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자신의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과 소녀는 느즈먹한 산기슭의 정자에 앉아서 산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은 그 경치에서 눈을 돌리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마족과 인간의 전쟁은 이미 100년도 더 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넌 마족이라느니 너는 인간이라느니 따지고 있잖아요."
"따지는게 뭐 어때서 그러냐."
"단순히 출신을 가리는 것을 넘어서 그걸로 차별하고 싸우잖아요!"
소녀는 정말 화가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 때서야 스승은 소녀를 쳐다봤다.
"네가 마족 출신이라고 해서 긁혔구나."
"스승님!"
소녀는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씩씩 댔다.
스승은 그런 소녀에게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어이쿠, 농담도 못하겠네."
"저 정말 진지하다고요!"
스승은 머리를 긁적였다.
"왜냐고 물어도 말이지…. 딱히 차별도 아닐걸."
"무슨소리에요! 마족 소리만 들으면 바로 눈빛부터 달라지는데요!"
스승은 그 말에 웃었다.
"그러겠지. 인간들에겐 마족은 여전히 위협이거든."
"우리 마족들은 100년간 인간들을 죽인 적이 없어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언제든 마족들이 마음만 먹으면 인간들을 으스러뜨릴 수 있다는게 중요하지."
"그러지 않는다니까요?"
"하지만 마음 먹으면 가능하지?"
스승의 그 말에 소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곧 다시 이어 말했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아요!"
"그렇지만,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고. 그렇지?"
"우으으으으으."
소녀는 분한듯이 스승을 쳐다보았다. 스승은 곤란한듯 말을 이어나갔다.
"마족들이 실제로 나쁘다는 건 아니야. 개인적으로는 훌륭하다 생각해. 그렇지만, 인간들은 참 연약한 생물이야."
"맞아요. 거기다 치사하고 간사하고, 옹졸하고 간악하고…."
스승은 허허 하고 웃었다.
"그래. 잘 알고 있구나. 약하기 때문에 인간들끼리 뭉치기 위해서 공통의 적을 만드는거야."
"약하면 강한 사람 밑에 얌전히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것도 마찬가지야. 강한사람이 언제 나를 해칠줄 알고?"
"아아 정말! 그냥 인간들은 이것저것 너무 재는것 아닌가요? 그냥 밥이 있고 집이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왜 그렇게 이건 이렇다 저렇다 진짜 답답해요!"
그 말을 듣고 스승은 웃었다.
"네가 이해를 해야하는 부분이란다. 인간은 원래 약해. 그리고 지극히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짐승이기도 하지. 이성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강하지도 못해."
"그럼 계속 참고 살아야만 하는건가요? 답답해 죽겠어요! 진짜로!"
소녀가 성을 냈다.
"뭐, 방법이 있긴 하지."
"뭔데요."
"모두를 만족시켜주는거야."
"만족이요?"
"대부분의 불안이나 불만은 결핍에서 오거든. 그러니, 배가 고프지도 않고, 연애할 사람이 항상 있어야 하고, 거주지도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모두 충족 되면 딱히 차별소리도 안나올거고 모두 온화해 지겠지."
"뭐에요 그게! 마족이 다 먹여 살리기라도 하란 말인가요?"
"차별을 없앤다는건 그런거야."
"어이없어. 스승에게 괜히 물어봤네요!"
소녀는 그리 말하고는 휙 하고 가버렸다.
스승은 풍경을 다시 바라보았다.
"지가 물어봐놓고는 참."
스승은 이 때만 해도 어릴 때 하는 생각이겠거니 했다.
시간이 흐른후, 스승은 이 당시를 회고하며 후회를 했다.
이 때 좀 더 타일렀더라면, 소녀가 인간 사냥을 하러 떠나지는 않았지 않았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