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로 저 양반이 나한테 말을 거는 걸까? 평소라면 꼴보기도 싫다고 두들겨 패면서 내쫓았을 텐데.
이번에는 맞을 짓 안했는데 뭘까. 장붕은 의아해하면서 아버지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뭡니까?"
"아들아. 너가 지금은 인생이라는 긴 길에서 터널에 들어갔지만 언젠가는 빛을 보게 될게다. 이 아비는 늘 응원하고 있으마."
"이 양반이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뭐라는 거야."
오해할까봐 말하자면 나는 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중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를 저지른 놈이다.
그리고 그건 이 몸뚱어리의 주인도 마찬가지. 유유상종이라고, 어쩌면 같은 결인 영혼이니 파장이 잘 맞아서 이 몸뚱어리에 빙의한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인들의 호감도는 빙의되기 전부터 바닥을 찍었으며, 내가 빙의된 이후에도 호감도는 바닥의 밑에는 지하가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그런데...
"장붕 씨, 저는 당신이 어렸을 적의 당신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뭐만 하면 파혼하자던 약혼자도,
"너는 할 수 있는 놈이다. 그러니 다시 검을 들어보자꾸나."
녹봉도둑이나 하게 꺼지라던 스승님도,
"장붕. 언제까지 우릴 기다리게 할 거야?"
평민 나부랭이 소꿉친구도, 나를 적대시하던 모든 지인들이 갑자기 친절하게 굴기 시작했다.
장담할 수 있다. 이건 절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씁... 던전 공략하다가 저주에 걸린 건가?"
의심이 가면 일단 때리고 본다. 화가 나면 때린다. 짜증이 나도 때린다. 암튼 행동력 하나는 일류인 장붕은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에서는 내 경우가 특이한 사례라고 판단하고 조사를 위해 조사관이 파견되었다.
우리 영지에 온 조사관은 나와 지인들을 살펴보더니 수첩에 뭘 열심히 적으며 말했다.
"이, 이건 저주가 맞습니다. 항간에서는 미움받는 저주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게... 흠. 이걸 말해야 하나?"
"빨리 말하시오."
"큼, 저주에 오류가 일어났습니다. 원리를 다 말하자면 복잡하니 간략하게 설명하지요. 더 떨어질 호감도가 없어서 오히려 호감도가 오른겁니다."
"뭣."
미움받는 저주 같은 거 보면 원래 호감도 마이너스 찍혀 있을 때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