미학적 예술성조차 논의하는 게 마땅한가 할 정도로 걍 그 놈 취향에 부응한 무언가였지 않았을까...


다만 그러한 걸 향유하는 계급, 혹은 계층이란 그 집단 무리의 공유된 무언가가 되면서 저변이 살짝이나마 확대되면 그게 나름 상류 문화였을 것 같음.


그 때가 되서야 그나마 예술성이 무엇인가 논의라도 할 건덕지가 생기겠지. 왜냐면 누군가는 이러이러한 부분이 예술적이라 느꼈는데 누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거기에 합의가 되고 혹은 박 터지게 싸우면서 이른바 예술론과 미학론이 발달하게 될 테니까.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나름 생활에 여유로워진 사람들의 수가 늘면서, 마침내 예술은 대중을 향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 왔을 거임. 그게 산업 혁명이 되었든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어서야 가능해졌든, 여튼 예술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여러 논의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기 시작했지.


흔히 말하는 대중 예술에 대한 미학적 이론, 아도르노나 발터 벤야민으로 서로가 대비되는, 과연 "대중 예술"이란 것이 실재하는가. 실재한다면 그 가치는 무엇이고 얼마나 대단한가. 뭐 이런 것까지 확장되면서 예술은 마침내 누군가 혹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만인을 위해 열려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론 예술 산업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어떠한 예술적 가치가 가졌던 고유한 힘 즉 창작자의 대단한 솜씨뿐만이 아니라 그걸 사랑해 준 뭇 대중의 힘 덕분이었다고 생각함.


하다못해 스포츠 쪽만 봐도. 팬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엔터테인먼트 속성에 대해 통용되는 말이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에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한테 잘해야 한다" 일텐데.



예술의 본질적 속성을 말하자면, 그걸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본인의 창작욕과 순수 예술혼을 얘기하고 싶겠지만.


근본적으로 예술은 외부의 관객을 향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함.



밥그릇 문제까지 끌고 가지 않더라도 당장 예술은 창작자의 인정 욕구에 기대는 부분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달성되려면 예술이란 어쨌든 창작자가 아닌 외부의 누군가에게 일단 닿긴 해야 한단 거지. 그것도 걍 주는 대로 쳐먹으라고 던질 게 아니라, 본인이 이러저러하게 적어도 본인은 맛있었다고 말할 무언가를 빚어서 던져야 누군가는 그걸 넙죽 받아 먹지 않겠음?


당장 연재하는 작가에게도 하는 말이, 아무리 그 사람이 본인 취미로만 글을 쓴다고 해도 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글쓰기가 이뤄진다면 차라리 일기를 쓰란 말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대중을 향하는 가운데서 이른바 수요가 있는 고객층(소비자)을 타깃하기 시작한다면 그걸 대중성의 하부 개념으로 상업성을 언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시선인 거지.



예술하는 사람 입장에서 창작 활동이 본인의 자아실현적 요소가 전무하고, 그걸 보려는 사람의 입맛에 철저히 맞춰야 한다는 빡대가리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님.


이건 정말 어느 작품을 예술적 가치 이전에 철저히 상품으로만 취급할 때조차도 더러 할 수 없는 소리인 게, 일반 식당 가서도 일일이 내 입맛에 맞춰 달라고 소금 몇 스푼, 다시다 몇 그램,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만 쓰세요 이럴 거 아니잖음.



물론 커스텀 메이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단 건 아니지만...


말하자면 식당 주인은 음식을 내놓고, 고객인 나는 음식을 먹고 가격을 지불하고. 평범하게 이뤄지는 거래 속에서 내 주관적 만족감과 식당 주인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교환적 균형을 달성하는 것처럼,


예술 작품도 그걸 재밌지만 고통스럽게 만들어낸 예술가와, 그걸 흥미롭게 분석하거나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은 관객의 이른바 상호소균형적 소통이 암묵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그저 예술성 대중성 상업성은 결과론임.


창작자가 나 예술성 있게, 대중성 있게, 상업성 있게 만들었습니다가 아니라.


소비자도 몇몇 누군가가 목소리 높여서 이건 예술성 있고, 대중성도 갖췄고, 상업성까지 있습니다!가 아니라.



그걸 팔려고 창작을 했든 아니면 예술적 혼을 불살랐듯, 그게 뭇 대중의 다수 선택을 받으면 그걸 보다 대중적이다고 가늠할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함. 그리고 그런 대중적인 픽 속에서 유독 "Take my money"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작품이 상업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고.




근데 최근 몇몇 사례들을 보면, 라스트 오브 골프겜2 라든가 흑어 프린세스라든가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이라 주장하는 안티성 팬메이드, 사랑받던 IP 저작권 유효기간 종료됐다고 냉큼 집어와서 어그로 4드론 갈기는 꼬라지를 보면.


작정하고 팔아 먹겠답시고 캐릭터 벗기고, 화제몰이하려고 고어틱하게 피바다 흥건히 흩뿌리는데도 성공을 장담 못하는데 무슨 배짱인가 싶음.


아마도 어떤 제작자들은 제 분수에 맞지 않게도 너무도 좋은 기회를 지나치게 간단하게(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한다거나 하는 까닭으로) 제공 받아서, 그러한 기회에 닿게 된 것이 순전히 본인이 우월하다는 착각 속에서 자아도취감에 중독 되어 본인들이 하고 있는 게 생계를 위한 노동이란 생각을 망각하고 그저 자아분탕질만 지속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되는 거지.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흔히 얘기하기 좋아하는 게, 자기들은 힙스터 감성이 있어서 뭇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심도 깊은 예술적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하니까.



가끔씩은 그 작자들은 "순수"라는 거짓 탈을 뒤집어 쓰고 진짜 예술을 자위질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