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기사단장 제임스, 너는 여기서 나한테 죽는다."
"하하! 그때 그 마을에 있던 농부인가! 이봐, 찌질이! 제법 대단한 마법을 손에 넣은거 같지만 네가 뭐 잘난 존재가 된줄 알았어?
밖을 내다봐라! 광장을 봐! 네 아내가 죽었을 때와 상황이 똑같아서 그립지! 네 소중한 딸이야! 널 위해 네 아내가 입었던 옷도 입혀줬다고! 물론 폭탄마법도 설치해뒀지! 마법 해제 방법은 오직 내 머릿속에만,"
(마법이 반짝이는 소리)
(폭탄마가 죽어있다)
"상관없어."
주인공은 로브를 눌러쓰고 저택 밖으로 나온다.
광장을 지나친다. 광장에서 한 소녀가 마녀라 돌을 맞는다.
이내 소녀가 불타오른다.
주인공은 그 모습을 전혀 바라보지 않고 로브를 오히려 깊게 눌러쓰고 자리를 떠난다
저건 어차피 제임스를 죽이기 위해 기른 것 뿐이다.
제임스가 마녀화형식을 집행하는 날,
경비가 느슨해지는 빈틈이 존재하는 날,
그 날을 만들기 위해서 길러왔다.
하지만 딸은 하나 뿐.
이제 이 수단은 더 이상 쓸 수 없다는게 아쉽다.
"브라이언, 샘, 로버트, 호세, 윌버그, 프라우트,
앞으로 여섯놈 남았다."
주인공의 눈빛에 서린 분노는 딸의 몸을 휘감고 있는 화염보다도 더욱 더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과거에 아내가 일곱 기사들에게 겁탈당하고 살해당한 농부.
자신의 영혼과 맞바꾸어 악마와 계약해 마탄마법을 손에 넣음.
어떤 존재라도 죽일 수 있는 즉사 마법이지만, 제한조건이 있다.
탄환을 명중시키려면 상대가 자신이 그때 그 농부였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탄환을 생성하려면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
타인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건 6번까지.
"제임스, 브라이언, 샘, 로버트, 호세, 윌버그, 전부 죽였다.
이제 남은 건 너 뿐이다. 프라우트 공작. 아니, 곧 죽을 황제폐하."
"세실, 카미유, 로라, 알렉스, 벨라, 미레이유, 죄없는 사람들을 전부 악마에게 바쳤군.
그렇게까지 복수해서 대체 뭘 손에 넣으려 하는거지?"
"손에 넣으려 하는건 없다. 널 죽일 뿐이다."
"복수에 눈이 먼 가엾은 자로군. 하지만 너는 나를 못죽여."
프라우트가 방어마법을 전개한다.
"마탄의 악마가 받는 제물은 단 6사람 뿐!
네가 악마에게 받을 수 있는 마탄도 6발! 너는 그 모든 마탄을 소모했다!"
"탄환은 아직 한발 남아있다."
"황제인 나를 속일 수 있을거라 생각해?
넌 헛수고를 한거야! 네 소중한 사람 여섯을 희생시키고 복수를 끝내지 못하는거라고!"
(총성이 울려퍼진다. 깨져나가는 방어마법. 믿을 수 없다는 듯 구멍이 뚫린 가슴을 내려다보는 프라우트)
"마, 말도 안돼..."
(프라우트가 일그러진 얼굴로 주인공을 바라본다)
"너는... 네녀석은... 네 자신이, 소중했던거냐?"
"그러지 않으면 일곱번째 탄환을 손에 넣을 수 없으니까."
"마, 말도 안돼! 복수를 위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니! 그건 앞뒤가 바뀌었잖아! 자신이 그렇게 소중하면 진심으로 영혼을 바칠 수 없을 터! 일곱번째 탄환은 나타나지 않을텐데!"
"황제폐하께서는 재주가 좋군. 즉사탄환에 맞고도 이렇게나 주절주절 떠들 수 있다니."
"이, 이건... 말도 안돼..."
프라우트가 쓰러진다.
프라우트의 시체가 높은 옥좌 단상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주인공은 천천히 옥좌위로 오른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주인공의 몸이 조금씩 재로 변해 흩날린다.
마침내 옥좌에 앉은 주인공이 피식 웃는다.
"노후를 즐기기에는 불편한 의자로군.
너희가 집착한 의자는 고작 이 정도 수준이었나."
그리고 옥좌 위에 남은 건 재와 먼지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