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느꼈다. 중앙의 우마무스메란 내 생각보다도 격렬하고. 빨랐고. 손을 쭉 뻗어도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저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속도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분명 노력도 죽지 않을 정도로 해왔지만. 이게 끝이다. 한계다. 그렇게 느끼고야 말았다.


그래서 나는 레이스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그곳에는 내가 있을 곳은 없었다. 트레이너와 이별하고. 일반 학원으로 전입을 생각하지만. 부모도 없는 고아 우마무스메가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걷어찬다면. 방황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이. 너. 일 같이 해볼래?"


그렇게 생각하며 걷다. 인도로 걷던 나를 옆에서 멈춰 세운 한 검은색 승합차.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 내 인생을 파멸로 이끌 마부.

그는 나 같은 우마무스메를 모집하고 다니는 컨트랙터였다. 


"별일은 아니야 오히려 우마무스메니까 더 잘할 수 있는 일이지.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분명 수상쩍은 일이라곤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뭔가 잘못돼도 별 상관은 없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나는 그 일들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겠다고 대답했다. 뭔가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고. 생각보다 위험한 일은 아닌.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에 직접 발로 물자를 공급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 바로 여권을 발급받고 비행기표를 받았다.

아슬란 왕국? 처음 듣는 나라의 지명이다. 중동 어디엔가 있다는 것 같다. 여객기는 하늘을 날았고. 뭔가 기대되지만. 두려운 그런 느낌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샘솟았다.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