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피, 전쟁, 그리고 죽음. 내 짧은 삶을 몇 단어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하이로스 산맥의 부족에서 태어났다. 야만인이 으레 그렇듯 부모를 모르는 고아였다.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죽었고 엄마는 납치를 당했다.
운좋게 살아남은 나는 부족의 할 일 없는 노파들의 손에 키워졌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잘만 자랐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전쟁이 벌어졌다. 나도 무기를 쥐었다. 열다섯 살이면 성인이었다. 검을 쥐고 적과 싸웠다. 붉은 피와 노란 지방들이 사방에 튀겼다.
"으아악!"
사람을 처음 베어본 사내들이 피를 보고 자지러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기계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사람 목이 너무 쉽게 날아갔다.
그 날, 나는 처음으로 승리를 맛봤다. 뜨거운 피가 몸에서 흘렀다. 팽창된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시체들의 산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
하늘에는 아름다운 별이 수놓아져 있었다. 문명인들은 기사를 별이라고 불렀다. 둘 다 반짝거리는 것이 비슷하기는 했다.
'별이 되고 싶다.'
나는 반짝이고 싶었다. 모두를 내려다보는 하늘의 별이 되고 싶다. 별과 기사, 그것들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야만인은 기사가 될 수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욕망을 숨겼다. 기사가 되는 대신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그 이후로 수많은 시간이 지났다. 수많은 전쟁에서 이겼다. 부족의 사람들은 전쟁의 공을 내게 돌렸다. 마을의 처녀들과 아이들이 모두 내 이름을 칭송했다.
'뭔가 부족해.'
부족장이 되었지만 내면의 욕구가 채워지지를 않았다. 그렇게 몇년을 더 살다가, 또다시 전쟁이 벌어졌다.
"기사다! 문명인 놈들이다!"
보초가 소리를 질렀다. 부족 전사들이 경악했다. 야만인은 기사를 이길 수 없다. 우리의 무른 무기로는 단단한 갑옷을 부술 수 없었다.
"내가 나서겠다!"
나는 전사들의 가장 앞에 서서 소리쳤다. 반대편에서 기사가 말에서 내려 다가왔다. 말이 안 통해도 서로가 무슨 뜻인지 알았다. 검과 도끼를 쥔 채 앞으로 걸어나갔다.
진짜 기사가 눈앞에 나타났다. 기사의 갑옷이 햇빛을 반사시켰다. 번쩍거리며 빛나는 게 꼭 별과 같았다.
"우오오오-!"
나는 포효를 내지르며 뛰쳐나갔다. 온몸의 근육이 위협적으로 부풀었다. 기사는 차분했다. 녀석이 자세를 잡았다.
"죽어라!"
수차례 검과 도끼를 마구 휘둘렀다. 검 하나만으로는 다 막아내지 못했다. 몇몇 일격들이 갑옷에 닿았다. 갑옷이 없었다면 기사는 진작 죽었다.
"후우..."
노쇠한 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이대로는 진다. 갑옷을 뚫어야만 한다.
"훕!"
나는 녀석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도끼를 던졌다. 녀석은 머리를 막았지만, 도끼는 날아가다가 궤적을 바꿔 발목을 노렸다.
퍼걱-!
도끼가 발목의 이음매를 타격했다. 기사가 주저앉았다. 녀석은 투구 사이로 날 노려보더니 일어섰다.
"......"
기사가 무어라 말했다. 언어가 달라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러나 마지막 말만큼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닐 베롤트!"
그는 투구를 벗어던지고 검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것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투구를 벗은 기사는 나와 같은 중년이었다.
저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아르카! 하이로스의 아르카!"
내 이름을 들은 기사가 씨익 웃었다. 우리는 서로 검을 겨누었다. 기사의 검에서 별빛과 비슷한 신묘한 불꽃이 일었다.
서걱-!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다. 별빛과도 같은 섬광이 지나갔다. 그것이 기사의 별빛, 오러였다.
시야가 흐려진다. 죽어가는 순간 피식 웃었다.
그래도 마지막은 가장 동경하던 것의 가장 동경하는 힘에 맞이했기 때문이다.
별과 피, 전쟁, 그리고 죽음.
짧은 단어 몇개로 요약된 나의 삶은 이렇게 끝난다.
구독자 19147명
알림수신 122명
선아가 우는 소리는? 흙흙
소재
별을 동경했던 야만인의 이야기
추천
32
비추천
0
댓글
5
조회수
1020
작성일
댓글
우시오노아아앙
IIIIIllIIIIIIIll
지존누
ㅇㅇ
싱글자
본 게시물에 댓글을 작성하실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신 후 댓글을 다실 수 있습니다. 아카라이브 로그인
최근
최근 방문 채널
최근 방문 채널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공지
아카라이브 모바일 앱 이용 안내(iOS/Android)
28348152
공지
장르소설 채널 통합 공지
8027
공지
장르소설 채널 신문고 v.7
3873
공지
역대 대회/이벤트/공모전 후기/공모전 홍보 글머리 모음
1526
공지
역사 떡밥 금지
3350
공지
<NEW 2024년ver 장르소설 채널 아카콘 모음집>
4462
공지
장르소설 채널 정보글 모음 (2021.09.30)
18820
공지
갑자기 생각나서 올려보는 장챈 팁
6710
공지
(제보 바람)노벨피아 서버 접속 장애 실록(24.03.17~)
2393
공지
분기별 신작 어워드 하겠음
2011
공지
피폐대회 끗
685
숨겨진 공지 펼치기(6개)
423792
아 변신죽음 재밌었다
5
0
423791
홍보
외신의 집사가 되었습니다 (재홍보)
[1]
9
3
423790
요즘 선작해논거중에 완결이 왜케 많이나지
[1]
15
0
423789
요즘 pd픽에는 하꼬픽도 좀 있네
[1]
23
0
423788
시발 진짜 이게 맞나 ㅋㅋㅋㅋㅋ
[3]
47
4
423787
슈퍼스타명작 특) 잘 죽이고 잘 살림
[3]
12
0
423786
야파법 죽이고싶다
7
0
423785
요즘 지구작가 자캐딸 지랄난듯
[1]
27
0
423784
뭣
[2]
27
0
423783
노벨피아 구내 식당 개쩐다
[15]
106
9
423782
갑자기 왼쪽가슴이 어제부터 묘하게 아픈데
[9]
44
0
423781
아픈 남자애 옆에 있어주려고 하는
[5]
53
0
423780
스트늑머는 남역이 가볍게 들어가서 딱 좋은거같다
22
0
423779
무시킹 진짜 명작이네
15
0
423778
니들은 마감하는 날에 호러소설 읽지 마라
[4]
66
1
423777
ㅗㅜㅑ
[2]
39
0
423776
리뷰/추천
"오빠 내 가슴이라도 만질래?"
[5]
77
3
423775
장붕이들 그거 암???
[13]
79
2
423774
"아 ㅋㅋ 섹못방만 있으면 나도 야스할 수 있겠지"
[5]
94
0
423773
아니씨발 아카살 다시봐도 빡치네
[1]
38
0
423772
하아니 내 펜슬 어디갔어
[1]
7
0
423771
거미다리 장갑차 빠꾸 먹어서 기동성이랑 탑승감 좋은 장갑차
[9]
49
0
423770
포니) 제복녀가 꼴림
[13]
68
3
423769
생각해보니 야생 배경 이세계 소환당하면
[2]
38
1
423768
주악런 파혼 편지<-이거 개씝꿀잼 장치인거 같음ㅋㅋㅋㅋㅋㅋ
53
3
423767
우자키 엄마는 미친게 분명하다
[4]
91
0
423766
중판마 개웃기네 ㅋㅋㅋㅋ
20
0
423765
사이다패스캐빨먼치킨양판소중 수작 추천좀
11
0
423764
장갑차 썰 보니깐 역시 로망인 장갑차가 보고 싶다
[11]
62
1
423763
챈 관리하는.manhwa
[9]
128
4
423762
으윽..
[2]
34
0
423761
정보/칼럼
두려운 한국군의 신규 차륜형 장갑차
[8]
98
5
423760
파스텔이 너무 무서워...
[1]
24
0
423759
사실 여긴 어떤 거대한 존재의 뇌속이고
[8]
55
0
423758
노피아는 왜 불편한 것들을 안고치는 걸까
[12]
92
0
423757
양자 역학은 ㄹㅇ 게임 같단 말이지
[9]
83
0
423756
리뷰/추천
샤아 이즈나블 센세 재밌네
[10]
314
9
423755
TRPG) 마법 효과들에 온갖 제약이 걸려있는 이유
[3]
93
2
423754
온천+수건<<은근야함
[3]
70
4
423753
저희 정통 TRPG D&D 드워프 던전 세션 하실래요?
[5]
65
0
423752
회귀13 후반 말아먹음?
[3]
44
0
423751
개돼지원숭이난교파티부산물은 진짜
[11]
99
0
423750
우으...쟝뷰이...경제부장관하고시퍼...
[6]
106
1
423749
kt 이용혜택으로 밀리의서재 1개웚구독권이랑 블라이스 1개월구독권받았는데 뭐가나을까
[3]
35
0
사용하고 계신 브라우저가 시간대 설정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GMT 시간대가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