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알리듯,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햇빛이 눈꺼풀을 자극해 눈을 뜬다.

시간은... 5시를 좀 넘은 시간. 여름이 되어서 그런지 참으로 일찍 일어나게 되었지만 딱히 불만은 없다. 조금이라도 그녀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테니까.

일단은 씻고 그녀의 밥을 준비해야겠지.



오늘의 바디워시는 라벤더향, 그녀가 좋아했던 그 향기.

이제는 그렇지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그녀가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그런 향기로 치장하고 냉장고에서 그녀의 식사, 검붉은색의 젤리를 여러개 꺼내어 접시에 올려서 들고 집의 지하로,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내려간다.


"...조금 녹슬었나?"


내려가면서 계단에 뿌려놓은 은의 마름쇠를 보아하니 몇몇 검게 변한게 눈에 띄였다. 조금 빠르긴하지만, 물길이 흐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교체하기로 하고, 일단 그녀를 만나러 가자.



이 집에서 제일 아래의 방, 지하실은 언제나 그랬듯이 굳게 닫혀있었다.

접시를 잠깐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 맞는 순서로 열쇠를 넣어가면서 이 문을 해제하고, 문을 열면


"...아, 왔어?"


손발에 족쇄가 달려있는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일어난지 별로 안됐어."

"그래,"


다행이네. 이 말을 항상 나는 삼킨다.

대신에 그녀의 풀린 눈에 죄악감을 품으며, 그녀의 식사를 숟가락으로 든다.


"아~"


마치 어린애처럼 내가 먹여주길 바라면서 그녀는 입을 벌려 식사를 받아먹는다.

하기사 그럴 수 밖에, 내가 그녀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도록 해놨으니까.

점점 깊어져가는 죄악감, 하지만 그래야만 했다는 씁쓸한 사실을 입에 머금으면서 그녀의 식사를 완료했다.


"이 젤리 맛있네."

"요번에 다른 나라에 이런 식재료가 있다고 듣게 되어서 주문해봤어. 늦을 줄 알았더니, 비행기로 와서 그런가 일주일도 채 안걸리더라고."

"그래? 다음에도 되도록이면 이거면 좋겠다."

"아직 남아있으니까 다음에도 이걸로 줄게."

"아싸~"


족쇄에 묶인채로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다시금 끓어오르는 죄악감을 내려보내면서 쓰다듬는다. 느긋하게, 그녀가 좋아했던 강도로, 그러나 그녀의 코나 입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삐비비빅 삐비비빅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리는 알람에 나나 그녀나 얼굴을 찌푸렸다. 이 짧은 아침의 시간이 끝날 때가 왔다는 것이니까.


"아, 알람... 이제 일하러 가야하지?"

"응."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면서 지하실 구석에 있는 CD플레이어를 튼다.

똑.딱.똑.딱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에 그녀는 풀려져있는 눈을 눈꺼풀로 덮고 잠이 든 것처럼 고개를 떨궜다.


"들려?"

"...들려."

"내가 말한 건 잘 지키고 있어?"

"...잘 지키고 있어."

"내가 말한 게 뭐였지?"

"족쇄를 풀려고 하지 말라.
 이 방을 나가지 말라.
 너는 아직 사람이니까, 피를 빨지말라."

"...응, 잘 기억하고 있구나. 계속해서 그 것들을, 반드시 지켜줘."

"...응."



...

이 세계에는 버러지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소위 흡혈귀라고 하는 모기새끼들, 갑자기 나타난 해충들.

내 여자친구인 그녀는 그 해충의 피해자였다.

그녀는 그 개자식들에게 감염되어 흡혈귀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까지 흡혈귀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피를 빨기 전에 나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차마 죽일 수가 없어서 그녀를 저택의 지하창고였던 곳에 가두고, 그녀가 아직 인간이라고 최면을 걸었다.

결국은 감금에 세뇌.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죄악감이 흘러넘쳐 가끔은 토해버릴 것만 같다.

그러니 죄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오늘도 외출한다.

그녀를 치료할 치료법을 찾기위해서





이런 식으로 감금최면순애는 과연 성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