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 농림에서 농산물 무역장벽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온 적이 있다.


정부의 주장 : 무역장벽을 철폐하여 해외의 싼 농산물을 수입하는게 물가 안정과 국민 생활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된다.

농협의 주장 : 무역장벽을 철폐했을 경우 타국의 식자재 수출에 의존해야 해서 식량안보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농림은 최종적으로 정부의 말이 옳다고 긍정하고 농협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음.

이 소설은 무역장벽이 철폐되어 자유롭게 농산물 교역을 하는 관계에서 식량안보 위기는 오히려 더 멀어진다고 주장한다. 기근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오히려 기존 인프라를 통해 싸게 필요분을 빠르게 들여올 수 있어서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


 오히려 식량안보위기를 겪는 건 농산물 수입국이 아니라 수출국이라는 얘기도 덧붙이더라. 수입국이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느라 수출국의 농업 구조는 기형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고, 농산물 생산량과 수출량은 많은데 자국민은 쫄쫄 굶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 3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농산물 무역장벽 해제는 돈 있는 선진국 국민에게는 매우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주고 후진국에게는 식량위기를 더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정책이다. 


 한마디로 무역장벽 철폐는 수출국의 농업구조가 기형적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지, 수입국에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 오히려 수입국은 그만큼 농업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일 수 있으니까 이모저모 이득이다.


 그런데 어째서 일본 농협은 무역장벽을 철폐하면 일본에 식량위기가 찾아온다는 말을 하는 것인가. 그건 일본 농협이 일본 농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빌미로 농업을 유지하고 보조금을 타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일본 농업은 쇠락했다. 생산량도 질도 해외의 대량생산작물을 따라갈 수 없다. 적어도 고령화된 농부세대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농협도 물러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책이 바뀜으로써 지방 산업 구조가 바뀌고 공장이 사라지면서, 농작물 수요가 변화하여 농부들이 밭을 전부 갈아엎어버리는 에피소드도 넣고 있더라. 이는 무역장벽 철폐가 근본적으로는 옳지만,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여 국내 시장이 파괴되는 것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의식을 담은 에피소드임.


 이처럼 농림은 농업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게 드러나는 소설이지만, 무역장벽을 단단히 세워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무역장벽 철폐는 매우 옳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만 이 때문에 망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테니, 정책을 밀어붙일 때는 정치가들이 좀 신중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하는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던질 뿐이지. 무역장벽 철폐에 대해 소극적 찬성 입장인거지. 소극적 반대라고도 볼 수 있고.


 교활한 법률 해석으로 투명한 무역장벽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농림의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진다.

 


 이 글의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으니 

 막짤은 '용기, 우정, 능욕'의 왕도 BL을 추구하는 대작가 바이오 스즈키 선생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