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상이 보인다면 그것은 내가 잘못된 세상에 떨어졌다는 뜻이다.

나는 어릴 적 부터 잠을 자고 일어서면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서 종종 깨어나곤 했다.

창 밖에 거대한 괴물이 돌아다니거나, 마법소녀가 TV에 나오던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뉴스를 보며 이상현상이 있는 지 찾기 시작했다.


'엘프출신 의원, "흑인이 사람이면 다크엘프도 엘프겠네?"발언'

'당가, 신약개발 성공... 감도 3000배의 길 열리나?'

'식용 금지된 코카트리스 고기 사용, 백숙집에서 20명 집단 중독'


뉴스를 보던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 퓨전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런 세계는 적응하기도 힘들 뿐더러,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자칫하면 죽기도 쉬웠다.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집중하려는 순간 TV에서 다음 뉴스기사가 들려왔다.

'환화 이글스, 이번 시즌도 우승... 20연패 최다 기록 달성'


"뭐?"

나는 눈을 뜨고 일어서 다시 TV 앞으로 달려갔다.


'앞으로도 정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감독의 짤막한 인터뷰를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세계이다.

어쩌면 이 세계를 알아가는 데 평생이 걸릴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 체류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