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향은 서사고, 여성향은 서정임.

따라서 여성향만 보던 독자들은 남성향 테이스트가 찐한 작품을 보면 어이가 없음

왜냐면 자기가 볼 때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거든.


디다트의 명작 "운이 좋군"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봄

(포모스 선정 극남초픽 웹소설 '킬 더 히어로')



남성향 소설의 기본적인 베이스는 서사(Epic)임.

사건은 "캐릭터"의 변화가 목적이며, 캐릭터에 변화가 없으면 스토리는 진행되지 않음.

개좆밥 주인공이 위기와 고난을 넘어서 레벨업을 해 국가권력급 캐릭터가 되는 것이 바로 남성향임.


남성향 관점에서 보면 킬더히는 계속 스토리가 진행됨.

김우진은 복수를 위해서 썰고 렙업하고 썰고 렙업하고 퀘스트 수행하고 조지고 부수고 렙업하고 "운이 좋군" 하거든.

따라서 정말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난 우연적인 "운이 좋군"을 통해 김우진은 강해지고, 결국 마지막에 복수에 성공함.


시원한 맛이 있는 거지.



한 편 여성향 소설의 베이스는 서정(Lyric)임.

사건은 인물 간의 "관계"가 바뀌는 것이 목적이며, 관계에 변화가 없으면 스토리는 진행되지 않음.

서로 썸타고 꽁냥거리고 밀당하다가 결국 연애하고 권태기 오고 눈물흘리다가 결국 결혼행진곡 연주하는 것이 바로 여성향임.


여성향 관점에서 보면 킬더히는 스토리는 전혀 진행되지 않음.

김우진과 파티원들은 언제나 이용하는 자와 숭배하는 자의 관계고, 김우진과 요한은 언제나 영원한 숙적임.

따라서 썰고 렙업하든 마지막에 최종보스 푹찍하든 결국 변하는게 없음. 김우진은 (주변인물들에게) 여전히 김우진일 뿐이니까.


고구마랑 다른 의미로 소설이 답답해지는 거다.




물론 남성향이라고 다 저렇게 극단적인 케이스가 있는 건 아니다.

대체로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소설은 서정과 서사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거든. 비중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근데 남초픽 여초픽이 극명하게 갈리는 소설들을 보면 저런 특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