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말 위에 올라 피는 담배의 맛은 특별했다.


내뿜는 담배연기에 말은 푸르륵 콧김을 내뿜었지만 그렇다고 날 마상에서 떨어트리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난 다 태운 담배를 떨어트린 후, 주머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들여다보았다.


전경의 옷을 입은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청년. 내 동생이다.


그리고 그 동생은 지금 시위대의 죽창에 찔려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그것이 내가 지금 말 안장 위에 앉아있는 이유이다.


나는 분노로 점철된 감정으로 조용히 사진을 연녹색 전투복 품 속에 집어넣었다.


뒤를 돌아보자, 나와 마찬가지로 말 안장 위에 앉은 채로 갖은 무기로 무장한 서양인들이 있었다.


내 뒤의 1열에는 폴란드 창기병들의 모자인 울란을 쓰고 창을 잡은 창기병대.


그리고 그 뒤에는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채 칼을 뽑아들 준비만 하고 있는 흉갑기병들.


한때 나폴레옹과 뮈라 원수의 지휘아래 전 유럽을 누볐던, 위풍당당한 프랑스 제국 근위대의 기병들.


그들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말 위에 올라 전방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난 품속에서 오래된, 200년전 유럽인들이 쓸법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바라보았다.


오후 20시 30분. 때가 되었다.


"제군들!"


난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때가 됐다, 가자!"


그와 동시에 난 말을 앞으로 이동시켰다. 네 다리를 따각거리며 말은 내 눈 코앞에서 일렁이던 포탈을 빠져나갔다.


내 기병대가 주둔하는 이공간을 빠져나온 프랑스 제국 기병대는 이윽고 차도로 진입했다. 갑작스레 난입한 기병대에 차들은 일제히 브레이크를 밟고 운전자들은 밖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차에 치인 기병대원들은 아무도 없으니 됐다.


코너를 돌고 또 직진, 또 코너를 돌자 마침내 시위 현장이 보였다.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쇠파이프와 죽창 등의 온갖 급조 무기를 든 시위대. 아직 의경과 전경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경과 의경 대신 난데없이 등장한 기병대에 멀리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놀란 거 같은 시위대 벌레들이 보였다.


난 말을 탄 채로 다시 연설했다.


"제군들! 마침내 때가 되었다! 저 앞에 보이는 구더기들을 우리는 섬멸한다! 모두 분전하여 한 놈도 살려보내지 않는 데에 최선을 다하도록! 알겠나!"


"예!"


"좋다, 검을 뽑아라!"


스르릉, 철과 철이 마찰되는 소리와 함께 흉갑기병들이 기병도를 겁집에서 뽑아냈고, 폴란드 창병들은 창을 내렸다.


"돌격 준비!"


고삐를 부여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다시 소리쳤다.


"돌격!!"


"와아아아아아아!!"


기병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말들은 크게 울음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땅이 울렸다. 지축을 뒤흔드는 것처럼.


지축을 뒤흔드는 기병대의 돌진. 시위대는 황급히 죽창을 들어 맞서보려 했지만 말의 충격력을 고작 죽창 따위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죽창보다 기병대의 창이 더 길었다.


창기병들과 접촉한 시위대는 창에 몸이 꿰뚫리거나 말에 짓밟혀 죽었고, 운좋게 창과 말을 피했다 한들 그 뒤에는 흉갑기병들이 있었다.


"으아아!"


나는 힘껏 검을 휘둘러 한 놈의 목을 절단했다.


흉갑기병들도 마찬가지로 검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시위대 구더기들의 몸과 목을 배었다.


그리고 뒤늦게 전경과 의경이 도착했을 때는.


시위대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말에 짓밟히고 창에 몸이 뚫리고 검으로 목이 배인 구더기들의 시체들만 즐비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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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군 보니까 2000년대까지만 해도 과격 시위대가 판치던데


예쁜 등장인물들 쇠파이프로 후드려패려는 거 보고 빡쳐서 홧김에 쓰는 소재


대충 2006년의 주인공이 1945년 이전의 군대를 뭐든 소환할 수 있는 주인공이 프랑스 제국 근위대 말고도 서부시대 기병대, 로마 군단병, 중갑 기사 같은 거 소환해서 시위진압하는 내용인데


단편 내지 10편 이내로 쓰면 괜찮지 않을까?


ps.전경, 의경이 같이 밟혀죽는 건 차마 묘사 못하겠어서 전경과 의경이 아직 안 왔다는 다소 무리한 설정을 넣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