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피아 -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 - 사회부적응 멘헤라가 되었다. (novelpia.com)


노벨피아 피폐 태그의 절반 정도는 사실 피폐가 아니다.

그냥 억까 마구 쑤셔놓고 주인공을 고문 시키는 불행 포르노일 뿐.

자고로 진짜 피폐라면 그냥 무지성 억까가 아닌, 고통과 희망 사이에서의 힘겨운 줄타기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주인공이 겨우 구원받았다고 느낄 때 떨어지는 그러한 정교한 설계와, 그 악마적인 설계에서 정신을 놓을 정도로 괴로워 하면서 자해하는 그러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아직 21화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포텐셜이 보임.


일단 스토리는 간단함.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자해와 정신과 약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주인공이 여자가 되어서, 자기에게 집착하는 여동생과 우연히 친해진 여자애랑 같이 놀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피폐일상구?원순?애물임.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피폐물과는 조금 다름. 


작가가 직접 자기가 경험을 해서 얻어낸 귀중한 소재들로 연재를 하고 있음.

그래서 그런지 다른 소설이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파브르 곤충기 보는 느낌임.

그냥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피폐 그 자체임.

항우울제를 조금이라도 빨리 들게 하기 위해서 카페인 드링크랑 같이 마신다거나, 편의점 알바할 때 마음의 안정을 위해 커터칼을 챙기고 가는 이러한 디테일은 박수가 나올 정도.

피폐물이지만 서사나 이런 게 아찔하다기보단, 그냥 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보기만 해도 자동으로 피폐해지는 기분임.

문제는 작가가 너무 과하게 몰입하면 갑자기 연재 주기가 불량해진다는 점이 있음.


암튼 이 소설의 작품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먼저 이 작품의 첫 번째 장점은 무시무시한 디테일임.



정신과 약물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라던가


정신병 증상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라던가



자해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라던가 이 디테일이 제일 큰 장점임.

진짜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알 수없는 묘사를 너무 잘해줌.


그리고 두 번 째 장점은 섬세한 감정 묘사임.


행복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을 보며 자기는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같은 존재라는 걸 느꼈을 때 든 감정이라던가, 


자기에 대한 혐오와 삶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해진 나머지, 차라리 인간으로서의 자유룰 박탈당하고 종속되고 싶다는 음습한 욕망을 표현한다거나 그런 점이.

근데 이 장면은 마지막 문장이 비문이네.


암튼 정신병에 대한 엄청난 이해도와, 고구마를 꽉꽉 씹어먹는 듯한 답도 없는 주인공의 무기력함과 연약함. 그리고 주변 상황의 암담함 속에 보이는 한 줄기 빛과 같은 구원자까지. 웰메이드 피폐물의 포텐셜이 보임.


세줄요약


1. 작가가 직접 경험한 멘헤라의 정수만을 꾹꾹 눌러담은 소설임

2. 정말 현실적이고 음습한 피폐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

3. 다만 현재까지는 그런 문제가 없지만, 작가의 전작들은 너무 깊게 몰입해버린 나머지 완성된 경우가 많아서 살짝 불안하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