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가 썼던 소설의 깊숙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어둠이랄까, 절망적인 좌절감이랄까. 패배감에 가까운 그늘진 어둑함이 자리하고 있음.



이게 마냥 부정적인 감정, 우울함 이런 느낌이라기 보다는 삶의 끝에 어찌되었든 죽음이 예정돼 있는 유한한 인간의 삶처럼, 마치 작품에도 결말이란 끝이 있다는 얘길 하는 것과 닿아 있는 어떠한 느낌인데.


끝에 이르러 전통적인 "메데타시 메데타시"를 부정하는 음험한 맛이 숨어 있고, 그게 나스의 작품관이 아닐까 간혹 생각해 보는데.




개인적인 감상이 이렇게 된 건


오늘 따라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본 다음 문득 [공의 경계 1장, 부감풍경]의 소재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받았기 때문임.



무슨 말인가 하면, "날 수 있다"라는 소망(혹은 믿음)에 대한 완전히 정반대로 배치되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두 작품의 차이에서 비롯된 섬뜩함이었는데.


그가 의도했는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어떠한 방향으로 바라보면 부감풍경에서 내놓은 자살 사건에 대한 뒤틀린 재해석이, 묘하게도 그 유명한 피터 팬의 비행 장면을 고려해 보면 정면적으로 배치되고, 그게 그 두 장면을 동시에 기억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감상평에 뭔가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단 거지 개인적으로.



나스의 소설에서 그저 날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인간은 날 수 없기 때문에 추락했고 그래서 자살이란 결말로 끝났다는 뒷맛 쓴 그 이야기가


보다 오래된 이야기인 피터 팬에서의 비행이 동심과 꿈, 상상력을 노래한 거란(아이들은 날 수 있다고 상상, 믿으면 그 환상이 이루어진다는 묘사) 점에서 대비시켜 보면 굉장히 쌉싸름한 감상을 느낄 수 있었달까.



아 물론 당연스럽게도 굳이 연관되지 않고 독립된, 두 개의 각자 따로 된 이야기를 결부시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비행"이 주요 모티프(소재)로 사용되었을 때 그걸 풀어나가는 방향이 극과 극, 이란 케이스로 바라보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구나 싶었던 오늘의 생각이었음.


아마 그 비행을 가지고 얘기하고자 한 게 나스의 이야기는 어두운 사회 현실의 단면이었고, 피터 팬의 이야기는 둥실둥실한 동심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일견 당연할 거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