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악재라는 건 겹쳐 일어나는 법이다.


좋아하는 옷의 단추가 뜯어졌을 때, 바늘에 찔린다든가.


바느질을 하다 커피를 엎었는데, 하필 그 장소에 중요한 서류가 있었다든가.


하필 돌을 다 쓴 다음에 나오는 픽업이 최애캐라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야 한다든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는, 선생을 한없이 피로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적의 증원입니다! 적의 공격에 주의해 주세요!"


"알았어, 지시는 맡겨줘."



알고 있는가, 지휘는 상당한 체력을 잡아먹는다.


비록 전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싯딤의 상자가 손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적의 위치를 아군에게 브리핑, 적의 전술을 읽고 빠르게 반격을 준비하는 두뇌싸움.



"적, 마지막 1체입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지 말아주세요!"


"..."



그렇기에, 슬슬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선생이 잠깐 휘청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주 잠깐의 휘청임. "미안, 잠을 못 자서." "잠은 중요하다구요!" 같은 시답잖은 걱정으로 끝날 그런 휘청임이었다.



말했던가. 악재는 겹쳐 일어난다고.


궁지의 몰린 마지막 적의 조준은, 학생을 비껴 지나갔지만..



"서, 선생님!?"



마침 휘청이며 자세가 흐트러진 선생을 뚫고 지나가기엔 충분한 조준이었다.



기적을 일으키기도 힘든 짧은 시간, 심장을 파고드는 강렬한 고통, 소리없이 뒤로 엎어진 선생.


'마지막 적' 조차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쓰러진 본인 또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아, 총에 맞은 건가.'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어째서 하늘이 눈에 들어오는지 의문을 가진 선생은 무전으로 자신을 애타게 찾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깨닫는다.



"이럴거면 가챠 대신 선물이라도 사 둘걸."



피로와 고통으로 몽롱해진 선생의 유언은, 어째선지 후회였다.



'이상하네, 왜 죽는다는 느낌이 안 들까.'



의식이 가라앉는 와중에도, 선생은 동요하지 않았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무전, 애타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오는 싯딤의 상자, 피에 젖은 자신의 등.


처음 죽어봐서 그런 건가. 선생은 기이하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늑대여, 내 피와 함께 살아주시오..


번쩍.


그 한 마디가 날 꿰뚫고 지나가며, 가라앉은 의식이 끌어 올려진다.



"서, 선생님!?"


"..콜록."



관통당한 심장이 이어붙고 흘린 피가 모여든다.


어디선가 흘러온 벚꽃이 한껏 흩날리며, 흩어진 생명을 한 곳으로 모아 잘려나간 삶을 누더기 때 엉겨붙인다.



썩 유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괘, 괜찮으세요!?"


"미안, 이번이 처음 죽어보는 거라 당황했네."


"제 불찰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신중-"


"괜찮아. 어쨌건 되살아났으니까."



흙먼지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까지 고통이 남아있는 심장과 다르게, 어째선지 머리가 깨끗해졌다.



"그래서, 상황은 종료인거지?"


"아, 네! 전투 승리! 이걸로 상황 종료입니다!"



싯딤의 상자를 주워든 뒤, 깨끗해진 머리로 주변을 파악한다.


내 기억상 저 위치에 있던게 마지막 적이었는데, 쓰러진 걸 보면 상황이 끝난 것이겠지.



"..학생들에겐 잠깐 넘어진 걸로 해둘까."


"그, 그래도 되나요..?"


"한 번 죽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보단 넘어져서 인이어가 깨졌다고 말하는 게 더 괜찮은 대답일 것 같아서."



발치에 고스란히 남은, 부서진 인이어를 보며 생각한다.


사오리의 총에 맞았을 때 히나가 엄청 슬퍼했거든.



"어쨌든! 어떻게 되살아나신 건지는 나중에 물어볼테니 지금은 치료에 전념해주세요!"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말이야."


"그래도요! 몸 안까지는 모르잖아요!"


"그래, 그러는 편이 더 안전하겠네."



그 전에.


부서진 인이어를 주워 손에 올리고, 바닥에 앉아 머리를 부여잡아 거짓말을 준비한다.



"차, 찾았다! 선생님은 무사합니다! 지금 제 쪽으로 모여주세요!"


"아야야.. 총알이 인이어를 스치고 지나간 것 까지는 기억하는데.."



마침, 날 찾으러 달려오는 학생의 발소리가 들렸으니까.



*****



'늑대여, 내 피와 함께 살아주시오..'



병원 침대에 앉아, 살아나기 직전 들었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어린 남성의 목소리였다는 것과, 고어(古語)였다는 건 확실히 기억난다.



'..늑대라고 하면, 생각나는 학생이 하나 있긴 하지만.'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그녀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다.


내게 하는 말은 확실히 아니었다. 나를 꿰뚫고 지나가는 말이 나를 위한 말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 말이, 정말 시로코를 향해 하는 말이었다고 한다면.'



테러화된 시로코, 그녀를 말하는 것이었겠지.


프레나파테스. 다른 세계의 내가 목숨을 걸어가며 내게 맡긴 그 학생을.



그렇다면, 그 말의 주인은 프레나파테스..?


다른 세계의 내가 그런 고어를 구사한다고?



"..모르겠네."



그 아이가 날 믿어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려고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머리가 아파진다.



'프라나도 어느 순간 없어졌고.'



유일하게 남은 건 바스라지기 직전인 프레나파테스의 어른의 카드.


총에 맞았을 때 부서졌다거나, 회생할 때 카드도 달라졌다거나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이 카드만은 원형을 지키고 있었다.



'역시, 직접 움직이는 수 밖에 없겠지.'



수액을 꽂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생각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로나. 우연을 가장해서 시로코와 만나볼 생각인데, 협력해 줄거지?"



일단 시로코부터 찾아가보자.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프레나파테스는 구어를 구사했는지, 어째서 내가 회생했는지 아는지.


그리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 고오쓰 하는 거 보고 세키로 하고 싶어져서 올만에 세키로 하면서 든 생각 회로돌려서 써냄


세키로해라 세 키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