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형 무대랑 제단 같은 가구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무대인데 재밌음

내용은 정신과 의사가 말 눈 찌른 미친 소년을 치료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니깐 억압받은 특수한 가정환경 속에서 태어난 말을 숭배하는 어떤 원시 종교의 모습임. 소년이 신의 전령들에게, 죄를 범한 추한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공격한 거임... 의사는 소년을 치료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이를 먹고 일과 가족 관계를 거쳐 열정을 잃은 자기 자신의 인생과 소년의 인생을 비교해보면서, 자기 자신이 자기가 바라던 어떤 이상적인 세계를 파괴해버렸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되는 결말

그리스 신상 같은 몸짱남들이 소년 상상 속의 말 역할을 하면서 군무 추는데 이거 연출이 박력 있을수록 뽕참






오프닝 때 연출이라는 수상쩍은 배역이 관객들한테 이건 우리 읍내라는 연극이고 마을의 내력은 어떻고 쭈욱 설명하면서 배경도 치우고 시간도 빨리 감고 하는 게 개연성이고 복선임

소품도 진짜 최소한밖에 없음. 사다리랑 의자들 정도만 있으면 돼서 아마추어들이 자기 역량 보여줄 때 자주 쓰는 희곡이기도 함

1부에서 달달한 모습 보여주고 2부에서 평범한 남녀들의 결혼식으로 순애뽕 가득 찼을 때 바로 3부에서 드리프트 꺾어서 나락을 보여줌

죽은 배역들이 무덤 속 공간에서 서로 대화하면서 갓 죽은 히로인이 연출한테 애원하고 그 결과 인생에 행복했던 시절 하나를 보면서 멘탈 박살난 뒤에 이승에 대한 미련을 끊은 뒤, 남편이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데 다른 망자들 같이 무심한 태도로 변한 그 장면 하나로 대부분 사람들은 아 그렇지... 죽은 사람은 이렇게 되지 하고 납득하면서 한 사람 생사를 다 본 거 같은 망연자실함을 느낄 수밖에 없음



영화로 표현하면 어딘가 부족해지는 구석도 있고 매체에 따른 서사 차이가 어떤 건지 느낄 수 있는 것들이셂... 보고 나면 아이디어가 송송 샘솟음