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기니 포트 모르즈비 근처에서 촬영된 "올드 666"의 유일한 사진)


태평양 전쟁 당시, 미 육군 항공대의 제43폭격비행전대에 소속된 B-17E 폭격기 "올드 666"은 흔히 부대원들로부터 "저주받은 폭격기"라 불리고는 하였음.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면, 첫째로 "올드 666"의 기체 고유 번호가 41-2"666"이었다는 점과(사진의 꼬리날개를 보면 "12666"이라 쓰여 있음을 알 수 있음), 둘째로 "올드 666"을 타고 출격하게 된다면 반드시 치명적인 고장이 일어나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었음.


당연히, 시간이 조금만 지나자 "올드 666"을 타려는 승무원들은 아무도 없었고, 창고에만 처박혀 있다가 동류전환용 부품으로 해체하기로 결정이 됨.


그렇게 결정이 되긴 했는데, 이 저주받은 폭격기를 타려는 이들, 속칭 "일벌레들(Eager Beavers)"이 나타나게 됨.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서 있는 기장 제이 지머(Jay Zeamer)를 필두로 한 이들은 군기 문제로 인해 폭격기를 오랫동안 수령 못하고 있었는데, 그 일벌레들이 "올드 666"을 타고 부카 섬과 부겐빌 섬의 상륙 작전에 쓰일 사진을 적진 깊숙히 들어가 찍어 오겠다 자원을 한 것이었음.


물론, 그냥 타지는 않았음. "일벌레들"은 "올드 666"을 개조하게 되는데, 기체에 추가적으로 장갑판을 붙이고, 측면 50구경 기관총좌를 쌍열로 개조하고, 정면에 지머가 직접 전투기에서처럼 쏠 수 있도록 12.7mm 기관총 하나를 더 추가하였음. 고장을 대비해 3개의 예비 기관총 또한 덤으로 실어 두었음.


그래도 "올드 666"이란 이름은 좀 불길하긴 했는지, 기체 별명을 "루시"로 바꾸고 노즈아트까지 그린 "일벌레들"은 1943년 6월 16일, 정찰 임무를 예정대로 수행하던 도중 일본 제국 해군 A6M 전투기 16대와 쌍발기 1대(기종에 논란이 있음)을 마주치게 됨. "올드 666"의 승무원들은 홀로 정찰 임무를 수행했기에, 정말 말 그대로 17대 1의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됨.


그러나, "올드 666"은 그 싸움에서 3대의 적기를 격추하고 살아 돌아왔음. "올드 666"의 승무원들은 45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어진 공중전에서 엄청나게 분전을 하였음. 대표적으로 폭격수 "조셉 사르노스키"는 배에 20mm 기관포를 맞은 상황에서 기관총을 잡아 쌍발기를 격추한 뒤 전사했고, 기장 제이 지머는 계기판과 조종 계통이 고장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개판 속에서 "올드 666"이 이전과는 달리 벌집이 된 상태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날아주고 있었음


기지로 복귀했을 때, "올드 666"은 정말 걸레짝이 되었는데도 ("최소" 기총 187발 피탄에 20mm 기관포 5발 피탄) 착륙까지 비행의 모든 과정들을 무사히 마쳐 주었음. 이후 조셉 사르노스키(사후 추서)와 제이 지머는 명예 훈장을 수훈하게 되었고, 또 새 폭격기를 보급해 주겠다는 상부의 말에 지머는 "그냥 내 폭격기를 수리해달라"라고 답하였다 전해짐. 이후, 제43폭격비행전대의 기종이 B-24로 전환되면서 "올드 666"은 제63폭격비행전대로 가 두 번의 정찰 비행을 마치고 1945년 8월 스크랩되었음. 그리고, 그 두 번의 비행은 별 탈 없었다고 전해짐.


삼국지에 유비 적로마 에피소드가 생각나는 이야기였음. 특히 주인을 파멸시키는 저주의 상징이 반대로 주인을 구원하게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