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6, 7년 전인가.


새벽녘에 승급전이 승승패패패로 끝나고 씩씩거리면서 자리에 누워 있는데 갑자기 아랫도리가 꽉 죄듯이 아픈 거임. 처음엔 조금 욱신거리는 정도였던 게,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부랄 아래쪽을 날카롭게 후비는 느낌으로 변했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 그 새벽에 옷 챙겨 입고 혼자 택시 타고 응급실로 출발함. 택시 안에서 불편하게 몸을 꼬아대면서 이게 암인가, 부랄 잘라내고 남은 생은 내시로 살아야하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


병원 택시 정류장에 내려서 엉거주춤 응급실로 향했음. 창피해서가 아니라 걷는데 알이 부딪히거나 쓸리면 그것만으로 통증이 사타구니 전체에 퍼졌음. 당장 깨질 듯한 계란 두 개를 정말 조심스럽게 옮겼다.


거실바닥에서 계란 떨구면 비린내 좀 나고 끝이지만 지금 내 밑에 달린 게 터지면 앞으로 80년은 더 남았을 인생이 쓰라려질 예정이었음.


접수처에 앉아 있는 여직원한테 최대한 변태새끼로 오해당하지 않도록 "제 고환이 무척 아픕니다."를 설명했더니 응급실 안쪽 침상으로 안내해줬음. 환자복을 주면서 잠깐 기다리라고만 하더라.


응급실 안에 난방이 돌아가긴 했는데 새벽 공기에 서늘하게 식은 침상 위에 누워 있으려니 그것만으로 고환이 아프더라. 앉지도 눕지도 않은 애매한 자세로 침대틀에 기대 있었더니 젊은 여자 간호사가 와서 커튼을 치기 시작하는 거임. 좀 싸했음.


"왜 안 누워계세요?"


"누우면 이게... 아파서요."


"아, 네. 잠깐 바지 좀 벗어보실게요."


내가 분명 고환이 아프다고 했는데 회진 도느라 바쁜 의사는 무리여도 어떻게든 남자 간호사 같은 거 좀 데려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음. 첫 출근한 스트리퍼처럼 수치스러운 기분으로 바지를 내리고 소중한 곳을 내어주니 장갑 낀 손으로 슬쩍 만지더라.


내 아다 경력에서 유추하기에는 여자가 부랄 주위를 쓰다듬어주면 좀 더 야릇한 기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은 달랐다. 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따라서 통증이 갑자기 튀어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데 약간 스릴넘치는 게임 하는 기분이었음.


부랄 두 짝 바이스에 물려놓고 질 때마다 1센치씩 조이는 자손을 건 도박 포커.


처음에 "으음!" 하고 신음했더니 왜 그러냐고 묻더라. "아파서요 씨발년아. 느꼈을까봐요?"라고 대답하고 싶은 거 가까스로 참고 신사답게 설명했음. 적당히 진찰 좀 해보더니 장갑 빼고 옷 다시 입어도 된다고 말하고 나갔음.


통증이 조금 가라앉고 언제쯤 선생이 오려나 지루해질 쯤 되니 멀리서 의사양반이 보였음.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응급실 입구 가까이 누워 있던 환자한테 잠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었음. 그런 식으로 환자 몇 명한테는 얘기를 하고 몇 명은 지나쳐서 나한테 왔음.


사탕가게 아저씨처럼 푸근한 얼굴로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고환염이라고 얘기를 해주는데 한결 분위기가 편해졌음. 만약 인상 잔뜩 쓴채로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로 대화가 시작했으면 그 자리에서 발작 일으켰을 수도 있음.


수납하고 나가면서 약 받아가면 된다고 설명도 해줬음. 이렇게 좋게좋게 넘어가나 했는데 수납 설명 끝나고 나서 갑자기 진지하게 주의사항 말해준다는 거임.


"항생제랑 소염제 처방해드렸는데, 이 약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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