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노골적으로 점수 퍼줘서 극복해서 사실상 그리핀도르나 슬리데린이나 똑같은 놈이 되어버린거니까. 그런데 슬리데린은 슬리데린이라서 천성부터 개새끼니까 그럴만하다 싶은데 항상 정의롭고 공정하게 묘사되던 그리핀도르가 그러는 건 위화감이 너무 큼. 그게 위화감 안느껴지게 하려면 서술자는 그리핀도르에 정의의 이미지를 주지 말았어야 했었음. 오히려 잔꾀를 부려서 상대를 잘 엿먹이는 소악당의 기숙사로 했었어야지
이건 스토리보다는 서술에 집중해야 알기 쉬워. 해리포터의 서술은 그 자체로 처벌과 보상의 효과를 지니고 있어. 슬리데린은 악행을 할 때마다 모멸적인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서술단계에서 즉각적인 처벌이 이루어지. 하지만 그리핀도르에게 서술자는 그 어떤 모멸적인 수식어도 붙이지 않아. 그리핀도르는 서술단계에서 전혀 처벌받지 않음. 독자가 느끼는 불공정함은 바로 이 서술의 불공정함임. 이 불공정함이 커버 불가능할만큼 드러난게 기숙사 점수 펌핑씬이라 그건 두고두고 회자될 수 밖에 없음. 물론 난 마법사의 돌이 서술이 불공정해서 재밌는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잘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데, 서술에서 납득가는 처벌과 납득가는 보상을 하는게 독자에게는 중요함. 그런데 그리핀도르 기숙사 펌핑씬은 납득가지 않는 처벌과 납득가지 않는 보상을 해버린 정반대로 가버린 장면이었음.
슬리데린의 점수를 대폭 감점해서 스네이프 교수와 말포이를 단죄했어도 되었을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지금까지의 서술과 다르게 슬리데린에게 유리한 묘사를 했고(위기감을 올리기 위해서인지), 점수펌핑으로 그리핀도르 미화의 끝판을 찍어버렸지. 그래서 슬리데린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그리핀도르는 불공정했다는 느낌을 남겨버림.
아마 작가의 의도는 이거였을거임. 슬리데린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똑같이 엿을 먹여주니 얼마나 시원한 사이다냐고. 근데 그럴거면 그리핀도르를 정의롭게 묘사하면 안되는거였짘ㅋㅋㅋㅋㅋㅋㅋ 어디로 튈지 모르는 피카레스크 소악당으로 묘사했어야 아 그리핀도르는 원래 이런 새끼구나 하고 시원해지지 정의로운 애들이 이랬다니 결말에 찝찝한 뒷맛이 남아버렸음ㅋㅋㅋㅋㅋ
조앤 롤링은 자신이 묘사하는 주인공 피카레스크적 수단을 쓰는 소악당이라는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정의로운 영웅으로 묘사하려해. 그래서 해리포터의 서술은 그런 모순점을 낼 수 밖에 없지.
기숙사 점수 펌핑의 그 모순된 감각은 제임스 포터에서도 드러남. 제임스포터는 롤링이 추구하던 피카레스크적인 세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남성임. 정의로운 영웅이라 말할 수 없는 면모가 너무나 많지.
그래서 릴리가 제임스에게 왜 반했냐는 질문에 대해 '아시잖아요?'라는 희대의 명언을 내버림.
이건 롤링의 발언 중 가장 정직하고 예의바른 발언이라 생각함.
'해리포터는 원래 ㅈㄴ 멋있는 나쁜 남자들의 이야기라구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해리포터는 정의로운 이야기라고 믿고 있는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 결국 '아시잖아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던거지.
ㅇㅇ 다시 위로 돌아와서 기숙사 점수 이야기를 하자면, 그건 그저 피카레스크를 쓰면서 피카레스크 아닌척하는 작품 특유의 서술모순이 수습이 안될 정도로 터져나온 파트임. 일반적인 피카레스크면 '너도 개새끼 나도 개새끼' 이렇게 서술하고 끝내면 되고 그러면 아무 문제도 없음. 하지만 해리포터는 '나는 이런짓해도 사람새끼' 이런 느낌으로 결말을 서술해서 두고두고 까이는거임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